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속초항 수축공사는 총공사비 39만원을 들여 1932년 11월 6일 시작해 당초 예정보다 1년 늦은 1937년 3월 30일 공사를 종료하였다. 국가기록원에 있는 속초항 수축공사 준공 관련서류를 통해 속초항 공사의 규모와 소요 자금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속초항 수축공사는 지금의 동명동 일대 해안인 외항과 청초호 내항을 선박이 통행할 수 있도록 안전한 수로를 개설하는 사업이었다. 바다에서 호수를 통해 들어오는 수로를 3m 길이로 준설하고, 바다 쪽에서 모래와 파도가 밀려들어오지 않게 방사제와 사방제를 축조했다.
지금의 수로 청호동 동쪽에 당초 계획 7백m보다 더 늘어난 8백20m의 방사제를 축조했으며, 수로 북쪽 입구에 길이 1백m의 사방제(砂防堤)를 축조했다. 총 8백20미터의 방사제 중 갑부(甲部)는 길이 2백m 상단폭 7m, 수면위 높이 2m, 을부(乙部)는 길이 2백m 상단폭 7m, 수면위 높이 2m, 병부(丙部)는 길이 4백20m 상단폭 4m, 수면위 높이 2m로 건설되었다. 수로 북쪽의 사방제는 길이 1백m, 폭 4m, 수면위 높이 2m 규모로 건설되었다.
아울러 속초항 외항과 청초호 내항에 선박이 운항할 수 있도록 수로를 확보하기 위해 3m 깊이로 9만5,410㎥를 준설했다. 공식적인 준공서류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신문기사 등을 통해 확인된 바는 수로 개설을 통해 인근 바닷가 지역을 매립해 항만 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많을 땐 인부 6백여명 동원
속초항 수축공사로 속초항에 최초로 등대가 설치되었다. 1935년 12월 4일자 조선총독부 관보에는 1935년 11월 24일 강원도 양양군 도천면 속초항 좌편에 등대를 신설해 점등을 했다고 고시되었다. 속초항 수축 준공서류에는 항로표지인 등대 설치 내역과 준공도면이 나온다. 수로 남쪽 방사제 끝에 궤등 1기를 설치했고, 속초항 인근 지역에 항로표식 4기를 설치했다고 한다. 궤등은 청호동쪽 방파제 끝에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1940년대 속초항 사진에 청호동 방파제 끝에 등대가 보인다.
그리고 항로표지 4기는 속초항 수로를 인도하는 도등(좁은 수로를 안내하는 항로표지등)으로 전등과 후등으로 구분되어 인근 20~30미터 높이에 8미터 높이로 설치한 것으로 나온다. 지도가 선명하지 않아 분명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수복탑 건너편 속초감리교회 언덕, 속초시청 신청사 북동쪽 언덕, 속초농협 맞은편 지역으로 보인다. 한곳은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다.
준공도면에 나온 속초항의 평면도를 보면 당시 속초항 건설공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당시 전례 없는 대토목 공사로 많은 때는 인부 6백여명이 공사에 동원되어 많은 이들이 속초로 몰려들었다. 항시 감독 인원만 20명이 넘었다. 1935년 10월 19일 조선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속초항은 날마다 진전되어 2년 전보다 7백여호가 증가했으며, 대부분이 모두 노동시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약 4할 이상이 곁방살이로 놀랍게도 술집 작부도 40여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1937년 공사를 마친 속초항의 모습이 당시 준공서류에 첨부되어 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지금의 속초항 구수로가 완성된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수로 양쪽과 청초호 동쪽과 북쪽 연안에도 선박들이 정박한 것을 볼 수 있다.
속초항 2기 축조공사 1941년 시작
속초항 수축공사는 1기 공사로 종료된 것이 아니다. 방사제와 사방제가 축조된 1935년에도 파도가 2~3배가 높아져 속초항 인접 민가 2백호와 도로가 폭풍우에 침수피해가 발생해 주민들은 속초항 추가 보강공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더구나 축항이 들어서면서 파도에 모래가 밀려들어와 선박 통행에 지장을 초래해 1기 공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준설선이 계속 모래를 퍼내야 했다. 지역에서는 속초시가에서 바닷가쪽으로 1백m 매축(埋築)하고, 영금정 송도 일대에 2백70m의 방파제를 쌓고 항만을 조성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매립공사는 1939년 진행되었지만, 속초항 2기 공사는 계속 지연되다가 1941년 6월 22일 제2기 축항 기공식을 갖고 공사가 진행되었다. 이후 공사의 진행은 확인할 수 없다. 제2기 공사는 1939년부터 개발된 양양철광의 반출항으로 속초항을 활용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1939년 강원도가 조선총독부에 보낸 국고보조금 요청 서류를 보면, 강원도는 속초항 수축이 비상시국책 수행 상 최고 긴급을 요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양양군에 매장량 1천만톤으로 추정되는 철광을 지금 종연방적(鐘淵紡績)주식회사가 개발에 착수해 매년 약 40만톤을 채굴할 계획으로 반출항이 필요하다며, 속초항은 철광과 근거리에 위치해 내지(일본) 제련장 반출항으로는 최적지로 1940년(소화40년) 이후 3년차 사업으로 항만수축공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방은 당시 일본의 가장 큰 대기업이다. 총 공사비는 160만원으로 이중 국고보조금으로 70%인 114만원을 요구했다.
이 국고보조 요청서류에는 속초항 2기 공사 계획이 나온다. 방파제 7백m, 방사제 3백m를 계획했는데, 방파제는 모두 다섯 곳으로 A, B, C, D, E, F 구간으로 나뉜다. A구간(2백m)은 지금의 동명항 일대, B구간(100m), C구간(200m)은 구수협 동편, D구간(100m), E구간(60m)은 구수협 서편 청초호변, F구간(29m)은 지금의 청호동 갯배선착장 일대이다. 방사제(3백m)는 지금의 청호동으로 속초항 수축 1기로 건설된 8백20m 방사제를 연장하는 계획이다.
1937년 속초항 1기 수축공사 완공에 이어 동해북부선 철도개설로 양양역과 속초역 개설, 1939년 양양철광이 개발되면서 속초항은 전례 없는 대호황을 맞았다. 1933년부터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진행된 수축공사로 속초항은 동해안을 대표하는 항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1937년 속초항 수축공사 준공서류에 나온 속초항 사진. 바다에서 청초호까지 이어지는 수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1937년 속초항 수축공사 준공 서류에 나온 속초항 도면. 방사제와 사방제, 준설작업내역이 표시되어 있다.
1939년 강원도가 조선총독부에 보낸 국고보조 요청서류에 포함된 속초항 2기 수축공사 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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