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옥(62, 사진, 동명동) 씨는 40여 년을 시조창(時調唱)에 몸담아온 예인(藝人)이다. 30년 이상을 강릉단오제 전국시조경창대회에서 한국전통예악총연합회 강릉지부 회원들과 함께 대회를 주관하고 공연을 했으며, 현재는 한국전통예악총연합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9년 동해 남구만 시조 알리기 전국남녀시조경창대회에서 국창부문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조창, 경기소리, 서도소리 1급 강사 자격증뿐 아니라 심사위원 자격증까지 보유한 서경옥 씨가 속초일구경로당(동현아파트 내 경로당)에서 1년 넘게 홀로 ‘우리 소리 알리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1시 30분부터 4시 사이에, 알음알음 찾아온 주변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시조창과 장구, 민요를 전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조창에 공을 들이는데, 시조창은 평시조, 사설시조, 연시조 같은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들에 일정한 가락을 붙여 노래로 만든 것이다. 소리가 길기 때문에 꾸준히 배우면 폐활량이 커지고 뇌에 산소공급이 원활해져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음의 높이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는 양악과 다르게 우리 시조창은 자신의 목소리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누구나 편하게 노래 부를 수 있어요. 또, 평시조 소리를 한 번 익혀두면 어떤 시조든 다 맞춰 노래 부를 수 있어요. 동해나 강릉의 경우는 학교에서 학생들 대상으로 시조창을 가르치거든요. 그런데 속초에는 아직 없어요. 지금 제게 배우시는 분들이 사라져가는 우리 소리의 맥을 이어나가는 동시에 경로당이나 각급 학교로 파견되어 우리 가락을 보급하고 전달하는 중책을 맡아 주셨으면 해요.”
실제로 1년 정도 수강한 박종섭 씨와 박연자(77) 씨의 경우 올해 6월 수원에서 열린 정조대전 전국남녀시조경창대회 평시조 부문과 사설시조 부문에서 입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수강생 김원락 씨(79)는 잊혀져 가는 우리 옛 문화를 지키기 위해 봉사하는 서경옥 씨를 총칼 들고 나라를 지키는 사람들만큼 애국자라며 큰 고마움을 표했다.
여건이 갖춰지면 한국전통예악총연합회 속초지부를 사단법인으로 개설하고, 내후년쯤에 속초에서 전국시조경창대회를 개최하고 싶다는 서경옥 씨는 그 꿈을 위해 무엇보다 상설 전수 공간이 꼭 필요하다는 염원을 간절히 토로했다.
속초에서는 조금 생소한 이 분야를 이렇게 홀로 묵묵히 개척하고 있는 서경옥 씨는 사실 커다란 아픔 때문에 거의 15년간을 길고 고통스러운 어둠 속에서 살았다. 청소년 암으로 5년 반 투병 생활 끝에 세상을 떠난 사랑스러운 딸 때문이다. 그 딸을 못 잊어 자신의 이름까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애끓는 상실감에 거의 정신을 놓고 지냈다고 한다. 그러다가 5년 전 속초로 이사 온 시점부터 서서히 우울증에서 벗어났다. 그동안 서경옥 씨의 소리도 처연함을 벗고 오히려 참나무 같은 단단함을 입었다. 강릉 단오제 굿 부문 예능 보유자인 신석남 씨의 판소리를 듣고 그 소리에 매혹되어 시작한 우리 소리 공부가 이제 속초에 와서 열매를 맺으려 하고 있다. 가지가 휘어질 만큼 풍성히 열매 맺어 문화예술 도시 속초를 빛내는 큰 예술인이 되어 주셨으면 한다.<연락처 : 동현아파트 일구경로당 033-635-1910, 서경옥 : 010-6491-2199>
위나정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서경옥 씨가 속초일구경로당에서 수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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