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 맥주의 시대가 왔다. 대기업 라거맥주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고유의 향과 이야기를 가진 수제맥주에 관심을 보인다. 지난 8월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제맥주 브랜드 ‘제주맥주’가 탄생했다. 지역에 맞는 브랜드화가 이뤄진다면 ‘맥주’를 마시기 위해 제주도를 방문해야 할지도 모른다. 가까운 강릉에도 수제맥주가 있다. 2014년 폐업한 강릉탁주양조장을 개조해 만든 <버드나무브루어리>가 그곳으로 쌀이나 국화, 창포, 솔 등 한국적인 수제맥주를 현대적 감각으로 선보인다. 속초에도 몇몇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수제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그 중 속초형 수제맥주를 직접 생산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곳이 있다. 속초시립박물관 인근에 위치한 ‘크래프트 루트(Craft Root)’이다. 속초형 수제맥주 브랜드를 꿈꾸고 있는 김정현 대표를 만나 보았다.
-수제맥주는 속초에서 아직 낯선 문화이다. 어떻게 입문하게 되었는가.
△전공이 건축디자인이다. 맥주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데 맥주를 좋아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맥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만들게 되었다. 수제맥주 매력에 빠지면서 맥주 만드는 장비까지 직접 제작했고, 전문적인 공부도 하게 되어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되었다.
-서울에서 운영하는 수제맥주 전문점은 유명 프로그램에서도 인정한 맛집이라고 들었다.
△서울 익선동에 ‘크래프트 루’라는 수제맥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디자인 전공이다 보니 전통한옥에 관심이 많았는데, 아름다운 한옥공간과 국내 수제맥주를 조화시키면 새로운 경험을 전달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 분들도 좋아해 주신다.
- 서울과 속초, 두 곳에서 운영하는 이유가 있는지?
△서울 익선동의 ‘크래프트 루(Craft Roo)’는 수제맥주를 의미하는 ‘크래프트(Craft)’와 다락이 있는 전통 공간을 의미하는 ‘누각’의 줄임말 ‘루(Roo)’가 합쳐져서 만들었다. 속초의 ‘크래프트 루트(Craft Root)’는 크래프트 루의 뿌리가 되어 줄 맥주 양조장이라는 의미가 있다. 현재 ‘루’는 국내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를 선보이고 있는데, 앞으로는 루트에서 생산되는 자체 수제맥주를 중심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물론 전국적인 유통도 할 예정이다.
- 속초와 수제맥주는 아직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 왜 속초에서 자체 생산을 준비하는가.
△속초가 고향이지만 양조장 사업을 위한 최적의 장소는 아니다. 맥주 재료 수급, 유통, 지역 소비 환경 등 불리한 조건이 많다. 하지만 장점도 있다. 속초의 청정 이미지와 설악산의 맑은 물 등 자연환경이 불리한 조건을 상쇄할 만큼 매력적이다는 판단이다. 특히, 관광지 속초의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되어 매력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수제맥주는 소비력이 있는 젊은층에게 매력있는 상품인데 속초의 관광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조건과 맞아 떨어진다. 크래프트 루트에서 생산되는 수제맥주가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속초의 지역 음식 중 맥주와 잘 어울리는 것들이 많아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올해는 양조장을 안정화시키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맥주를 생산할 예정이다.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한정판 맥주 등 지역의 특징이 드러날 수 있는 맥주도 계획 중이다.
- 최근 속초시에 맥주 축제를 제안했다고 들었다. 어떤 내용인가.
△수제맥주는 산업이자 콘텐츠이기 때문에 새로운 관광동력이 될 수도 있다.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일본의 삿포로 맥주 축제, 중국 청도 맥주 축제는 지역의 경제와 문화를 동시에 활성화시키는 좋은 사례이다. 아직 현실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지만, 전국적인 수제맥주 열풍과 소비자 욕구 등을 고려하면 속초에서 국내 최고의 수제맥주 축제를 선점하는 것은 많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제안하게 되었다. ‘크래프트 루트’의 또 다른 과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2012년 7억원에서 올해는 500억원 규모로 급성장하고 있다. 부산시는 최근 수제맥주를 어묵, 돼지국밥 등과 함께 부산 대표 먹거리로 육성할 계획을 밝혔다. 제주도를 비롯해 관광일번지를 꿈꾸는 주요도시 모두 수제맥주를 지역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크래프트 루트’가 꿈꾸는 속초형 수제맥주 브랜드 도전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다.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크래프트 루트’의 김정현 대표는 속초형 수제맥주 브랜드를 통해 보다 젊은 속초를 꿈꾸고 있다.
수제맥주를 자체 생산하기 위한 크래프트 루트의 양조장. 내년이면 자체 브랜드를 통해 전국적인 유통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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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맥주 만들기, ‘홈 브루잉’ 도전
재료 구입해 직접 만들거나 수제맥주 공방서 제조
맥주 전성시대이다. 대기업 맥주맛에 익숙했던 소비자의 반란이 수제맥주 열풍을 만들고 있다. 소규모 양조장의 외부유통이 법적으로 허가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이유이다. 이와 함께 개인이 직접 소규모의 맥주를 만들어 먹는 ‘홈 브루잉’(Home Brewing, 자가양조)을 즐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나만의 수제맥주 만들기는 두 가지 방식이 가능하다. 브루잉 키트와 맥주 재료들을 판매하는 곳에서 직접 홈키트를 구매하여 집에서 만드는 것이다. 10만원 내외의 키트를 구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물도 최근 많이 늘었다. 이들 쇼핑몰에는 초보자를 위한 맥주 제작 가이드와 레시피가 있다. ‘나만의 맥주 만들기’ 등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직접 들어가 보니 내용은 특별한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보다 쉬운 방법은 수제맥주 공방을 찾아가서 자기 입맛에 맞는 맥아와 홉을 골라 직접 제조하는 방법이다. 일단 경험해본 후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을 권하기 때문이다. 맥주공방에서 진행하는 홈브루잉 수업은 크게 세가지이다. 맥아 농축원액을 이용해 속성으로 만드는 ‘원액 캔 방식’, 맥아와 맥아 농축원액을 함께 사용하는 ‘부분 곡물양조 방식’, 맥아에서 직접 맥아즙을 추출해내는 ‘곡물양조 방식’이다. 만드는 방법에 따라 양조 시간도 차이가 많이 나고 소독 등의 과정을 통해 맛의 차이다 많이 난다. 수제맥주 공방은 아직 대도시 위주로 형성되어 있다. 맥덕(맥주 덕후)의 세계로 빠져들고 싶으면 하루 정도 투자할만하다. 김인섭 전문기자
수제맥주 열풍이 불면서 관련도서도 나오고 있다. 최근 발간된 <집에서 수제 맥주 만들기>(제롬 마르틴스, 프랑수아 카리우/다봄)는 수제 맥주 양조과정과 42개의 레시피로 나만의 맥주 만들기를 위한 과정을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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