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이마을 1세대들은 실향의 슬픔에 젖어 지냈는데 2세대들까지 무기력하면 3세대들이 너무 슬퍼질 것 같아요. 자식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도록 마을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늘 고민했어요. 그래서 지금 하나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에요.”
지난 10일 저녁에 만난, ‘아바이마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아사모) 정성수(61) 회장의 말이다. 올해 4월 20일 복합문화공간 ‘아트 플랫폼 갯배’ 민간 위탁 단체로 선정된 아사모는 2005년, 아바이마을 실향민 2, 3세대들인 청호초등학교 졸업생 선후배들이 모여 만든 청호동 마을공동체다. 32명 회원 모두 선후배 관계여서 특이하게 끈끈한 정이 있다. 그 끈끈함으로 10년 넘게 마을 환경정비 및 지역행사에 앞장서 꾸준히 자원봉사를 해왔다. 작년부터는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마다 청호동 지역 3개 경로당 어르신 120여명의 점심봉사까지 더해서 더욱 주변의 귀감이 되고 있다.
정성수 회장은 13년간 아사모의 맏형이자 회장으로서 모범적으로 많은 활동을 해왔다. 작년에는 그동안의 노력과 더불어 ‘아트 플랫폼 갯배’ 건립과정에 적극 협조한 공로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재단법인 아름다운 맵이 수여하는 ‘시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홍보 겸 봉사 차원에서 1년간 무료 위탁 운영키로 한 노력 덕분인지 폐그물과 쓰레기더미가 쌓여있던 자리를 말끔하게 치우고 야외공연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만든 아트 플랫폼 갯배가 작년 1차 사업에 이어 올해 2차 사업도 문체부와 속초시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옥외에 ‘잊혀 가는 것들-보따리 벤치’, ‘봉인된 시간’, ‘너와 나를 잇는 시그널’ 등을 테마로 작가들의 작품 3점을 더 설치하게 된 것이다. 특히 설악대교에 대형으로 설치될 전광판작품은 커플들의 사랑 고백 장소로 속초 명물이 되지 않을까 기대가 크다고 한다.
개관 이후 쉼 없이 전시 활동을 해온 아트플랫폼 갯배는 올 연말까지 예약이 다 찬 상태다. 정 회장은 작지만 아주 알찬 전시공간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고 자부했다. 다만 아쉽다면 조금만 더 넓었으면 좋겠다는 것과 강풍이나 폭설, 결로에 대비해 안전시설을 설치하고 외벽과 유리창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아트플랫폼 갯배의 청소, 유지관리, 작가와 행정부서와의 협의 모두 정 회장과 심삼옥 사무국장이 도맡아 하고 있는데 전기요금 외에 운영비와 인건비는 지원되지 않아 각오와는 별개로 힘든 부분이 많다며, 매주 월요일 휴무일 빼고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보수로 애쓰는 심 국장을 안쓰러워했다.
“우리 집 들어가는 골목길 벽돌이 50년이 넘었는데도 그대로 있어요. 마을은 점점 쇠락해지고 고령화되어 가는데 아무런 변화 없이 점점 어두워져만 가는 거예요. 미래의 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아사모 활동 동기를 밝히는 마을운동가 심삼옥 사무국장에게 바람을 묻자, 속초 혹은 청호동을 상징하는 기념품 제작 체험 프로그램 공모전을 시에서 꼭 좀 주관해 달라고 강력하게 피력했다. 청호초 21회 졸업생모임 회장으로서 회비를 걷어 청호동에 벽화를 그리는 작업도 했었다는 심 국장은 3년 전, 금녀의 벽을 깨고 아사모 회원이 되었다며 크게 웃었다.(전시 및 갯배 장터, 버스킹 지원 문의: 심삼옥 010-6377-8296) 위나정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아사모 정성수 회장과 심삼옥 사무국장.
아사모가 지난 9월 28일 북청아바이식당에서 청호동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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