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先生)님’이 ‘먼저 태어난 사람’을 뜻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그런데 먼저 태어난 사람으로서 이치를 깨달아 후학(後學)을 가르친다는 어원을 갖고 있는 이 단어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금은 다른 의미를 가져야 할 판이다. 매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시작부터, 아니 IT시대로 일컬어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그 변화는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과거의 지식을 습득해 현재를 살아가는 게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고 그 변화를 선도하는 사람이 살아남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최첨단에 서있는 혁명가 발굴 프로그램인 ‘아쇼카 프로젝트’가 속초․양양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싹이 트기 시작했다.
아쇼카는 2006년 노벨평화상 수장자인 무하마드 유누스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회혁신가 3000여명을 발굴한 국제적인 비영리 재단이다. 창립자인 빌 드레이튼의 신념인 ‘창조성과 사회적 영향, 도덕적 결의’를 바탕으로 세상을 이로운 방향으로 개혁하는 아쇼카의 회원을 체인지메이커(change maker)라고 하는데, 강원도교육청에서는 혁신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실천하는 학생을 양성하기 위해 올해부터 체인지메이커 동아리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속초와 양양지역에서도 지난 9월 2일과 9월 9일 각각 하루 동안 12개 학교, 61명의 학생들이 단위학교 동아리 지도 교사와 담당 장학사와 함께 학생 연수 교육을 마쳤다.
연수 과정에서 분임 토론을 한 학생들은 ‘야간 자율학습 삼진 아웃제는 왜 실시되는가?’, ‘어떻게 하면 교내 쓰레기를 박멸할 수 있을까?’, ‘왜 우리 학교 학생들은 급식을 먹지 않는가?’ 등의 개선 과제를 도출했고, 각 분임별로 개혁을 위한 첫걸음을 떼는 활동을 하며 서로의 문제에 공감하고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협력적 관계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학생들의 모습을 이끌어내기 위한 강원도교육청의 정책이 아예 낯설지만은 않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마을 어른들이 자발성과 창조성을 바탕으로 함께 참여하는 ‘마을교육공동체’사업이 시행 중이며, 지난 9월 19일에는 100여명의 마을교육선생님들에게 민병희 교육감이 위촉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공부에 매진해도 부족할 학생들에게 왜 저런 일들을 시키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들이 비단 공부 뿐만은 아닐 것이다. 어떤 시작점에서도 결론은 대학 입시를 위한 경쟁으로 귀결되는 요즘 세태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토론의 과정을 통해 주변의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세상을 아름답게 바꿔나가자는 아이들의 작은 시도는 분명 박수로 격려해야 할 일일 것이다.
매년 모금되는 3000만 달러의 막대한 재정이 지원되는 체인지메이커 펠로우에 우리 지역의 학생들이 선정돼서 전 세계에 기여한 위인으로 이름을 날리는 꿈이 실현되는 훗날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
(현재 한국에는 제주 올레길을 개척해 지역 발전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제주 올레의 서명숙 대표를 포함해 7명의 체인지메이커 펠로우가 있다. 체인지메이커 펠로우에 선정되면 아쇼카 재단의 막대한 지원을 받는다.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가입이 가능하며, 자세한 사항은 아쇼카코리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세형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지난 9월 2일 속초양양교육지원청 WEE센터에서 실시한 체인지메이커 연수를 마친 학생들이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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