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은 1950년대 초반 남녀공학이었던 속초중학교 1학년 학생이라고 한다. 아직 교복이 없어 일상복을 입은데다 변변찮은 책가방도 없던 시절이어서 보자기책보가 전부였다. 그래도 얼굴에는 학교에 다닌다는 자랑스러움이 묻어난다. 학생들 뒷배경의 집도 이채롭다. 지붕과 벽의 마감재는 미군의 전투식량 박스라고 한다. 목재만으로는 한기를 막을 수 없기에 당시 쉽게 구할 수 있는 미군박스로 만든 것이다. 2011년 장롱사진공모전 은상 작품에 담긴 이야기다.(사진 1)
속초문화원의 장롱사진공모전이 2017년 다시 부활했다. 9월 11일부터 10월 16일까지 접수를 받는다. 공모분야는 △근현대(1900~1989년) 속초시민의 생활모습(인물·가족·유년시절·일상생활·기념사진 등) △속초시의 자연·경관모습(문화유적·생활상·발전상·건조물·골목) 등 속초의 시대상과 변화가 반영된 사진이다.
지난 2010년 처음 시작한 장롱사진공모전은 ‘당신의 추억이 속초의 역사입니다’라는 주제로 2013년까지 진행한 사업이다. 장롱으로 대표되는 옛 추억의 사진이 속초의 소중한 역사의 일부분임을 상기시킨 계기가 되었다. 매년 100장이 넘는 사진이 몰렸고 뜻밖의 소중한 발견도 많았다.
2010년에는 속초고등학교 제1회 입학식 사진과 속초 8경의 하나인 ‘학무정’의 초기 모습(사진 3)이 발견되었다. 사진으로는 모두 처음이었다. 특히, ‘학무정’의 경우 지금은 사라진 ‘구곡동천’ 현판과 분합문이 그대로 담겨있는 30년대 사진이어서 그 가치가 높았다. 2011년에는 1939년의 청초호 모습이 담긴 사진이 금상을 수상했다. 멀리 보이는 청대산과 호반의 돛단배가 청초호의 옛 명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도문동에 위치한 충헌탑의 옛사진도 화제였다. 충혼탑은 속초시 출신의 전몰군경을 추모하기 위해 1964년 5월 동명동 등대 서편 성황당 산등성이에 건립되었다. 이 탑은 1969년 5월에 속초시의 주관으로 영랑호 보광사 남동쪽 현재의 체육공원 자리로 이전되었는데, 그 당시 사진에서 충혼탑의 한자 이름이 지금과 달리 ‘忠獻塔’으로 새겨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장롱사진공모전의 가치는 역사적 희귀성에만 있지 않다. 옛 앨범 속 지난 시절의 흔적이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공동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 더욱 값진 성과였다. 이제는 찾을 수 없는 동네 풍경과 생활상은 누구에게나 추억의 한순간을 선물했다.
2012년 금상 수상작 ‘아버지를 기다리며’(사진 4)는 청초호 방파제에서 만선의 꿈을 싣고 떠난 어부 아버지를 기다리며 놀고 있는 순간을 찍었다. 항구에는 미역배가 예인선에 끌려오고 멀리 영금정 등대가 보인다. 70년대 속초바다는 생업의 현장이자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좁다란 골목길에서 놀다가 누군가의 사진기 앞에서 함박웃음을 짓는 아이들(2012년 동상, 사진 5), 구멍가게 앞에서 장난감 선글라스를 끼고 무표정의 모델 역할을 하는 아이들(2011년 동상, 사진 6), 결혼식을 끝내고 오토바이를 타고 설악산으로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2011년 동상). 그들의 오토바이는 축의금이 없는 처남이 흔쾌히 빌려주었다고 한다. 누군가의 앨범에서 꼭 발견할 수 있는 흑백사진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대의 추억이 묻어있다. 장롱사진공모전은 이런 사진을 통해 속초의 풍속과 생활상, 거리의 변천을 만날 수 있는 행사이다.
속초문화원 김계남 원장은 “장롱사진공모전은 새로운 발견이 아니라 잊혀졌던 우리의 추어을 다시 만나는 것에 더욱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 오랫동안 열어보지 않은 옛 앨범을 다시 한번 열어보면 보물같은 추억이 있을 것”이라며 시민의 많은 참여를 부탁했다.
이번 공모전은 예전에 비해 당선작 상금도 늘었다. 대상 1명 100만원, 금상 1명 70만원, 은상 2명 30만원, 동상 3명 10만원, 입선 1만원이다. 사진제출은 그 내용의 설명을 위해 속초문화원사무실에 직접 방문해야 하며, 접수원서는 속초문화원 홈페이지에서 받을 수 있다.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2011년 장롱사진공모전 은상 수상작. 1950년대 초반 남녀공학이었던 속초중학교 1학년인 소녀들.
2012년 금상 수상작 ‘아버지를 기다리며’. 청초호 방파제에서 만선의 꿈을 싣고 떠난 어부 아버지를 기다리며 놀고 있는 순간을 찍었다.
2011년 동상 수상작 ‘선글라스를 쓰고’. 구멍가게 앞에서 장난감 선글라스를 끼고 무표정의 모델 역할을 하는 아이들.
2012년 동상 수상작 ‘아버지세대의 어린 시절’. 좁다란 골목길에서 놀다가 누군가의 사진기 앞에서 함박웃음을 짓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2010년 은상 수상작인 ‘학무정 앞에서’. 지금은 사라진 ‘구곡동천’ 현판과 분합문이 그대로 담겨있는 30년대 사진이어서 그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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