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경동대 속초캠퍼스 학과 이전 후 상권 붕괴된 학사촌
2. 가톨릭관동대 양양캠퍼스 기능 전환 촉구하는 양양지역
3. 경동대 일부 학과 수도권 이전 상생협약 체결한 고성지역
4. 제천 세명대 수도권 제2캠퍼스 설립 추진 지역사회 우려
5. 폐쇄 절차 돌입한 한중대 살리기 동해지역 사례
6. 설악권 대학 공동화 해결 방안-지역거점 국공립대학 설립 등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에 일조했던 대학들이 떠나고 학과를 이전하면서 설악권이 대학 없는 지역으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가톨릭관동대 양양캠퍼스가 개교 12년 만인 지난 2007년 모든 학과가 강릉 본교로 이전해 폐쇄됐다. 또 80~90년대 속초지역 경제를 주도했던 구 동우대학(경동대 설악2캠퍼스)은 지난 2012년 경동대와의 통합 이후 모든 학과가 이전하면서 현재는 호텔조리학과 등의 실습장으로 이용되는 정도다. 학생들이 모두 떠나버린 양양읍 거마리·임천리와 속초 노학동 노리마을 등은 한 동안 큰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설악권에서 유일하게 명맥을 유지하던 경동대 고성글로벌캠퍼스도 2018학년도부터 전체 18개 학과 가운데 11개 학과가 양주캠퍼스로 이전한다. 이에 따라 신입생 모집 정원이 570명에서 160명으로 대폭 감소하게 됐다.
고성글로벌캠퍼스 상황을 지켜보는 설악권 주민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 학생들이 모두 떠나 캠퍼스만 남아있는 가톨릭관동대 양양캠퍼스와 경동대 설악2캠퍼스의 전철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이에 설악권 대학 공동화를 우려하는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이와 유사한 진통을 겪고 있는 충북 제천 세명대와 동해 한중대의 사례를 통해 앞으로의 해결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학생 없는 경동대 설악 제2캠퍼스
지난 1일 오후 찾은 경동대 설악2캠퍼스. 평상시면 개강초기라 활기가 넘쳤을 캠퍼스는 적막감이 돌았다. 방학기간 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강의실을 찾아 이리저리 발길을 옮기는 학생들의 모습은 이젠 과거 속에 묻혔다.
경동대 설악 제2캠퍼스 전신인 동우대학 개교 때부터 역사를 같이 해온 학생회관과 동아리방이 있었던 ‘영북관’은 자물쇠가 굳게 채워졌고, 건물 외벽은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다. 기숙사 건물 앞에는 출입 통제시설이 가로막고 있고 잔디밭에는 장기간 관리가 안 된 듯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동우대학은 1980년 3월 설립됐으며, 2012년 2월 경동대와 통합하면서 설악 제2캠퍼스로 변경됐다.
지난 2015년 통합 3년 만에 모든 학과가 이전하면서 동우대학 때부터 30여년 넘게 학생들로 북적였던 학교 후문 일대 노리마을의 학사촌은 붕괴됐다. 학생들 관련 업종은 모두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를 건설과 운송 관련 업종들이 메웠다. 간혹 ‘동우복사’, ‘전설의 분식’ 등의 간판이 예전에 학사촌이었음을 보여줄 뿐이었다.
정군철 노리마을 통장은 “학생들이 모두 떠난 지 3년이 됐는데 아직도 마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원룸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60대 주민은 “학생들이 마을에서 다 빠져나가 허탈한 심정이다”며 “학생들의 빈 자리를 건설인력이 메워줘도 학생들로 활기가 넘치던 그 때가 좋았다”고 아쉬워했다.
■2015년 모든 학과 이전
경동대 설악 제2캠퍼스 전신인 동우대학은 지난 2004년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전체 19개 학과 중 10개 학과를 원주 문막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추진하면서 지역사회와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지역 주민들은 학교측이 단계별로 모든 학과의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으나, 학교측은 보건계열 등 경쟁력 있는 학과를 잔류시키겠다며 지역사회를 달랬다.
하지만 당초 약속과 달리 학교측은 지난 2009년 보건계열 학과를 원주 문막캠퍼스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고교 졸업생의 급격한 감소와 수도권 집중 및 4년제 대학 선호현상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당연히 지역사회가 강하게 반발했다
지역사회는 동우대학 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전 계획 백지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당시 동우대학이 이전하면 연간 500억~8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 원룸 600실과 상가 20곳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2년 동우대와 경동대의 통합으로 설악2캠퍼스의 입학정원이 371명으로 크게 줄어든데 이어, 2015년 모든 학과가 고성글로벌캠퍼스로 이전하면서 지역사회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경동대는 “현재 설악제2캠퍼스에 사무처, 산학협력단, 창업지원단, 평생교육원 등이 입주해 있고, 학교 시설물의 일부를 호텔조리학과와 해양심층수학과 실습장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산학협력단에서 대학본부 건물 등을 창업보육기업 유치를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정군철 통장은 “그나마 학생들이 떠난 원룸 등을 시내 대형 공사현장의 건설인력들이 메워주고 있어 다행이다”며 “더 이상 학교가 문을 열지 못한다면, 리조트와 콘도 등의 시설물이 들어와 주민소득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모든 학과의 이전으로 학생들이 떠나면서 정적만이 감돌고 있는 경동대 설악 제2캠퍼스 후문 주변 모습.
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2010년 10월 춘천지법 속초지원 정문에서 동우대학 이전에 따른 주민손해배상 청구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