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고성의 석호 생태관광벨트 조성사업과 설악권 동해안 석호의 관리 실태
②람사르 협약 등 석호 보전에 따른 주민갈등
③람사르 등록 습지인 인제 대암산용늪과 영월 한반도 습지
④석호, 그대로 보전과 관광지
주력한 일본Ⅰ
⑤석호, 그대로 보전과 관광지 주력한 일본 Ⅱ
⑥고성의 석호 생태관광벨트 사업의 나가야 할 방향
일본 홋카이도 동부 태평양 연안 쿠시로 시에 위치한 쿠시로 습원(습지대)은 면적이 268.61㎢(고성군 면적 517.69㎢에 약 52%)에 달하는 일본 최대의 습지이다. 지난 1980년 일본 최초의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습지며, 7년 후인 1987년 28번째로 일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쿠시로 습원이 람사르 협약에 이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유는 일본 환경성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멸종위기종인 두루미(1967년에 지정)와 네발가락도룡뇽(기타산쇼우오)의 서식지 등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쿠시로 습원은 고·중·저층습원 중 80%가 저층습원이며 총 154km의 쿠시로 강이 습원을 관통하고 있다. 습원 내에는 토로(Tohro-ko) 호수, 시라루토로(Shirarutoro-ko) 호수, 닷코부코(Takkobu-ko) 호수 등 총 3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자리하고 있으며, 모두 석호다.
이곳에는 약 600 종의 식물과 26 종의 포유동물, 9 종의 양서류 및 파충류, 170 종의 조류, 1,150 종의 곤충, 34 종의 물고기가 확인되는 등 생태계의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지난 1900년경 인간의 사냥과 환경 변화로 일본에서 멸종된 것으로 간주됐던 두루미(단정학)가 1926년 쿠시로 습원에서 발견됐고, 다양한 보존 노력으로 두루미의 개체수가 점차 회복되면서 일본 내 주요 습원으로 자리잡게 됐다.
■주민들과 협의해 보전방안 마련
일본의 많은 습원들이 람사르 협약에 가입한 시기는 1980년부터다. 람사르 협약에 가입된 습원은 현재 모두 50개소(2015년 기준)다. 이중 13개소가 일본 홋카이도에 자리잡고 있으며, 쿠시로 습원이 최초로 람사르 협약에 가입됐다.
1950~1970년대 산업개발을 중시했던 일본은 생물 다양성을 지닌 습지(석호 및 내륙 습지)에 대해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개발의 대상지였고, 한편으로는 개발하기 어려운 불모지이기도 했다.
쿠시로 습원 야생 생물보호센터 관계자는 “한국은 어떨지 모르지만 일본은 습지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습지를 산업적으로 이용하는데 여러 불편이 따랐고, 개발뿐 아니라 농사 짓기에도 어려워 대부분 불모지에 불과했다”며 “습지는 개척의 대상이었지 생태학적인 중요성에 대해 전문가들조차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열도개조론’으로 지역균형발전에 힘을 쏟던 일본은 지방의 공업화를 진행했고, 홋카이도의 드넓은 습지인 쿠시로 습지대도 공업화를 위한 대상지로 삼았다.
그러자, 자연보호론자들과 쿠시로 주민들이 나서서 두루미의 서식지인 습지의 중요성을 제기했고, 쿠시로 시는 주민들과 충분한 논의를 진행하며 습원 일부 지역에 농경지와 주택개발을 시도하는 등 습원개발 가능성 여지도 뒀다.
쿠시로 시는 주민의 의견을 받아들여 연안에서 내륙으로 6km 이내는 개발 가능 지역으로 설정하고, 6km 이후부터는 보전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냈다.
이 시기에 이란의 람사르에서 18개국 대표자들이 모여 습지의 보호와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국제적인 협약인 ‘람사르 협약(1971년)’이 체결되면서 점차 일본에서도 습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고, 습지도 또 다른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후 일본의 환경성은 생물 다양성에 대한 4년간의 정밀조사를 통해 1980년 쿠시로 습원을 람사르 협약에 등록하며 본격적인 습지보전에 나서게 된 것이다.
특히, 람사르 등록 이후 주민들은 쿠시로 습원을 보호구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며 국정공원(광역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공원) 지정을 촉구했고, 일본 정부는 국정공원이 아닌 국가가 관리하는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쿠시로 습원의 자연 생태계가 보전될 수 있었던 것은 습원을 보호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드넓은 쿠시로 습원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의 서식지인 탓에 연중 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고, 쿠시로탄쵸즈루 자연공원 등 일부 구역에서는 겨울철에 한해 두루미에게 먹이를 직접 주는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또 쿠시로 습원에는 여러 전망대가 설치돼 있어 각각 서로 다른 습지의 모습을 볼 수 있고, 특히 ‘호소오카’ 전망대에서는 산들이 병풍처럼 습원을 관통하는 쿠시로 강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주민들이 관리…경제적 이득 제공
쿠시로 습원의 유일한 산책로인 ‘온네나이 나무 숲 산책로’에서는 계절별 다양한 꽃과 야생조류 및 동물들을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어, 사진 애호가들도 즐겨 찾고 있다.
여름에는 습원을 찾는 관광객들이 증기기관열차인 ‘노롯코호(습원을 통과하는 유일한 열차)’를 타고 습원 내면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쿠시로 강 상류에 위치한 ‘토로(Tohro) 호수’에서 쿠시로 강을 따라 약 9km를 카누나 열기구를 이용해 50m 높이에서 습지를 내려다 볼 수도 있다.
일본 환경성에서 파견된 쿠시로 습원 야생 생물보호센터의 사또 테라우치 자연보호관은 “람사르 협약에는 주민들의 현명한 습지이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영, 카누, 승마, 눈썰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누구나 습원을 체험하고 즐길 수 있다”며 “이 모든 것은 주민들에 의해서 관리되고 있어 지역에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수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일본에서 최초로 람사르 협약에 가입한 홋카이도 쿠시로 습원.<쿠시로 습원 야생 생물보호센터 제공>
카누로 쿠시로 습원을 즐기는 관광객들.<쿠시로 습원 야생 생물보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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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시로 습원 야생 생물보호센터 ‘사또 테라우치’ 자연보호관
“습지 보호는 우리 생활을 보호하는 것”
사또 테라우치 자연보호관은 “습지를 자연 그대로 보전하려 해도 산업의 발달은 습지의 환경을 바꿔 놓고 있다. 쿠시로 습원 또한 습원 인근 개발로 가정하수, 축산분뇨 등 부유물과 토사의 유입으로 육역화되는 현상이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며 “최근 인간의 자연훼손에 대한 책임을 공감하는 습지 복원운동이 진행되면서 지난 2002년 ‘자연재생촉진법’이 제정됐다”고 말했다.
이 법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습지복원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NGO 및 지역 주민, 환경전문가, 자치단체 등으로 이뤄진 지역협의체가 논의를 통해 복원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주민 주도형 복원사업’을 근간으로 삼고 있다.
쿠시로 습원도 130명으로 구성된 ‘쿠시로 습원 자연복원협의회’가 복원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테라우치 자연보호관은 “습지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산업발전을 중요시 여기던 시기에 습지는 단순 개발대상지에 불과했지만 이젠 습지(자연) 보호는 우리 생활을 보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쿠시로 습원은 우기 때 물을 흡수하고, 건기 때 물을 배출해 자연재해까지 예방해 줄 정도로 쿠시로 시뿐아니라 세계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연유산”이라고 말했다.
이용수 기자 ellan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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