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가 변하고 있다. 자고 나면 고층빌딩 건립 소식이다. 자본과 사람이 몰려온다. 물들어 올 때 노를 젓는다고 하지만 물길의 방향도 중요하다. 도시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속초다움’을 지키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속초시립박물관이 국립민속박물관과 개최한 공동기획전 ‘실향을 딛고 세운 도시 속초’는 그런 의미에서 주목받을 필요가 있다. 급변하는 속초의 흐름 속에 ‘속초다움’을 생각해보자고 권하기 때문이다. 실향민 관련 전시의 대대적 리뉴얼, 속초 역사와 문화의 새로운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속초시립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를 정종천 학예담당에게 들어 보았다.
현재·미래까지 살피는 실향 전시
- 전시의 제목 ‘실향을 딛고 세운 도시, 속초’는 실향을 과거에 묶어 둔 것이 아니라 어업에서 관광까지 이어지는 도시 발전의 변화 속에서 조명을 한 것 같다. 전시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 달라.
△ 기존의 실향민 관련 전시와 다른 점은 속초의 과거와 현재를 실향의 역사 속에서 바라본다는 점이다. ‘속초리’에 불과했던 속초가 어업의 활황과 피난민의 유입으로 활기를 띠고, 설악산 개발과 함께 관광도시로 도약하는 과정이 도시의 정체성을 돌아보는 계기이자 국제적 관광도시로 성장하는 속초의 미래상을 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 속초시립박물관 개관 이후 처음으로 리뉴얼에 가까운 변화를 보여주는 것 같다. 특히, 제2전시실의 ‘실향민 전시’는 대대적인 변화를 보여주었다.
△이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과 함께 하는 ‘K-museums 공동기획전’ 공모사업에 당선되면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상설전시로의 전환을 위해 우리 박물관의 자료만으로 전시를 하기로 했다. 실향민 권문국님의 자서전과 일기 ‘자신의 경로’, 고 여봉훈의 ’도민증’ 등 새로운 유물은 실향의 삶을 보다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전시이다.
- 고 길태주 선생 기증 유물전도 개최되고 있다. 박물관이 건립된 이후 10년이 지났는데 기증 유물은 많이 확보되었는지.
△길태주 선생을 비롯해 폴펜쳐, 디킨스 등의 미군 사진, 사진작가 고 최구현 선생 등 대량으로 유물을 전해준 분들을 포함하면 1,500점이 된다. 민속품이 대부분인데 길태주 선생처럼 대량으로 기증하신 분들은 특별전을 개최한다. 기증문화가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하기도 했지만 본인의 물품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도 많다. 속초시립박물관에서는 기증자가 연락하면 기증물품의 가치를 확인 후 기증증서를 드리고 특별전시를 통해 시민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속초의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제1전시실도 새롭게 단장을 한 것 같다.
△지난 해 롯데리조트를 개발하면서 발견된 속초 외옹치의 신석기 유물을 전시하면서 속초의 초기 역사 부분이 새롭게 추가 되었다. 그동안 조양동 선사유적지를 통해 속초의 역사가 청동기 시대에 머물렀는데 이번 유물은 신석기로 앞당기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또한, 유정충 선장 등 속초의 인물을 보다 강조했다는 점도 새로운 변화이다.
겨울에 속초 수산업 조명 전시
- 올해 박물관 사업은 이번 전시가 마지막인가.
△ 속초의 수산업을 조명하는 전시를 겨울에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가칭 ‘나릿가 사람들의 삶과 풍경’이라고 이름을 붙여봤다. 이번 전시에서도 언급했지만 속초 발전은 수산업에서 시작한다. 과거 수산업의 영광은 오늘의 속초를 만든 기틀인 만큼 도시 정체성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고 최구현 선생의 사진과 대한뉴스 속 속초 수산업 풍경 동영상, 어구와 유정충 선장에 관한 기사 및 자료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 박물관은 초기의 걱정과 달리 속초의 가장 중요한 문화콘텐츠가 되었다. 앞으로의 발전 방향이나 바람이 있다면.
△최근 건설붐이 일면서 외옹치와 청호동에서 역사적인 유물이 발굴되고 있다. 개발이 시대의 흐름이라면 그 속에서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고 역사적 가치를 고민하는 일이 박물관의 역할이다. 그런 만큼 박물관이 해야 할 일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그 중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속초의 선사유적을 정리하여 시민들과 소통하는 일이다. 속초시립풍물단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고민도 새롭게 전환해야 한다. 전국적인 기량에 비해 예술성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관내에 머무는 예술단이 아니라 속초의 문화적 품격을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는 정도로 활동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정종천 담당은 속초시립박물관 개관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그는 역사적 가치를 고민하는 일이 박물관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속초시립박물관이 지난 십년간 일반 시민에게 기증받은 유물은 1,500점 정도이다. 시민 한분 한분의 소중한 사연은 문화재를 다루는 마음으로 보관하고 있다.
청호동에서 건립 중인 아파트 ‘아이파크’ 건설현장에서 발굴한 유물. 구석기 시대와 철기 시대의 유물로 외옹치에서 새롭게 발굴한 신석기 유물과 함께 속초의 역사를 더욱 넓혀줄 수 있는 중요한 문화재이다. 속초시립박물관은 내년 상반기에 이 유물도 위탁받아 속초의 선사유적을 정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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