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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문화로 거닐다<133> / 진공관 카페 ‘아나로그’ 허경회 대표
따뜻하고 부드러운 진공관 앰프, 함께 만들지 않을래요? / “자기만의 음색 가진 앰프 만들 수 있어 매력” / 조명 갖춘 무대도 마련…음악감상회 열 예정
등록날짜 [ 2017년09월25일 13시45분 ]

추억은 힘이 세다. 디지털에 밀려 사라질 것 같았던 LP가 돌아오고, 타자기의 경쾌한 소리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아날로그의 귀환은 새로움을 강요당하는 첨단사회의 피로감에서 시작하는지 모른다. 조금 더디고 느려도 인간적인 따뜻함이 필요한 것이다. 지난해 문을 연 진공관 음악카페 ‘아나로그’가 반가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색의 진공관 앰프를 만나고 직접 만들 수 있는 곳이다. 퇴직 후 인생 2막을 진공관 앰프에서 찾은 허경회 대표를 만났다.

- 진공관 카페 ‘아나로그’라는 콘셉트가 독특하다. 어떻게 문을 열게 되었나.
△ 1985년 첫 직장으로 속초와 인연을 맺었다. 속초공항에서 안전시설의 유지보수를 맡았는데 원래 전자공학이어서 전자부품과 친숙한 편이다. 2002년인가 상계동에 있는 선배 집에서 처음 진공관 앰프의 소리를 만났는데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색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진공관 앰프는 어느 것 하나 똑같은 소리가 없다. 양질의 트랜스를 구입하고 내가 원하는 음색을 찾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꼈다. 그렇게 진공관 앰프를 만들기 시작해서 현재까지 200여개의 프리앰프를 만들었다. 지난 2015년 한국공항공사를 퇴직한 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 그게 진공관 앰프이다. 처음 그 음색에 빠진 후 진공관 앰프는 내 인생이 되어버렸다.
- 진공관 앰프는 빈티지 성향의 아날로그한 제품이다. 어떤 점이 매력인가?
△ 진공관 앰프는 지금 시대와 비교하면 구닥다리인데다 효율성도 떨어진다. 과거에는 많이 사용했지만 저음신호가 약하고 고역에도 한계를 보인다. 많은 열이 발생해서 부품의 노후화도 빠르다. 하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색에 중간음역대가 단단해서 쉽게 질리지 않는다. 음악을 많이 듣다보면 진공관 앰프 특유의 정갈한 편안함으로 마음이 기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자기만의 음색을 가진 앰프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신호부와 자장의 영향 등 다양한 변수에 대한 이해를 넘어서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앰프를 만들 수 있다.
- 카페에 무대도 있고, 진공관 앰프도 많이 보인다.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다양한 활용을 생각하고 만든 것 같다.
△ 처음 카페를 만든다고 생각할 때부터 3가지 콘셉트로 공간운영을 생각했다. 먼저 무대를 만든 이유는 음악 활동을 하는 아이들의 리허설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등을 배우는 학생들이 경연대회에 나가서 가장 곤혹스러운 일이 강한 조명과 무대 공포증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공포증도 없애고 리허설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돈이 부족해서 그랜드 피아노를 사지 못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경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각종 음악동호회의 활용 공간이다. 현재 BS&BP라는 클래식 동호회가 매월 둘째, 넷째 주 일요일 오후 7시에 청음회를 하고 있다. 앞으로 재즈와 팝 음악감상 동호인을 모집해서 장르별 음악 감상회를 할 예정이다. 현재 스피커는 1950년대에 나온 알텍 210에 직접 만든 진공관 앰프를 물리고 있다. 세 번째는 진공관 앰프제작에 관심 있는 시민들과 진공관 앰프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초보자가 쉽게 접근할 수는 없지만, 열정만 있다면 가능하다.
- 진공관 앰프를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일반인도 어느 정도 배우면 가능한 일인가?
△ 일반인이면 대략 3개월의 과정이 걸린다. 이론보다는 실습이 중요하다. 전원부 구성에 대한 이해와 신호부 증폭, 자장 영향에 대한 이해 등 실습위주로 알게 된다. 완성품을 위한 케이스 가공까지 배우게 된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중요한건 열정이다. 자기가 원하는 음색을 찾기 위한 과정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리 겁을 낼 필요는 없다. 열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문을 연 이후 가끔 연락 오는 분들이 있기는 한데 아직 진공관을 만들겠다고 직접 오시는 분은 없다. 아무래도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인 것 같다.
‘아나로그’ 카페 뒷마당에는 진공관 앰프를 조립할 수 있는 부품들이 가득한 컨테이너 창고가 있다. 전원 트랜스, 고용량초크, 앰프 상판 등 조립을 위한 부품은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세상에서 하나뿐인 음색의 앰프로 탄생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느리고 힘든 수공업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오래 전에 잊혀진 단어 진공관 앰프에서 아날로그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본다.
(문의 : https://cafeanalog.modoo.at)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허경회 대표가 직접 제작한 진공관 앰프는 지금까지 200여개가 된다. 현재 그의 카페에는 30여개가 있는데 각자 다른 음색의 소리를 들려준다.
카페 아나로그 무대. 음악경연대회를 위한 리허설 공간으로 조성했지만 아직 준비가 부족해서 전시기능만 있다. 무대를 비추는 커다란 조명은 실제 무대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달았다고 한다.
진공관 앰프는 다양한 변수에 의해 음색이 결정된다고 한다. 처음 3개월간의 실습과정을 거친 후 자신의 색깔을 찾는 일이기에 개인의 열정이 중요한 작업이다.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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