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이란 게 별거 없어요, 닭의 생체리듬에 맞게 건강하게 키우는 것 자체가 친환경이죠.”
양양 손양면 송현리에서 9,000마리의 산란계를 키우고 있는 굿앤굿 신영섭(75) 대표는 닭을 자식 돌보듯 하루에도 몇 번씩 대화를 나누며 보살피고 있다.
최근 살충제 계란파동에 이은 DDT성분 검출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단골고객이나 납품처로부터 오히려 안전한 계란을 공급해줘 고맙다는 격려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신 대표의 농장에서는 닭을 케이지(철재 우리)에 가둬놓은 채 공장식으로 사육하지 않고 1만여평의 야산에 방목해 키우고 있다. 이 때문에 산란계들이 토종닭처럼 면역성이 강하다. 비싼 모이와 영양제까지 먹인다. 그는 버는 만큼 닭의 모이와 건강한 환경 조성에 재투자한다.
“처음 양계사업을 시작했을 때, 제 자신과 한 약속이 있어요. 내 손자들에게 먹이는 계란 하나만이라도 안전하고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국민들이 가장 자주 먹는 단백질 공급원이 바로 계란이고 완전식품이기 때문에 국민 건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신 대표는 하루 2번 모이를 준 후 닭들을 소나무로 둘러싸인 주변 야산에 방목한다. ‘ 깡순이’라는 진돗개와 풍산개의 잡종견이 9,000마리 산란계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송홧가루나 애벌레 등을 먹을 수 있어 이곳 닭들은 비만하지도 야위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를 유지하며 건강한 계란을 낳고 있다.
9,000마리의 산란계가 하루 평균 7,000~8,000개의 계란을 낳지만 기계식이 아니기 때문에 4,000~5,000개 정도만 생산하고 있다. 굿앤굿은 국내에서 가장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만 납품이 가능하다는 경마공원의 바로마켓에 친환경 유정란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강원도로부터 우수농산물 인증까지 받았다. 굿앤굿은 현재 학교급식을 비롯해 현대백화점, 축협마트, 하나로마트 등 전국 각지로 계란을 납품하고 있다.
서울이 고향인 신영섭 대표가 양양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6년. 공직을 퇴직한 후 손양면 송현리에 큰 규모의 농장을 열었지만, 생각과 달리 고전하다, 부도까지 겪으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밑바탕에는 처음 양계사업에 뛰어 들었을 때 가졌던 초발심이 자리하고 있다. 자신이 왜 양계사업에 뛰어들게 됐는지를 되새기며 어려울수록 더 건강하고 좋은 계란 생산에만 몰두했고, 소비자들은 그의 열정과 노력에 화답했다.
지난 22일 양양 굿앤굿을 찾았을 때 신 대표는 4명의 직원들과 함께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에 모이를 준 후 1만여평의 야산에 닭들을 풀어 놓고 주변 정리에 한창이었다.
신 대표는 전국 각지에 납품할 계란을 보다 깨끗하게 선별하기 위해 선별장을 새로 건축하고 있지만, 선별장과 양계장이 비탈 사이에 있어 많은 불편을 겪고 있었다. 이에 따라 타 지역처럼 양계산업의 선진화를 위한 컨베이어벨트와 선별기 등 자동화기기 구축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했다.
신영섭 대표는 “지금도 곰곰이 생각하면 왜 아무 인연도 없는 양양에서 양계사업을 시작했는지, 제 스스로도 반문할 때가 있다”며 “그때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계란을 가장 정직하게 생산하는 것 또한 국가와 국민의 건강을 위하는 길이라는 신념과 양심에 따라 일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주현 기자
양양 굿앤굿 신영섭 씨가 방금 낳은 유정란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살충제 계란 파동에도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들어온 유정란을 선별해 포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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