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제52회 설악문화제에서 관객들에게 둘러싸여 버스킹을 하던 남성 2인조 그룹 ‘어필’을 만났다. 포크레인 기사이자 목수, 노래방 설치에 전기까지 다루는 가수 김원기(49, 010-4576-9914) 씨와 라이브 카페 ‘아리까리’(033-635-0909)의 대표이자 통기타 가수인 신영달(46, 010-5757-4598) 씨 듀오. 신영달 씨의 통기타와 김원기 씨의 퍼커션(연주자의 팔과 다리, 북채 등으로 두드리고 때리거나, 혹은 흔드는 행위로 음을 내는 악기를 모두 가리킨다. 김원기 씨는 카혼에 앉아 젬베와 심벌을 두드린다)은 노래와 조합되어 완성도 높은 울림을 준다. 각자 밤무대 가수로 일하다가 2002년 듀엣 결성 후 그들은 각종 축제와 행사에 빠지지 않는 지역대표 가수가 되었다. 관객들의 호응 때문에 시간을 훌쩍 넘겨 노래했다는 두 사람에게 각자의 음악 인생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그들은 음악보다 자신들의 삶과 영혼의 팔 할 이상을 차지하는 사랑을 먼저 꺼내놓았다.
김원기 씨는 딸 둘을 11년 동안 혼자 키웠다. 생애 첫 아이인 큰딸은 태어나자마자 뇌척수막염에 걸려 현재 1급 지적장애인이고, 카누 특기생으로 고등학교에 입학한 둘째 딸은 최근 운동을 포기하고 늦은 밤까지 아르바이트를 한다. 두 딸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그는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의 삶의 원천인 두 딸이 얼마나 예쁜지 계속 자랑을 했다. 그 천사 같은 애들을 챙기느라 다른 데 눈 돌릴 틈 없이 바쁘게 살았는데, 언제부턴가 점점 말수가 줄고 웃음이 없어지더니 급기야 3년 전부터는 노래도 부르기 싫어져서 혼자 많이 울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우울증이었다고. 무대에서 웃음이 나오지 않아 업소공연을 접었고, 상호도 가게도 없이 지인들 일만 해주다 보니 경제적으로 늘 허덕이게 됐다. 지금은 많이 안정되어 공연도 하고 이런저런 일감도 찾아다니고 있는데, 일이 좀 많아져서 음악적으로나 먹고사는 쪽으로나 좀 더 나은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는 2008년에 장애인 총연합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을 만큼 한동안 금강 반야마을, 반야 노인요양원, 선영 그룹 홈 등으로 노래 봉사를 많이 다녔다. 속초예총 연예인협회 사무국장을 8년간 맡아 하다가 지금은 2015년 처음 결성된 속초민예총 음악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작년 강원도지사로부터 문화예술진흥 공로를 인정받아 표창장을 받았다. 앞으로 버스킹 공연문화 확대를 위한 각종 이벤트 사업을 기획, 전개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어 주변의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신영달 아리까리 대표는 오후 6시 무렵 가게 문을 열고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영업을 한다.(라이브카페 아리까리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무대 경험도 즐길 수 있다) 아직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닌 그는 삶의 보루인 아내와 두 아이의 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몇 시간 동안 계속 노래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휴일 없이 밤을 꼬박 새우는 피곤함 속에서도 매일 아침 7시 30분까지 운동을 한다. 고등학생 때 제1회 설악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아 가수증을 받았고, 체육장학금을 받고 대학 다닐 때도 밤무대 4곳에서 노래 부르던 그는 대학가요제 3차 예선까지 갔다가 음 조절 실수로 아쉽게 탈락했다. 현재 민예총 음악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그에게 음악 없는 삶이란 거의 죽어있는 강시의 느낌이라고.
2006년에 남성듀오 ‘어필’은 강원도 연예예술상 가수분과상을 받았다. 작년에는 훈춘에서 공연을 했고 다음 달에는 김원기 씨가 일본 요나고시 교류사업을 참관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5년간 그들의 축제 참가 이력은 <설악신문>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지역의 문화예술사업과 자신의 생존을 위해 갖은 역경과 싸우는 ‘어필’의 앞날에 무운이 있기를 빈다.
위나정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어필 김원기(사진 왼쪽)와 신영달씨가 지난 14일 제52회 설악문화제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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