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사람 행복 중심의 미래형 학교
②핀란드의 라또까르타노학교와 야르벤빠 고등학교
③덴마크의 헬러럽학교와 에프터스콜레
④독일의 클라렌탈 학교와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종합학교
⑤고성의 행복더학기 학교
아직까지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만연한 학벌주의 풍토에 따른 입시 및 점수 위주의 교육으로 급변하는 세상을 우리 청소년들이 적응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유럽의 학교는 사람 행복 중심의 교육에 중점을 두고, 단순 주입식 교육이 아닌 학생 개개인의 자아를 찾아 미래사회에 어떻게 살아갈지를 도와주는 ‘인생 길라잡이’ 역할교육까지 하고 있어 미래형학교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설악신문은 국내와 유럽의 교육강국인 핀란드와 덴마크, 독일의 혁신교육 모델을 통해 강원도의 미래교육 해법을 모색한다.
경남 양산 화제초등학교는 2015년 경남형 혁신학교인 ‘행복학교’로 지정됐다.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들어 가는 미래형 학교’로 알려져 전국에서 벤치마킹을 한다. 창원 태봉고는 공립형 대안학교의 모델이다. ‘문제아 집합소’로 여겼던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을 깨고 ‘교육의 본질을 찾는 학교’로 자리매김 했다. 닮은 듯 다른 두 학교의 철학은 ‘사람 행복 중심’이다.
■통폐합 대상서 벤치마킹 학교로
양산시 원동면의 작은 시골마을에 자리잡은 화제초등학교(교장 박정화)는 대부분 시골의 작은 학교들이 그렇듯 한때 학생수 감소로 통폐합 대상에 올랐었다. 하지만 이젠 전교생이 100명이나 될 정도로 여느 도시학교 부럽지 않는 명문학교로 성장했다.
이는 폐교위기에서 학교, 학부모, 동창회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결과다.
박정화 교장은 “지난 2000년 초반부터 학생 수가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한때 30명 이하로 줄면서 통폐합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며 위기감을 느낀 교직원, 학부모, 지역주민, 동창회가 모여 ‘학교 살리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로부터 재능기부를 받아 만화부, 예능부, 스포츠부, 종이공작부, 만들기부, 밴드부, 수공예부 등 다양한 교육활동을 구성하고 찾아오는 학교가 되도록 학교 환경을 바꿔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색적인 교육활동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 2006년부터 학생수가 늘더니 인구가 감소되던 마을도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화제초교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 정해진 일반학교 틀에서 벗어나 교사와 학생이 함께 교과서를 만들거나 어린이 선정도서를 교과서로 사용한다. 교실을 벗어나 삶과 연관되는 체험중심으로 수업을 구성하고, 학생들은 텃밭을 가꾸며 자연과 생명에 대한 소중함도 배운다.
모든 교육활동들은 ‘나의 성장기’를 통해 관리하고 교과발달 및 창의적 체험활동 평가는 점수가 아닌 수행평가로 대처하고 있다.
지난 7월에 찾아간 화제초교 1학년 교실에서는 국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아이들이 저마다 들고 있는 ‘한글 첫걸음’이라는 교과서는 출판사에서 찍어낸 책이 아니라 김진희 담임교사가 직접 만든 지역화 교과서다. 책에는 화제초교 아이들의 사진과 실명이 등장한다. 마을 전경 사진도 사용해 친근감을 높였다. 6학년 선배들이 쓴 시도 수록했다. 시 가운데 일부는 노래로 만들었다.
김 교사는 “교과서 지문에 얽매이지 않고 학습 주제를 우리 마을과 일상생활에 연관지어 설명하니 아이들이 한글을 훨씬 쉽게 이해한다”고 말했다.
4학년 학생들은 소설 ‘몽실언니’를 읽고 느낀 점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화제초교의 특징인 ‘온책 읽기’ 수업이다. 전 학년이 한 학기 동안 읽을 책 한 권을 선정해 같이 읽고, 토론하고, 체험 활동을 한다. 온책 읽기 수업을 시작한 이후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반으로 줄었다. 이제는 두꺼운 책도 거뜬히 읽어낸다.
3학년 학생들은 이날 양산 8경 현장수업에 나섰다. 한 학기에 30회 이상 체험을 하는 지역화 수업의 일환이다. 교사들은 수업 준비에 부담감도 커졌다고 한다. 그런데도 교사들의 관심은 더 뜨겁다. 매주 목요일이면 이곳 교사들은 창의적인 수업 아이디어와 다양한 교수 기법에 대해 정보를 교환한다.
김진희 교사는 “전에는 학교가 직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젠 내 집보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이 학교가 더 좋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성장하지만 교사들도 아이들을 보며 성장한다”며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해 진다”고 말했다.
■대안학교 편견 깨고 인기학교로
경남 창원시의 태봉고등학교(교장 박영훈)는 전국에서 유일한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다.
태봉고의 교육목표는 ‘서로 배우고 함께 나누는 행복한 사람’이다. 느리더라도 여럿이 함께 가는 공동체 교육을 지향한다. 그래서 학교소식지 이름도 ‘담쟁이’다.
흔히 대안학교라고 하면 기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다니는 곳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태봉고는 이를 깨고 교육의 본질에 접근하면서 인기 있는 학교로 자리매김했다.
교육과정 가운데 43%가 특성화 교과(인턴십·이동학습·나눔활동·노작교육)로 이뤄져 있다.
그 핵심 중 하나는 ‘경험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는 철학 아래 이뤄지는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인턴십 교육방식)다.
아이들은 LTI과정을 통해 꿈을 찾고, 그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미래의 진로를 고민한다.
직업교육프로그램 성격으로 학생들은 매 학기마다 LTI 계획서를 쓴 후 직접 현장 활동을 하고 최종보고서 제출과 함께 학기말에 부모님을 초청해 그 앞에서 발표도 한다.
지난 3년간 LTI 활동결과를 분석한 결과 졸업생의 80%가 LTI 활동 관련 분야로 진출하는 등 정착단계에 이르렀다.
졸업을 반 학기 남긴 3학년 김진아(19) 양은 지난 7월 12일 LTI활동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번 학기 동안 다양한 진로체험을 경험했다. 그런데 제가 꿈꾸는 디자인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대학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대학에 가야되겠다는 충동을 얻었다”며 “여름방학동안 디자인 공부와 대학공부를 병행해 원하는 대학이 아니더라도 원하는 과에 들어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발표했다.
이 발표를 지켜본 김 양의 아버지는 “항상 ‘어린애’라고 생각했는데 소신있게 발표하는 모습에 내 딸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태봉고가 아니면 이런 귀한 이야기를 듣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제는 알아서 삶의 길을 찾아나가고 있어 자랑스럽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의사결정도 민주적인 과정으로 이뤄진다. 매주 수요일 전교생과 모든 교사가 참석하는 공동체회의에서 중요 사안을 결정한다. 회의는 총학생회장이 이끌며 학생들은 교사와 동등하게 한 표씩 투표권을 갖는다. 생활규율도 여기서 결정된다.
박영훈 교장은 “차별화된 교육은 프로그램보다 사람에 달려 있다. 어떤 마음을 갖고 아이들에게 다가서느냐가 중요하다”며 “교육과정 면으로는 입시보다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는데 근접한 LTI교육이 학점제와 연계해 일반학교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용수 기자 ellan9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경남 양산시의 화제초교 아이들은 틀에 박힌 수업이 아닌 교사와 아이들이 자주적인 학습으로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고 있다.
경남 창원시의 태봉고등학교 2학년의 한 학생이 LTI발표 후 부모와 담임교사, 급우들로부터 축하를 받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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