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재 경동대교수 평생교육원장
어깨가 들썩 거렸다. 대강당 안에는 설렘과 희락이 가득했다. 마치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 학예발표회장 같았다. 순서를 앞두고 리허설을 하며 복장매무새를 가다듬고 잘하겠다 다짐하는 표정들이 그와 같았다. 그야말로 설렘으로 준비하는 홍조 띈 얼굴들이 시합 앞둔 어린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시작 전 부문별 담당선생님들의 끝마무리 지도에 따라 집중하며 귀를 쫑긋이 세운 순박한 순종이 학예발표회에 참가한 어린이 영락없었다.
프로그램 발표가 진행되는 도중에 갑자기 주민자치위원장이 필자에게 끝나는 시점에 심사평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주민자치위원회 자문위원이기도 하고 대학 평생교육원장이니까 부탁을 한다는 말씀이었다. 부담감 없이 프로그램 공연을 관객의 입장에서 즐기면서 감상하는 것과 평가자로 바라보는 시각은 분명히 다르다. 그나마 프로그램 시작단계라서 다행이었다. 더욱 집중하여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연유로 준비하게 된 심사평을 소개한다.
첫 번째 발표는 요가교실 프로그램이었다. 난센스 퀴즈로 세계적인 요가의 대가는 인도 사람 ‘꼰다리 또꽈’인데 그를 뺨치고도 남을 정도였다. 지도 선생님의 신호음에 유연한 동작이 일사불란했다. 훈련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동작이었다. 날씬한 몸매비결이 운동효과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마의 ‘반디’분장은 기혼자 표시가 아닌 크샤트리아 귀족처럼 보였다.
두 번째는 스포츠댄스 시간이었다. 댄스에 스포츠 요소를 가미한 커플댄스 형식이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노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모습에는 행복이 보였다. 거기에다 스포츠댄스는 에티켓을 중시하니 만큼 댄스의 품격 또한 돋보였다.
세 번째는 노래교실 순서였다. ‘여행을 떠나요’를 부를 때에는 흥겨운 리듬과 멜로디로 참여자 모두가 하나가 되었다. 참여한 인원도 많을 뿐 아니라, 노래순서 중간에 뮤지컬처럼 우리지역을 홍보하는 멘트와 휴양관광도시 속초의 명소를 넣어 부른 개사가 매우 독특했다.
네 번째는 라인댄스였다. 까만 보석바지에 분홍색 복장을 갖춰 입고 흥겨운 배경음악에 따라 현대적 감각의 동작이 댄스의 즐거움을 더했다. 특히 전반부는 중국음악으로, 마무리는 아치스의 ‘슈가슈가’로 끝나서 모두가 달콤한 연인이 되는 시간이었다.
다섯 번째는 통기타 연주였다. 사회자가 “제 몸 다루기도 어려운 나이에 통기타를 다룬다”고해서 폭소가 터졌다. 사실 악기하나 다룰 줄 모르는 필자입장에서는 부럽기 그지없다. 열정어린 선생님의 지휘로 열 분이 기량을 뽐냈다. 평소엔 정장을 하지 않는 주민자치위원도 이날만큼은 특별히 정장을 했다. 그런데다 기타연주도 한다니 사람이 달라보였다.
여섯 번째 바디피트 시간이었다. 필자의 무식이 통째로 드러났다. 바디피트를 피트니스로 생각했다. 몸만들기 위해 땀을 흘리며 몸에 버거운 기구를 들어 올려 근육을 키우는 몸짱 만들기로 여겼는데 아니었다. 앙증맞은 분홍빛 아령을 소품삼아 사용하는 참가자의 유연한 동작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아령의 새로운 변신과 응용의 다양성을 발견했다.
마지막 일곱 번째는 맷돌 체조 시간이었다. 맷돌도 없었고 민속체조도 아니었다. 맥고모자에 검은색 보석 옷과 붉은색 허리띠 복장은 완전한 반전이었다. 따라 하기 좋은 흥겨운 리듬에 코믹요소 동작까지 가미해 재미있고 즐거웠다. 마치 초등학교 포크댄스 같은 느낌도 받았다.
이날 전시회에는 한국화 병풍을 손수 만드신 연세 여든여섯 어르신이 단연 돋보였다. 이렇게 12월 17일 근로자종합복지관 대강당에서 열린 노학동 주민자치센터의 2015년 프로그램 작품전시발표회 모든 순서가 마무리됐다. 배움이 주는 무한한 힘과 위대한 결실을 목격했다. 평생교육의 필요성과 소중함을 다시한번 절실히 체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도에 애쓰신 선생님들과 행사를 주최한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및 주민센터 모든 분께 박수를 보낸다.
최철재 경동대 교수 평생교육원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