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고성의 석호 생태관광벨트 조성사업과 설악권 동해안 석호의 관리 실태
②람사르 협약 등 석호 보전에 따른 주민갈등
③람사르 등록 습지인 인제 대암산용늪과 영월 한반도 습지
④석호, 그대로 보전과 관광지 주력한 일본Ⅰ
⑤석호, 그대로 보전과 관광지 주력한 일본 Ⅱ
⑥고성의 석호 생태관광벨트 사업의 나가야 할 방향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석호를 보유하고 있는 고성군이 지난해 화진포 호수 복원사업을 시작으로 관광벨트 조성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이 사업은 동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지형이지만 부실하게 관리돼 왔던 고성관내 7개소의 석호를 생태복원 사업을 통해 보전·관리하며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하기 위해 추진됐다.
향후 철새의 도래지나 중간 기착지가 될 수 있도록 석호 생태환경을 되살려 람사르 습지 지정에도 나선다는 것이 최종 목표다.
고성군은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의 석호인 화진포호의 생태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오는 2018년 5월까지 2년 동안 총 70억3,000만원을 들여 화진포 일원에 19만1,815㎡ 규모의 생태습지 4개소와 완충습지 2개소, 생태탐방로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난 7월까지 총 32억원을 투입해 4개소의 생태습지 가운데 현내면 초도습지와 거진읍 화포습지 등 2개소의 생태습지 조성사업을 마치고 수생식물 식재만 남겨 놓았다. 이곳에는 생태탐방로를 비롯해 생태관찰쉼터, 야생화교육장 등이 마련됐으며, 앞으로 주변학교와 연계한 생태학습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군은 지난달부터 내년 5월까지 총 38억여원을 투입해 나머지 2개 습지 및 완충습지를 조성하고, 현내면 죽정리 화진포 호수변에 생태교육센터도 건립할 계획이다.
군은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송지호도 생태계 복원사업을 진행하는 등 석호생태관광사업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고성군이 추진하고 있는 석호 생태관광벨트사업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사업부서인 환경보호과의 변영국 환경기획담당과 속초고성양양 환경운동연합 장석근 공동의장, 고성군의 석호 생태관광벨트 조성사업 타당성 조사용역의 자문을 맡았던 강원대 환경연구소 최재석 연구교수의 의견을 들어봤다.
“석호 보전·이용 주민의견 수렴”
변영국 환경기획담당은 석호의 보전관리계획에 대해 “고성의 석호는 동해안 다른 지역보다 생태학적으로 가치가 큰 자연자원이다. 하지만 석호의 난개발이 이뤄져도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 석호 생태계가 악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생태복원사업과 함께 체계적인 사후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변 담당은 “이를 위해 지난해 관련기관 및 전문가를 초청해 석호의 보전과 이용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했고, 석호 중장기 기본계획 수립용역에 이어 올해는 석호 발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향후 국내외 석호 전문가와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석호포럼을 개최해 보전과 이용에 대한 이해 증진도 도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 담당은 람사르 습지등록 추진에 대해 “습지보호지역 지정과 람사르 습지 등록은 장기적인 과제로, 지역주민 등 이해 관계자와 관련기관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이용하는 석호의 자연환경보전 및 이용에 대한 기틀마련에도 각별히 신경을 쓸 것”이라고 했다.
특히 “아름다운 자연유산인 석호의 체계적인 사후 관리와 생태관광의 활성화로 지역 홍보 및 주민 소득사업에 기여하기 위해서라도 람사르 습지 등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철새 와야 람사르 습지 등록 가능”
장석근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생물의 다양성을 품고 있는 석호는 철새들의 도래지 또는 중간 기착지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철새는 환경의 바로미터(척도)로 자연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보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하지만 고성군이 화진포호에 추진하는 생태복원사업은 철새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사람의 접근 방식으로만 개발하고 있어 하루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장은 “부실하게 관리돼 온 석호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석호의 최상의 포식자인 철새가 돌아올 수 있도록 석호 전반을 봐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개발에서 앞서 석호 속 생태계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기초조사를 기반으로 보전지역과 완충지역을 확실하게 구분한 후 인간이 아닌 석호 중심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의장은 “지금까지 석호 복원사업이 수질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실례로 고성군뿐 아니라 모든 석호 복원사업이 인공습지를 조성해 수질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이를 위해 석호를 마구잡이로 파헤쳐 오히려 생태계 교란으로 철새가 찾지 않는 죽은 석호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위적인 공사는 그 일대의 생태계를 파괴시켜 자연치유가 될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철새들이 찾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장 의장은 “원주지방환경청도 석호관리를 수질에만 맞춰 추진하다 보니 석호를 포괄적으로 보는 자연보존과가 아닌 수질총량과에서 석호를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장 의장은 “람사르 습지 등록은 단순 인공적으로 자연경관이 잘 조성된 석호가 아닌 환경의 척도인 철새의 도래지를 만들어야만 가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행정이 일방적으로 석호 복원 및 개발사업을 추진하기보다 석호 주위의 오염원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복원부터 유지 관리사업까지 지역주민들도 참여시켜 석호를 보전해야 하는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위적 시설물 설치·준설 억제해야”
최재석 강원대 환경연구소 교수는 “동해안 석호는 약 1만여년 전부터 해수면 상승 및 사주, 사취 등에 의해 형성돼 지형지질학적 가치뿐 아니라 석호의 천이(변천)과정을 통해 기수생태, 담수생태, 육화생태 등의 다양한 생태학적 가치도 제공하고 있다”며 “여기에 오랜기간 인류의 생활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인류역사학적 가치도 내포돼 있는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고성의 석호는 국내 유일의 자연호(석호)를 천이과정별로 관찰할 수 있어 연구 및 자원가치가 무한하다”며 “행정뿐 아니라 주민들도 석호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연구 및 보전 노력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고성의 석호는 국가가 나서 생태 및 습지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한 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해 체계적인 보전과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고성군의 석호들은 천이과정별로 고루 분포돼 있어 석호 그대로의 가치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접근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석호 보전 또는 복원이라는 명목 하에 수질개선만이 석호복원사업의 전부인 것처럼 인위적인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준설 등으로 석호를 역천이 시키는 행동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용수 기자 ellan9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변영국 고성군 환경보호과 환경기획담당
장석근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최재석 강원대 환경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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