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9일은 검정고시 보는 날이라고 달력에 표시를 해 놓고 예비 시험지를 풀어 나가는 학생들은 거의가 70 후반에 들어선 어른 학생이다.
매일 수온주가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서도 아침 9시만 되면 속초종합사회복지관 청어람교실은 시험공부를 위해 등교하는 어른 학생들의 열성이 날씨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른다.
지난 9일 아침 7시경에 서둘러 오신 어르신들은 깜짝 놀랐다. 전날 종합사회복지관 성연 관장님께서 합격하시라고 축원해 주시면서 찹쌀떡까지 준비해 주신 것도 감사한데 성연 관장님과 시장님께서 일찍 나오셔서 시험 잘 보고 오시라고 격려해 주시니 더욱 분위기가 흥분되는 것 같았다. 특히, 시장님께서 옛날 학교 다니실 때 시험 본 이야기를 하면서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제일 길게 설명해 놓은 것이 ‘정답’ 이라고 설명하시면서 찍기를 잘하는 것도 시험을 잘 보는 방법이더라는 말씀에 모두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서둘러 시험장을 향해 출발했고, 차안은 잠시 숙연해 지면서 긴장감이 흘렀다. 시험장에 들어갔을 때는 얼굴 표정까지도 약간 굳어지는 것 같고 엄숙한 분위기도 감돌았다. 예년에 비해 초등학교 졸업 시험장에는 한 교실에 자리가 몇 개 비어 있었다. 매년마다 함께 왔었는데 해마다 초졸 응시자 수가 줄어드는 것 같다.
시험이 시작되고 6과목을 3시간동안 시험 보는데 건물 밖에서 시험을 무사히 치르고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나는 감회에 젖었다.
내가 청어람교실에서 수업을 시작한지가 벌써 9년째 되었고, 그 동안 나는 내가 몰랐던 숨은 재능까지도 이들을 위해 다 나누어 주었고, 한글을 깨우치게 했고, 스스로 삶에 대한 자긍심도 갖게 노력했다. 점점 나이 들어 늙어 가시는 어른들께 글을 깨우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수업 전에 몸을 풀어주는 건강체조도 하고 치매 예방을 위해 이번 학기부터는 그림책을 이용해 색칠하기 공부를 해 보았더니 무척 좋아들 하신다. 가끔씩 영화도 관람하고 봄, 가을에 아유회도 가면 정말 좋아들 하신다. 무사히 시험을 마치고 푸짐한 점심까지 잡수신 어르신들을 모시고 기분 좋게 ‘하조대’ 관광도 하기로 했는데 식사 후에 비가 내리기 시작해 그냥 속초로 돌아왔지만, 차안은 시험의 긴장을 풀고 나니 놀러 나온 기분으로 흥에 겨웠다.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를 시작으로 손뼉을 치며 웃음꽃을 피웠다. 합격 여부에 관계없이 10여명의 어르신들은 이 나이에 이렇게 어떤 일에 도전해 볼 수 있다는 하나 만으로도 살아 있는 가치를 찾고, 자긍심을 갖게 되겠지.
난 며칠 전에 읽은 일본의 시바타 도요 씨의 ‘약해지지마’라는 시가 생각났다. 어릴 때부터 남의 집 더부살이로 첫 번째 결혼도 실패했지만 아흔살이 넘어 시를 쓰기 시작했고, 요양원 신세도 지고 도움이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살아있는 일상을 시로 남겼다. 그는 아들에게 자신의 장례비 일부를 떼어서 시집을 만들어 달라고 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삶에 대한 의미를 가슴에 심어주고 싶어 아흔 여덟에 시집을 내게 됐다고 했다.
정말 감동이었다. 우리도 내가 살아온 날들을 내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남겨 놓을 수 있다면 먼 훗날 부모님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어머님이 써 놓은 한 줄의 글이 자녀들 가슴에 오래오래 살아남아 있겠지. 나도 내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이 어르신들을 위해 검정고시도 보게하고 작은 내 재능이라도 전해주고 싶다.
이미자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이병선 시장이 지난 9일 아침 일찍 검정고시생 어르신들 격려차 속초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