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경동대 속초캠퍼스 학과 이전 후
상권 붕괴된 학사촌
2. 가톨릭관동대 양양캠퍼스 기능
전환 촉구하는 양양지역
3. 경동대 일부 학과 수도권 이전
상생협약 체결한 고성지역
4. 제천 세명대 수도권 제2캠퍼스
설립 추진 지역사회 우려
5. 폐쇄 절차 돌입한 한중대 살리기
동해지역 사례
6. 설악권 대학 공동화 해결 방안-
지역거점 국공립대학 설립 등
‘설악권 대학 공동화 해결책 있나’ 기획취재를 위해 지난달 25일~27일까지 3일간 방문한 충북 제천지역도 설악권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제천시 세명로(신월동 65)에 위치한 세명대가 지난 2015년부터 일부학과의 수도권 이전을 추진하면서 지역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세명대는 경기도 하남시 하산곡동에 위치한 미군공여지에 정원 8,000명 중 4분의 1인 2,000명을 이전하는 제2캠퍼스 조성을 추진 중이다.
세명대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정원 미충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며 지역사회를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사회는 지금은 2,000명이지만, 나중에는 4,000명, 5,000명, 결국에는 모든 학과의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학과 이전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에 제천지역사회는 세명대의 학과 이전을 막기 위해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을 부추기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의 개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개정안이 처리되면 지방대학들의 수도권 이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한 가닥 희망 때문이다.
■대학 이전 추진에 지역사회 반발
지난 1991년 3월 개교한 세명대는 학생정원이 8,000여명에 달하는 등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비교적 큰 규모의 대학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역사회는 교직원까지 포함하면 대학과 관련된 인구만 1만여명에 달해 세명대의 이전은 지역경제를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세명대의 학과 이전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부터다. 세명대는 그해 2월 하남시 대학유치공모에 응모해 ‘우선협상대상’으로 선정된 후 하남시 제2캠퍼스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부터 경기도 하남에 2,000명 규모의 분교를 만든다는 계획 아래 하남시와 협의 중이다.
이 과정에서 세명대는 “수도권 거점 확보는 지역 명문사학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전략이다. 지역대학으로서 지역기반의 우수 인재 양성, 지역경제·사회·문화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지역사회를 설득 중이다.
세명대는 특히 △하남캠퍼스 이전은 전체가 아닌 25% 가량으로 한정 △한의과대학은 이전대상에서 제외 △외국인 유학생으로 이전학생 대체 △기숙사 인원 합리적 조정으로 원룸사업자 우려 최소화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지역사회의 반응은 냉담하다. 지역사회는 하남캠퍼스 설립은 한의대를 비롯한 학교 전체의 이전으로 이어져 지역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엄창열 세명대 하남분교 설립반대 공동대표는 “세명대의 약속대로 2,000명만 간다면 그나마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데 다른 지역의 사례처럼 나중에는 모든 학과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지금 단계에서 아예 못 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삼 도의원(제천2선거구)은 “학령인구가 매년 감소하는 상황에서 세명대의 학과 이전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세명대가 지역경제의 30%를 차지하다 보니, 지역사회가 학과 이전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역분위기를 전했다.
강 의원은 이어 “그래도 설악권은 학생들이 빠져나가도 관광객들이 그 자리를 메워 그나마 버틸 수 있겠지만, 우리는 방학 때만 되면 경기가 크게 위축되는 등 학생들의 빈 자리를 실감하고 있어, 대학이전을 강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7월 세명대가 승인을 신청한 ‘위치 변경(일부 이전) 계획 승인’에 대해 서류 보완을 요구해 세명대의 하남캠퍼스 설립이 차질을 빚게 됐다.
■“20대 국회서 특별법 개정해야”
세명대의 수도권 이전을 반대하는 제천 지역사회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정안의 처리되면 지방대학들의 수도권 이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현재 일부 캠퍼스를 수도권으로 이전한 대학들의 추가 이전도 제한할 수 있게 된다.
이에 제천 지역사회는 지난해 7월 세명대 하남분교 설립 대상지인 경기도 하남시 미군공여지 앞에서 “세명대 이전 반대”와 함께 “지방대의 수도권 이전을 부추기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수도권지역 대학 건립을 전제한 현행 미군공여구역법은 지방과의 상생을 위해 이번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개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지역사회는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지방대학의 주변 상권 붕괴 및 공동화 현상이 가시화될 수밖에 없고, 지방의 인재양성 붕괴로 이어져 비수도권 교육환경이 황폐화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지방대의 수도권 입지를 규제해 왔다. 하지만 주한미군 재배치로 남게 될 반환공여지역에 대한 국가차원의 제도적 지원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 2006년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이 공포․시행되면서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이 가능하게 됐다.
특별법 시행 이후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이 봇물을 이루면서 지방대학들이 존폐위기에 놓이게 됐다.
지난 5월 현재, 경북 경산 소재 대경대학교가 의정부 주한미군기지캠프 스탠리 인접지역인 남양주시에 대학설립을 추진 중이다. 또 대전 소재 을지대학은 의정부 캠프 에세이욘에 내년 완공을 목표로 캠퍼스 조성공사를 진행 중이다.
경북 영주 소재 동양대학은 지난 4월 동두천 켐프 캐슬에 ‘동두캠퍼스’를 개교했고, 전북 임실의 예원예술대학과 설악권의 경동대학도 경기도 남양주시 미군공여지에 각각 ‘양주캠퍼스’를 개교했다.
이 같은 지방대학의 수도권 이전을 막기 위해 일부 국회의원들이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에는 반환공여구역이나 반환공여구역주변지역으로 이전·증설할 수 있는 대학을 수도권 내에 있는 대학으로 한정하고 있다.
엄창열 공동대표는 “지방대학들의 수도권 이전을 부추기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은 한 마디로 ‘수도권만 살고 지방은 죽어도 좋다’식의 악법”이라며 “특별법 개정과 관련해 많은 비수도권 정치인들이 공감하고 있는 만큼, 20대 국회에서 빨리 처리돼 위기에 처한 지방대학 주변 상권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충북 제천 지역사회가 세명대학의 경기 하남 제2캠퍼스 설립 움직임에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세명대학 앞 신월학사촌 모습.
세명대학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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