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마을 앞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 앞이 꽉 막혀 걱정인데다, 조양동에서 하나 남은 자연부락이 사라지게 돼 너무 아쉬워요.”
지난 22일 오후 속초 조양동 청대리마을 골목길에서 고추를 말리던 한 주민은 이 같이 말하며 한 숨을 쉬었다.
이 주민은 “13년 전 발생한 청대산 산불로 마을 대부분이 폐허로 변했지만, 주민들은 재기의 의욕을 다지며 농촌마을의 모습을 지켜왔다”며 “하지만 대단위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 대대로 내려온 자연부락의 모습이 사라지게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마을 주민들은 최근 ‘청대리 부지에 아파트 건설을 절대 반대한다’, ‘조망권 침해! 마을주민 다 죽이려 하느냐!!’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아파트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마을 주민대표들은 이날 오후 주민들의 민원을 전달하기 위해 속초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민은 “마을 가옥 대부분이 북쪽을 향해 있어 아랫마을(청대리경로당 아래쪽)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 윗마을 주민들은 조망권 침해 등의 피해를 입게 된다”며 “당장 농로가 고층아파트에 막힐 경우 아파트를 돌아서 갈 수 밖에 없어, 농사를 짓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마을경로당에서 담소를 나누던 할머니들도 마을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한결같이 “아파트 개발 소문으로 마을이 시끄럽고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현재 아랫마을 10여 가구 대부분이 부동산업체와 토지매매 계약을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윗마을에는 현재 15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동 지역은 최근 대단위 아파트 개발로 온정리와 논산리 등의 자연부락마을 모습이 사라졌으며, 지금은 청대리가 위협받고 있다.
장진원 청대리마을 통장은 “아랫마을에 이어 윗마을에도 아파트가 들어온다는 소문에 주민들이 아파트 건설 반대 현수막을 내걸게 됐다”며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 윗마을의 많은 피해가 예상돼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청대리마을 아파트 건축과 관련해 토지매입이나 사업시행 내용 등이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사업의 윤곽이 드러나면 주민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속초시 조양동 청대리 마을 입구에 아파트 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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