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경동대 속초캠퍼스 학과 이전 후
상권 붕괴된 학사촌
2. 가톨릭관동대 양양캠퍼스 기능
전환 촉구하는 양양지역
3. 경동대 일부 학과 수도권 이전
상생협약 체결한 고성지역
4. 제천 세명대 수도권 제2캠퍼스
설립 추진 지역사회 우려
5. 폐쇄 절차 돌입한 한중대 살리기
동해지역 사례
6. 설악권 대학 공동화 해결 방안-
지역거점 국공립대학 설립 등
지난 10~12일 3일간 ‘대학 공립화’를 추진하고 있는 동해지역을 방문했다.
동해 지역사회는 지역의 유일의 사학인 한중대학을 살리기 위해 지난 3월 ‘한중대 공립화 추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를 구성해 강원도에 공립화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대학 공립화는 그리 순탄치 않아 보였다.
동해지역의 공립화 요구가 경동대와의 통합 이후 모든 학과가 이전돼 사실상 폐쇄상태에 놓여 있는 경동대 속초캠퍼스(설악2캠퍼스)의 재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현지 취재를 하게 됐다. 마침 속초지역도 시민단체 등이 경동대 속초캠퍼스의 공립화 방안 등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교육부의 폐쇄 명령 행정예고로 한중대의 폐쇄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동해 지역사회의 착잡한 목소리 밖에 듣지 못했다. 지역사회의 공립화 염원은 컸지만, 전 재단 이사장의 도덕적 해이 등이 결국 폐쇄 명령 행정예고로 이어지면서 공립화 요구 목소리가 동력을 잃게 됐다.
또 강원도 등이 동해지역의 공립화 요구가 다른 지역의 부실 대학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경계감을 나타낸 것도 상황 진전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과정에서도 “‘공립화의 끈’은 결코 놓지 않겠다”는 범대위 관계자의 말에서 대학 공동화 사태를 막겠다는 지역사회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한중대 사실상 폐교 상태
지난 11일 오전 동해시 자양길 한중대 진입로변에 내걸린 현수막에서 폐교 위기에 놓인 한중대를 살리겠다는 지역사회와 대학 동문, 재학생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한중대 교직원들이 내걸은 ‘한중대 문 닫으면 우리 모두 죽는다’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중대가 결코 폐쇄돼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이 담겨있었다.
‘동해시의 유일한 대학! 한중대를 살리자!(재학생 일동)’ ‘한중대가 살아야 동해시가 산다(동해시민 일동)’ 등의 현수막도 내걸려 있었다.
한중대의 공립화를 요구하는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한중대 살리기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자립형 공립화만이 한중대가 살길이다!’, 동해시민과 한중대 재학생들은 ‘동해시민의 염원! 한중대 공립화’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한중대를 살리겠다는 대학 진입로변의 뜨거운 분위기와는 달리 대학 캠퍼스는 을씨년스러웠다.
긴 추석연휴가 끝나 학생들로 붐벼야할 캠퍼스는 썰렁했다. 이날 학생들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학생회관도 캠퍼스를 여기저기 돌아다닌 끝에 간신히 남학생 3명을 만나 찾을 수 있었다.
본관 건물 내부는 마치 폐건물을 연상케 했다. 건물 내부 대부분 강의실의 불은 꺼진 채 출입문은 닫혀져 있고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공립화 무산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찾은 총학생회 사무실도 문이 굳게 닫혀 있었고, 실내골프연습장, 탁구장, 당구장 등의 편의시설도 텅 비어 있었다.
폐교 위기에 처한 한중대의 현실이 실감났다. 한중대의 총정원은 2,400여명이지만, 현재 재학생은 1,000여명 내외로 알려지고 있다.
■2018학년도 학생모집 정지 예정
동해 지역사회에서 한중대의 공립화 요구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부터다.
지난 3월 17일 210여개 사회단체가 참여한 한중대 공립화 범시민대책위원회가 꾸려지면서 본격적인 공립화 요구가 시작됐다. 범대위는 지난 4월 강원도와 도의회에 공립화 촉구 건의서와 4만7,000여명의 염원을 담은 서명부를 전달했다.
범대위는 건의서에서 “한중대가 폐교되면 동해시 관내 고등학교 졸업생 1,000여명이 타 지역 학교로 진학하는 관계로 경제적 부담 증가는 물론 지역에서의 배움의 기회가 상실된다”며 “지역의 맞춤형 인재 양성 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범대위는 지난 8월에는 도청 앞에서 지역주민, 학생 등 4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공립화 촉구 집회를 열었다.
범대위는 “한중대가 폐쇄되면 인구가 유출되고 지역상권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범대위의 공립화 요구는 교육부가 지난 8월 23일 한중대에 대해 폐쇄명령 행정예고를 하면서 사실상 제동이 걸리게 됐다. 교육부는 한중대와 대구외대에 대해 폐쇄명령 행정예고를 했다.
한중대는 교비회계 횡령과 불법사용액 등 380억원을 13년째 회수하지 못하고 있고, 교직원 임금도 330억원 이상 체불하는 등 학교운영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육부는 한중대에 대해 지난달 행정예고를 한 데 이어 법인과 대학 관계자에 대한 청문절차를 진행했다. 이달 경에는 대학폐쇄명령과 2018학년도 학생모집 정지 조치를 할 계획이다. 다만 재학생들이 2학기 학사일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학교폐쇄 시기는 2018년 2월 28일로 하고, 이때까지 학생들이 인근 학교로 특별편입학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대학 인수자가 나타나면 폐쇄명령이 내려지지 않을 수 있으나 현재로선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육부의 폐쇄명령 행정예고 이후 총학생회는 강원도가 공립화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도청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홍혁 범대위 언론팀장은 “지역에서 이 같은 행정조치는 처음이어서 지역사회가 당황해 하고 있다”며 “행정조치가 내려진 이상 우선 한중대 재학생들이 인근 대학에 편입학 하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 팀장은 이어 “지역에서 50년 전통의 한중대학이 사라지게 돼 안타깝다”며 “한중대가 폐쇄되면 젊은 세대의 유출은 물론, 지역 맞춤 인재 양성에도 차질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홍 팀장은 “한중대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14년째 이어져 오다 보니 그동안 교육부가 관선이사를 파견해 운영해 왔다”며 “그동안 교육부가 한중대를 운영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교육부는 작금의 상황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지역사회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아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qnmq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교육부의 폐쇄명령 행정예고로 동해 지역사회의 한중대 공립화 요구가 동력을 잃게 됐다. 지난 11일 오전 대학 캠퍼스는 폐쇄명령 행정예고 영향인지 학생들의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한중대 재학생들이 진입로변에 ‘한중대를 살리자’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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