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심리학 용어인 싸이코패스(psychopath)는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며 반사회적으로 행동하며 양심의 가책이 전혀 없는 성격장애자를 말한다.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고통이나 심지어 생명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문제는 싸이코패스가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주변에서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철저하게 가면을 쓰고 행동하며 현란한 말솜씨와 친화력을 보이고 자신을 포장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타인들과의 공감능력 결여, 죄책감 결여는 물론이고 자기 합리화에 능하며 자신의 잘못이 노출되면 오히려 피해자라고 하는 뻔뻔함을 보인다. 교활한 거짓말로 능청스럽게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범죄형 싸이코패스’ 보다 ‘화이트칼라 싸이코패스’가 더 많은데 인구 100명 중 3.5명이라고 한다. 위장된 인격을 가진 ‘양복 입은 뱀’으로 표현되는 ‘화이트칼라 싸이코패스’의 경우 상당수는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싸이코패스는 기질적으로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어린 시절의 가정환경에 의해 괴물로 변하게 된 것일까? 기질적으로 타고 났다거나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경험이 싸이코패스가 되는 직접적이거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원인 중의 하나가 될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성인이 된 후에 일어나는 현상들이 더 중요하다. 만나는 주변사람들이 어떻게 대해 주느냐가 중요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결국 본인 스스로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화이트칼라 싸이코패스’는 머리가 좋고 대중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고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에 정력적으로 일을 하며 노력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특히 열등감에 사로잡힌 ‘화이트칼라 싸이코패스’는 자신이 잘못한 일에 대해서 절대로 사과하지 않는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이 공개될까봐 전전긍긍하며 그것을 어떻게든 은폐시킬 방법을 찾는다. 작은 선행을 해 놓고는 자신이 한 일이라며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자랑질을 해대며, 스스로 많은 사람들이 나를 좋게 봤을 것이라며 흐뭇해하며, 그것이 얼마나 유치하고 꼴사나운 행동이었는지를 전혀 깨닫지 못한다. 자신의 잘못이 들통날것 같으면 은폐하거나 조작하여 어떻게든 모면하려고 한다. 발각되었을 때도 구차한 변명을 하며 남의 탓으로 돌리고 핑계를 대는 솔직하지 못한 경직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핑계를 대는 것이 부족하다고 생각될 땐 아예 조작질을 해서 상대방의 탓으로 뒤집어씌운다. 늘 자기 고집이 강해 누가 조언하거나 지적하거나 간섭을 하면 굉장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감정의 기복이 무척 심하고 작은 일에도 쉽게 흥분한다.
‘화이트칼라 싸이코패스’는 눈치 하나는 달인의 수준이다. 평생을 열등감에 사로잡혀 살기 때문에 남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지는 않을까 업신여김을 당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늘 눈치를 보며 산다. 평생을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살고 있으니 그 내공은 달인의 수준이다. 항상 주변의 눈치를 보며 제 살길만 찾다보니 비열한 짓도 서슴없이 하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자기합리화에 능하다. 이런 사람은 자기사람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매우 강한데 자기 사람을 가져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누가 조금만 잘해주면 쉽게 정을 주지만,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친구는 없다. 겸손하지 못하고 공명심(功名心)과 명예욕(名譽慾)이 강해 감투 쓰는 것을 좋아하고 우쭐거리는 특징이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주변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열등감에 사로잡힌 ‘양복 입은 뱀’으로 표현되는 ‘화이트칼라 싸이코패스(psychopath)’이니 항상 경계해야 한다.
최영걸
속초시사회복지협의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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