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15일, 두 번에 걸쳐서 속초 노학동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뮤지컬 ‘RENT’를 감상했습니다. 1996년부터 2008년까지 무려 12년간 브로드웨이에서 흥행했던 작품답게, 스토리 전개와 음악, 조명 등 모든 면에서 훌륭한 수작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도, 비록 청소년들이지만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수준 높은 공연이 이루어졌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아직 AIDS가 사형선고로 여겨지던 시대의 뉴욕입니다. 거기서 가난한 예술가들 대다수가 AIDS에 걸린 채 ‘우리에게 내일은 없어 오직 오늘뿐’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살아갑니다. 어떤 사람은 AIDS 양성판정을 받고는 자살을 하고, 어떤 사람은 AIDS로 결국 병사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자기의 살날이 얼마 안 남은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냥 거리에서 지냅니다. 그들은 뮤지컬 제목 그대로, 집세 낼 돈도 없이 살아갑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에게는 꿈이 있고 사랑이 있고 우정이 있습니다. 비록 흥행실패로 끝났지만 공연도 합니다. 크리스마스에 이어 새해맞이 파티도 벌이고 발렌타인데이도 기념을 합니다. 수시로 엄마의 전화를 받으며 잔소리도 듣습니다.
거대한 도시 뉴욕의 이면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광경들, 굳이 이런 어두운 면을 다룰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예술은 귀족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죠. 우리는 이 사회의 어두운 면과, 소외되고 힘없는 사람들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예술 또한 마찬가지의 사명이 있습니다. 물론 AIDS가 미화되어서도 안되겠습니다. 한편으로는 사회구조의 희생양으로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조망함으로써,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은 꼭 필요하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이날의 공연은 그 스토리와 상관없이 뮤지컬은 뮤지컬이었습니다. 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 중에서 재능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하여, 그들의 꿈에 한층 다가설 수 있게 해 준 무대였습니다. 첫날 미미 역을 맡은 배우는 완벽에 가까운 노래 솜씨를 보였고, 엔젤 역을 맡은 배우도 열정적인 연기를 해 주었습니다.
배우들 중에는 고성과 속초 출신의 학생도 있었습니다. 오랜 연습기간으로 인해 공부할 시간은 많이 빼앗겼겠지만, 연극영화과를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이 자체가 큰 경험과 경력이 되어 오히려 입시에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하겠죠. 학교와 학원 수업 외에도 청소년들의 교육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것은 더 있습니다. 이런 무대가 그중 하나가 될 것입니다.
뮤지컬이 끝나고 몇몇 배우들은 울음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예술가들에게는 바로 이런 풍부한 감성들이 원동력이 됩니다. 공연이 끝나고 정말 칭찬해 주고 싶은 배우들을 만나기 위해 무대 뒤로 갔습니다. 열정적인 연기자답게 칭찬에 감동받아 다시 울기도 하고, 또 진심으로 감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등 너무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너무나도 확실하게 자신의 삶의 목적을 위해 달려가는 청소년들, 훗날 대한민국 예술계를 이끌어갈 청소년들, 정말 엄청난 일을 이루어 냈습니다.
최창균
속초가좋아 서울에서온 치과의원 원장, 음악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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