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축제 준비로 경남 거제 포로수용소와 부산 40계단 문화관 일대를 견학했는데, 이 지역은 나름대로 당시 현장을 재현하는데 공을 많이 들여 관광지화 했더라고요. 우리 지역도 이에 못지않은 실향민 콘텐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장이 구축되지 못해 명실상부한 실향민문화축제가 될까 고민해봅니다.”
올해 초 제2회 전국 실향민문화축제를 준비하는 관계자가 비친 속내다.
40계단마을 새롭게 봐야
주지하다시피 지금의 수복로는 옛 동해북부선 철길을 따라 개설했다. 1･4후퇴 후 이북피난 민들이 옛 철도부지에 접한 마사토산 위에 판잣집을 짓고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망향의 한을 달래던 곳이다. 이제 실향민1세대들은 80대 중후반으로 삶의 종착지를 바라보고 있다.
수복로 개설 당시 본지는 옛 철길 따라 삶의 애환이 담긴 곳을 재현해 중앙시장과 속초역을 연계한 관광벨트로 조성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속초초등학교 정문 옆에 있던 뻥튀기 장소, 40계단, 속초역 등을 도로를 개설하면서 재현하자는 내용이었지만 ‘쇠귀에 경 읽기’가 되었다.
속초지역만의 특성을 살린 40계단마을 재생사업을 다시 한 번 제안한다.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 5개 사업유형 중 중심시가지형(상업, 창업, 역사 관광, 문화예술 등)을 도입해 마을사람들의 수입에도 이바지하고 관광객들이 속초관광수산시장과 연계된 패키지투어로도 활용하고, 이에 더해 40계단 공가들을 매입해 40계단 문화관 등을 지어 금호동 주민센터도 이전하는 방안이다.
40계단 하면 아바이마을과 함께 속초의 대표적인 실향민촌이다. 지금은 옛 철길이 없어지고 수복로가 뚫려 예전의 40계단은 사라지고 옹벽과 함께 새로운 40계단이 만들어졌다. 옛 철길 주변과 40계단 위에 살던 많은 사람들도 개발과 함께 마을을 떠났다. 우렁골 산동네가 개발광풍에 들어갔고 40계단마을과 노가리촌마을도 개발광풍에 편입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차제에 속초시가 선제적으로 나서 재생사업을 통해 지속가능한 문화관광마을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원래 40계단은 산위 판자촌을 오르내리던 작은 오솔길이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자 오르내리기 편하게 흙을 다져 40계단을 만들었다. 산위 집들이 불어나 하수도 개설이 필요하자 새마을운동으로 발 딛는 곳만 벽돌로 계단화해 40계단을 보완했다.
겨울철 연탄배달 리어카나 생선과 어구를 실은 리어카가 40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해 그 당시엔 7~8명이 리어카를 통째로 들어서 수송했다. 두 사람이 겨우 교차할 정도의 좁은 40계단을 오르내렸을 한 많은 사람들의 한 많은 세월 이야기는 망각의 깊은 강 속에 묻혀있다. 지금의 40계단을 오르내려보라. 폭 1m 정도에 옹벽을 따라 조성돼 너무나 볼품도 없고 의미도 없다. 40계단마을을 새로운 눈으로 봐야 한다.
부산 40계단 문화관 사례
부산 40계단 문화관은 지난 1950년 한국전쟁 당시의 역사와 애환이 담겨있는 40계단을 테마로 지역문화의 전통과 정체성을 살리는 기념비적 복합역사문화 공간으로 지난 2003년 2월 12일 개관했다. 생활 속 문화 소통공간인 ‘생활문화센터’와 중장년층에게는 아련한 추억을 전하고 자라는 청소년에게는 역사의 산교육장인 ‘40계단 기념관’으로 구성돼 있다. 5층 전시실은 1950년대 40계단을 중심으로 피난살이를 했던 피난민들의 고된 생활상을 담은 사진과 생활용품 등이 전시돼 있고, 수준 있는 문화강좌, 다채로운 문화예술 관련 전시와 문화예술 단체 및 동아리 활동 공간 등이 꾸며져 있다. 모두 6층 건물에 1,2층은 동광동 주민센터로 사용하고 3~6층은 40계단 문화관으로 쓰고 있다.
부산 40계단 문화관처럼 40계단마을 재생사업을 통해 문화예술과 관광이 접목된 테마 공간을 조성해보자는 것이다. 기존 40계단을 횡에서 종으로 확대하고 물지게 동상과 뻥튀기 아저씨 동상, 명태 찍는 어머니 동상 등 다양한 그 시절 사진을 기초로 우리만의 동상으로 구성해보자.
아울러 우리가 잊고 살던 동네골목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언덕 따라 숨차게 달리고 술래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숨죽이던 골목. 칼싸움에 딱지치기에 구슬치기까지 동네 놀이터였던 그 골목. 좁다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 집 대문색깔부터 밥상 위 수저가 몇 개 놓이는 지까지 훤히 꿰던 그 골목. 한겨울 이웃집과 어깨를 나란히 한 처마 끝에서 반짝이는 고드름 칼자루를 손에 쥐던 골목. 폭설이 오면 골목길 땅바닥에 구덩이를 파고 오물을 넣은 뒤 눈을 덮어 행인이 허방다리를 찍게 만든 골목.
그 동네골목을 재생사업으로 살리면 마을주민들의 소득증대는 물론 속초관광수산시장에만 몰리는 관광객들을 분산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수영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속초40계단마을은 1･4후퇴 후 이북피난 민들이 옛 철도부지에 접한 마사토산 위에 판잣집을 짓고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망향의 한을 달래던 곳이다. 수복로 개설 후 예전의 40계단은 사라지고 옹벽과 함께 새로운 40계단이 만들어졌다.
부산40계단 문화관광테마거리 기찻길에 설치돼 있는 뻥튀기 아저씨 동상.<출처 : 부산40계단문화관 홈페이지>
명태 잡이 배마다‘물지게’라 부르는 여자가 꼭 동승했다. ‘물지게’는 배에서 필요한 땔감과 식수를 책임졌다. 물지게로 보이는 아낙네가 낚시함지 2개를 포개서 머리 위에 얹고 그 위에 땔감을 실은 후 반합과 수고비로 받은 생태를 짊어지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제공 : 속초시립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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