예술가의 꿈은 멈추지 않는다. 다만, 쉬어가는 순간이 있을 뿐이다. 고성문화마을 신종택 작가는 귀향한 이래 문화를 통한 지역 활성화의 꿈을 멈춘 적이 없다. 때로는 느린 소걸음으로 우직하게, 때로는 여우비 같은 잔걸음으로 문화를 통한 지역재생을 도모해 왔다. 지난해부터 그의 꿈이 보다 선명하게 인화되는 사업이 ‘DMZ 예술제’이다. 고성이라는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자 자산인 ‘DMZ’를 대한민국의 가치로 전환시키는 일이자, 꽉 막힌 남북의 대치에 숨통을 틀 수 있는 문화적 행동일 수도 있다. 오는 11월 10일 ‘고성 DMZ 월드 아트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는 신종택 대표를 만나 보았다.
내년 ‘DMZ 국제예술제’ 위한 준비
-다음달 개최되는 ‘고성 DMZ 월드아트페스티벌’은 ‘포럼’과 ‘페스티발’ 두 가지 행사가 개최된다. 포럼의 경우 올해 5월에도 개최했었다. 어떤 내용으로 준비하고 있는가.
△포럼은 내년에 ‘DMZ 국제예술제’를 개최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고성의 현실을 접목시켜 예술제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예정이다. 지난 5월의 포럼은 시각예술에 이재언, 공연예술에 김안식씨를 모셔서 평화 공존을 표현하는 양식적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는 11월 10일 포럼은 가치의 확산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국제적 예술제를 개최하기 위한 ‘고성 DMZ 문화’의 전략적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다른 지역 DMZ 예술제와의 차별적 방향을 찾기 위한 담론이 이뤄진다. 주제발표는 강원산학협력단의 사득환 교수가 ‘분단과 공존 그리고 지속성’, 민통선 예술제의 박시동 위원장이 ‘DMZ과 예술의 결합’, 한강포럼의 이헌수 대표가 ‘분단의 역사와 삶의 역사’, 고성속초양양환경운동연합 장석근 공동대표가 ‘생명과 평화, 공존을 표현하는 또 다른 시각’, 설악닷컴 엄경선 대표가 ‘고성군 분단과 실향의 역사와 트라우마’를 발표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DMZ’를 조명하고 접경지역 고성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이라고 보면 된다.
-대부분 고성 외의 지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이다. 고성 지역의 정서를 담을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포럼 초기부터 주제발표는 외부 전문가들이 하지만 상호토론은 고성의 현실과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는 분들로 모셨다. 지역의 정서적 공감과 가치의 확산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포럼에서는 고성군 김일용, 함명준 의원, 고성신문 최광호 기자, 고성군청 박인교 기획감사실장과 안재필 관광문화체육과장이 토론자로 참여한다. 그동안 예술제 공감확산을 위한 포럼을 3차례 진행했는데 내년에는 실질적 워크숍을 구성하여 단위 분과별 전문위원을 선정하는 등 보다 체계적인 접근을 실행할 예정이다. 포럼은 지속가능한 고성 DMZ 국제예술제 진행을 위한 기반 다지기의 성격이 강하다.
-올해는 포럼 외에 축제의 성격도 강화한 것 같다. 어떤 행사를 준비했나.
△11월 10일 고성종합운동장 주차장에서 ‘DMZ국제예술제’ 선포식을 비롯해 공연과 전시를 만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오후 6시 30분부터 식전공연으로 풍물패 갯마당, 행위예술가 서승하, 고구려밴드의 공연이 펼쳐지고 공식행사로 ‘2018 DMZ 국제아트페스티벌’ 선포식을 개최한다. 이어서 ‘평화-몸짓 그리고 소리’라는 주제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김안식의 드로잉 퍼포먼스, 이만식 시인의 평화의 시 낭송, 네팔전통공연단과 고성다문화합창단의 공연이 이어지면서 내년 행사의 성공을 기원할 예정이다.
- 결국 올해 행사는 내년에 개최하고자 하는 ‘DMZ 국제예술제’를 위한 시범행사인 것 같다. 밑그림이 나왔는가.
△ ‘DMZ’에서 ‘생태, 평화, 문화’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한 국제적 축제로 만들 계획이다. 경기도 강화에서 출발하여 고성 화진포까지 DMZ를 순례하는 ‘DMZ 투어’, 평화의 메시지를 들려줄 ‘화진포 뮤직 페스티벌’, 고성 전체를 거대한 미술관으로 만들 수 있는 ‘고성아트페어’가 축제의 메인이벤트가 될 것이다. ‘DMZ 투어’는 접경지역을 일반시민과 세계 예술가들이 함께 걸으며 ‘DMZ’의 가치에 대해 토론하고 공감하는 시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아트페어와 뮤직페스티벌은 각각 미술과 음악이라는 예술장르를 통해 지속가능한 문화 콘텐츠가 나올 수 있는 저수지 역할을 할 것이다.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11월 포럼이 끝난 후 조직을 정비하여 진행할 예정이다.
대나무로 예술가와 마을 상생 실험
-고성문화마을에서 ‘DMZ’의 가치를 발견하는 일 외에도 최근 대나무를 활용한 마을기업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어떤 내용인가.
△가칭 죽림산방헙동조합을 만들어 예비 마을기업으로 인증 받았다. 고성문화마을이 위치한 곳이 죽왕면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시사철 세죽이 풍부한 곳인데 그동안 방치되었다. 그래서 귀농귀촌한 예술가, 전문가 그룹과 원주민이 대나무를 자원으로 활용한 공동사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예술가와 마을의 상생에 대한 새로운 실험이라고 보면 된다.
- 수익성도 고려해야 하는데 대표 상품이나 마케팅 전략은.
△ 대나무는 활용도도 뛰어나지만 결과물의 예술성이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미적 쾌감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공간조성과 상품개발의 측면에서 4가지 정도의 전략을 가지고 있다. 먼저 ‘대나무 테마 해변 조성사업’으로 공현진을 대나무로 세팅하여 예술성을 가진 해변으로 만들 예정이다. 대나무를 활용한 휴게공간이나 대나무 방갈로 등 차별화된 전략으로 접근하면 사계절 운영이 가능할 수 있다. 대나무로 레고를 만드는 ‘아트프레임’과 대나무 행사용 부스도 주력상품으로 개발 중이다. ‘아트프레임’은 대나무 바를 연결하는 레고제품으로 다양한 크기의 모형을 만들 수 있다. 행사용 부스의 경우 기존 몽골텐트의 획일성에서 탈피하여 공간의 예술적 차별화를 제공할 수 있다. 이밖에 대나무숯이나 대나무 가구 등 파생상품의 개발도 준비 중이다.
냉전의 유산 ‘DMZ’나 방치된 자원 ‘대나무’ 모두 신종택이라는 예술가에 의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그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낡고 버려진 것들에서 어떤 예술적 가치와 의미를 찾아내고 실현하느냐에 따라 지역은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고성문화마을의 실험과 실천에 응원을 보내는 이유이다.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고성문화마을은 폐교를 활용한 문화공간이다. 신종택 대표는 낡고 버려진 것들에서 지역의 가치를 만나는 작업을 한다.
대나무는 활용성과 예술성에 있어 새롭게 각광받을 수 있는 자원이다. 그동안 방치되었던 대나무가 창의력 놀이용품과 가구로 탄생할 수 있는 배경이다. 신종택 대표가 주도하는 예비 마을기업 ‘죽림산방 협동조합’은 지역의 버려진 자원을 예술가와 지역주민이 함께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주목받는다.
<DMZ 국제 예술제> 포럼은 ‘DMZ’의 가치를 조명하고 예술적 활용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 전문가가 지속가능한 축제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사진은 지난 5월 12일 개최한 포럼 모습.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