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고성의 석호 생태관광벨트 조성사업과 설악권 동해안 석호의 관리 실태
②람사르 협약 등 석호 보전에 따른 주민갈등
③람사르 등록 습지인 인제 대암산용늪과 영월 한반도 습지
④석호, 그대로 보전과 관광지
주력한 일본Ⅰ
⑤석호, 그대로 보전과 관광지 주력한 일본 Ⅱ
⑥고성의 석호 생태관광벨트 사업의 나가야 할 방향
우리나라의 습지 중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곳은 총 22곳(지난해 말 기준)이다. 그러나 해안가에 형성된 동해안 석호 습지 중 람사르 협약에 가입된 습지는 단 한 곳도 없다. 대부분 내륙습지인 ‘늪’이나 바다가 육지 속으로 파고든 ‘만(灣)’에 형성된 습지들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습지센터에 따르면 람사르협약(Ramsar Convention)은 습지의 보호와 지속가능한 이용에 관한 국제적인 협약이다. 1971년 이란의 람사르에 18개국 대표자들이 모여 체결한 국제조약으로, 1975년 12월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1997년 101번째로 람사르 협약에 가입했다.
이 협약은 대표적으로 희귀하거나 독특한 습지 유형을 포함하는 지역 또는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국제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고 있다.
동해안 석호도 람사르 습지로 등록될 충분한 가치가 있음에도 그렇지 못했던 것은 그 동안 인간의 무관심과 난개발로 파괴되며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못 했기 때문이다.
뒤늦게나마 환경부와 동해안 각 지자체는 현재 석호의 중요성을 깨닫고 석호 복원 및 관리방안을 추진 중이다.
■영월 한반도습지 보존·이용 추진
강원도에서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습지는 인제 대암산용늪과 평창 오대산 국립공원 습지, 영월 한반도 습지 등 3개소다.
이중 영월 한반도습지가 가장 최근인 지난 2015년 5월에 우리나라에서 21번째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이곳은 영월군 한반도면 일대 평창강과 주천강 합류부에 위치한 하천 습지로, 그 규모가 여의도 면적(2.9㎢)에 달하는 2.81㎢다.
한반도습지는 전형적인 감입곡류천(평야지대를 자유곡류하며 흐르는 하천 지반이 융기를 받아 침식작용이 활발해질 때 생기는 하천의 유형) 지역으로 석회동굴, 자연교, 바위절벽 등이 잘 발달해 있다. 특히 높은 생물다양성과 고유성을 보유한 지역으로 보호가치가 크다.
영월군에 따르면 이곳 습지에는 멸종위기 종인 수달, 삵, 돌상어와 천연기념물인 여름치, 붉은새매, 황조롱이 등 8종의 법정 보호종이 서식한다.
또 식물 257종, 포유류 9종, 조류 35종, 양서파충류 7종, 어류 31종, 육상곤층 69종, 담수무척추동물 24종 등 432종이 분포하며, 서식 담수어류의 48%(31종 중 15종)가 한국특산종일 정도로 생물학적 가치가 크다.
이런 이유로 환경부는 한반도습지를 지난 2012년 1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했고, 3년 후에 람사르 습지로 등록했다.
하지만, 한반도습지는 먼 거리에서 단순 관람으로 끝마치는 스쳐 지나가는 영월관광 코스에 불과해 그 동안 한반도면의 지역경기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고, 관광객들 또한 습지체험과 생태계 탐방 기회를 누리지 못했다.
이에 영월군은 생태계를 보전하며 주민들의 마음도 아우를 수 있는 ‘한반도습지 생태문화시설 조성사업’ 추진에 들어갔다.
지난 6월에 착수한 이 사업은 국비와 지방비 등 총 80억원이 투입돼 오는 2019년 3월까지 한반도면 신천리 3만9,176㎡ 부지에 추진된다.
한반도습지 생태문화시설은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1,522㎡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며, 생태문화관을 비롯해 관찰로와 탐방로, 체험시설, 옥외 자연 놀이터, 주차장 등의 시설을 갖추게 된다. 생태문화관은 체험학습, 생태교육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지역 주민들은 이 사업을 통해 한반도습지가 청정 자연을 살린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박승원 영월군 생태보전담당은 “이 사업을 통해 생태보전 인식 증대 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도 도모할 계획”이라며 “한반도습지의 우수한 생태·경관적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제군 람사르 습지도시 후보지로
‘람사르 협약’이 습지 보호 및 보전의 성격이라면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제’는 습지보전을 활용한 지역주민과의 상생이다.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제’는 습지 보전과 현명한 이용, 지역 및 국제협력, 지역주민을 위한 지속가능한 사회경제적 혜택 증진을 위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5년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됐다.
람사르 협약 사무국은 보호대상 습지 가운데 지역주민과의 상생이 필요한 곳을 람사르 습지 도시로 지정하는 방안을 도입한 것이다.
이 인증서를 받은 도시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상품과 친환경농산물 등에 람사르 브랜드를 활용한 국내외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지역 내 용늪을 활용한 사업 추진시 전액 국비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인제군이 이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을 받기 위해 국내 최초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대암산의 ‘용늪’으로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인제군에 따르면 대암산 용늪이 국내 유일의 고원습지이며 람사르 습지 등록 국내 1호인 점을 내세워 지난 2015년부터 람사르 습지도시 신청 절차에 착수했고, 환경부는 지난 7월 초 국내 람사르 습지 인증후보 도시로 인제군 등 3곳을 최종 선정했다.
환경부는 인증후보도시 3곳에 대해 오는 9월 람사르 협약 사무국 독립자문위원회에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람사르 습지도시로 선정되면 인제군은 오는 2018년 10월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13차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인증서를 받게 된다.
인제군 관계자는 “람사르 습지도시 최종 후보지 선정을 위해 그 간 용늪 주변 13개 마을과 지역주민대표, 원주지방환경청, DMZ평화생명동산, 하늘내린인제로컬투어사업단, 용늪마을 영농조합법인 등이 참여하는 지역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습지의 보전 및 복원, 생물다양성 증진, 현명한 이용 등 인식 증진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며 “람사르 습지도시에 선정되면 인제군의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발 1,304m의 대암산은 민통선지역으로, 휴전 후 인위적인 힘이 가해지지 않아 각종 희귀생물과 원시림에 가까운 숲이 잘 보존되어 있어 지난 1973년 대암산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천년기념물 제246호)으로 지정됐다.
특히 대암산 정산부근인 해발 1,200m 고지대에 형성된 ‘용늪’은 남한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고층습원으로 4,200년 전에 만들어졌고, 큰 용늪과 작은 용늪을 합해 그 면적이 1.06㎢에 달한다. 또 희귀식물 252종과 동물 263종이 서식하고 있어 1989년 환경부 생태경관 보전지역, 1997년 국내 최초 람사르협약 습지 등록, 1999년 습지보호지역, 2006년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돼 보호·관리되고 있다.
이용수 기자 ellan9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지난 2015년 국내에서 21번째로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영월의 한반도 습지.
인제군이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을 위해 내세우고 있는 람사르 습지 등록 국내 1호인 ‘용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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