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사람 행복 중심의 미래형 학교
②핀란드의 라또까르타노학교와
야르벤빠 고등학교
③덴마크의 헬러럽학교와
에프터스콜레
④독일의 클라렌탈 학교와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종합학교
⑤고성의 행복더학기 학교
“핀란드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투자를 합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역교육 현상이죠. 소외된 가정, 학습이 더딘 학생도 절대로 혼자 내버려 두지 않고 서로 도와가며 함께 걸어가는 것이 핀란드 교육의 특징입니다.”
학습의 이해가 빠른 학생은 자주적 학습이 가능한 반면, 그렇지 못한 학생은 ‘친구 또는 교사의 배려와 도움으로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핀란드의 교육철학’이라고 가이드 이보영(핀란드 헬싱키 거주) 씨가 설명했다.
이처럼 핀란드는 혼자 똑똑한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가장 흔한 수업방식은 팀(Team)을 이뤄 진행하는 협동수업이다. 평가 역시 팀 단위로 이뤄진다. 따라서 팀 구성원은 혼자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애쓰는 게 아니라 팀 전체가 좋은 결과를 내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또 ‘혼자서만 똑똑한 사람’보다 팀워크(Teamwork)에 능한 사람이 미래 국가발전에도 더 뛰어난 ‘경쟁력’을 발휘한다는 실용적인 고려도 내포돼 있다. 이는 자기 점수를 높이는 데만 골몰하는 아이들이 생겨나는 것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기는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는 한국 교육과 대조를 이룬다.
핀란드는 유치원부터 박사과정까지 전면 무상교육이다. 우리나라처럼 국·영·수를 핵심과목으로 가르치지도 않는다. 숙제와 시험도 거의 없다. 그런데도 핀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15세 청소년 기준 ‘국제학업성취평가(PISA)’에서 매년 최상위 성적을 올린다. 우리나라도 몇 단계 떨어진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지만, 학습 효율화지수에서는 한국은 OECD 30개국 중 올해 24위이다. 반면 핀란드는 세계 1위다. 이 같은 핀란드 교육을 살펴보기 위해 대표적인 혁신학교인 ‘라또까르타노(Latokartano)종합학교’와 ‘야르벤빠 루키오(Jarvenpaan Lukio) 고등학교’를 찾았다.
■열린공간의 학교구조
지난 4일 찾은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라또까르타노 종합학교(초·중학교)는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친환경 학교로 유치원부터 중3학년까지 전교생 총 800명이 다니고 있다.
지난 2009년 디자인 공모를 통해 건축된 학교는 유리창을 크게 해서 안팎으로 햇빛이 잘 들어 실내는 포근한 느낌이 들며, 두 개 교실이 하나의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있어 언제든 협력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디자인의 핵심 목표는 지역공동체에 열린 공간입니다. 큰 창문을 통해 빛과 공기가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환경친화적인 학교입니다.” 라우라 교사의 설명이다.
교사들이 먼저 ‘공동체를 위한 공간’이라는 교육관을 디자인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어 다음날 찾은 야르벤빠 고등학교 또한 실내건축구조가 예사롭지 않았다. 평범한 실외와 달리 내부 구조는 학생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하자는 고민 속에서 설계되었다. 4층 위에서 내려다보면 원형 광장(식당 및 휴게실)을 중심으로 건물이 방사형으로 연결돼 있다. 원형 광장이 야르벤빠의 자존심이자 교사·학생·학부모의 소통 공간이다. 학생들은 광장을 중심으로 각 층마다 배열된 책상과 소파에서 자유롭게 소통한다.
북유럽 학교들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 중의 하나는 ‘화려하지 않은 외양과 편안하고 따뜻하며 소통할 수 있는 열린 내부’라는 것이다.
■무학년제와 선택과정 운영
이런 열린 소통공간에서 학생들의 수업은 ‘무학년제’로 진행된다.
라또까르타노 학교 학생들은 연령이 다른 학생들로 구성된 그룹에서 졸업할 때까지 생활한다. 모든 학생들은 개별적인 학업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라 다음 학년으로 진학하게 된다.
학생들은 1~9학년이 아닌 하나의 학습 그룹이나 홈 지역에 소속된다. 학년제의 기준으로 본다면 한 학생은 수학 수업에서는 3학년, 모국어 수업에서는 2학년, 제2외국어 수업에서는 4학년 등으로 자신의 수준에 맞게 수업을 듣는다.
평가는 비교 평가가 아닌 개별적으로 수립한 목표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해당 목표를 달성했을 경우 새로운 목표를 다시 설정하도록 도와주고 실패한 경우에는 새로운 방법이나 지원을 마련해 다음에 더 나은 성과를 볼 수 있도록 지도한다.
특히, 학생의 개별적 학업 계획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매년 9월에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모여 대화를 통해 설정하고, 이듬해 1월에 설정된 목표의 문제점 및 이행 여부를 진단하고 보완해 주게 된다.
야르벤빠 고등학교의 교육과정 또한 무학년제와 선택 과정에 있다. 학생들이 2~4년 동안 자신의 역량과 희망 등 자신의 계획에 따라 총 300개의 과목(course) 중 필수 과목 47~51개를 선택하고, 나머지 원하는 분야에서 선택해서 총 75개 과목을 맞추면 졸업할 수 있다. 2년만에 졸업도 가능해 우리나라의 대학 수업을 연상하면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담임 제도는 없고 학생 30명당 교사 1명 정도의 멘토가 졸업할 때까지 학생을 도와준다. 우리나라의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와 비슷한 ‘Wilma(윌마)’라는 프로그램을 쓰는데, 수강신청에서부터 수업 내용까지 기록된다. 이 프로그램은 학부모, 교사, 학생 모두가 접속 가능하나, 18세 이상이 돼 학생이 원하지 않으면 부모도 볼 수 없다.
한국은 연간 2학기 운영인 반면, 여기는 총 7주씩 5학기제며, 대학처럼 1학기당 38시간씩의 수업 시간표를 만들어 강의가 빈 자유시간도 누릴 수 있다.
마리야 리자 야르벤빠 고등학교장은 “핀란드 고교교육의 추세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더 많은 선택과목과, 수학, 과학의 단순 과목형태가 아닌 이를 혼합한 융합적 학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설과 교사 등 자원을 늘려나가는 것”이라며 “그 속에서 학생은 책임과 자유를, 교사에게는 다양한 코스(과목)개발과 운영에 대한 더 큰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교육전문가들이 주목하는 핀란드 교육의 또 다른 경쟁력은 교사들의 전문성이다. 안승문 서울시청 교육자문관은 “핀란드에서 교사는 희망자의 10%만 될 수 있을 정도로 인기 직업이다”이라며 “초·중등 교사도 최소한 석사학위 이상을 갖춘 연구직으로, 교사의 인기는 교사의 높은 자율성 보장과 함께 사회적으로 존경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투 엘로 핀란드 국가교육청 카운슬러 또한 “핀란드 학교는 매우 독립적이다. 교사들은 스스로 코스를 개발하고 학생을 평가할 수 있다”며 “지난 20년간 교육당국에서 수업이나 교육과정에 대한 지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용수 기자 ellan9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핀란드 라또까르타노 종합학교는 큰 창문을 통해 빛과 공기가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친환경적 건물이 지어져 학생들에게 포근함과 아늑함을 준다.
야르벤빠 고등학교 내부는 광장(식당 및 휴게실)을 중심으로 교실과 작업실이 방사형으로 설계돼 열린 소통공간으로 활용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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