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속초여자중학교 교장선생님께서 급한 일이라며 학교에 와 달라는 부탁을 하였습니다. 학교운영위원장인 저는 혹시나 학생들이 큰 사고를 일으켰는지 걱정을 안고 한달음에 갔더니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지영 학생이 척추측만증과 발가락기형으로 고생하는데 도와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양승언 교장선생님, 편말순 교감선생님, 최종희 학생부장님, 김태희 담임선생님, 원금숙 사회복지담당선생님이 함께 솔루션 회의를 하였답니다.
다문화가정이며 수급자가정으로 어머님은 많이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해 계시고 한국남편하고는 성격차이로 오래전에 헤어져 정부보조금으로 어렵사리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님의 고향은 무슨 인연인지 저의 제2의 고향인 중국길림성 훈춘이랍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제가 홍보대사로 있는 강남베드로병원 윤강준원장님께 전화를 드려 학생을 도와달라고 했더니 일단 정밀검사를 해봐야 된다고 해서 두번째 솔루션회의에서 학생을 직접 만났습니다. 그리고 5월 30일 원금숙 선생님이 학생을 데리고 강남베드로병원으로 갔습니다. 여러 가지 정밀검사를 한 결과 희귀병인 척수공동증으로 판정되었습니다.(한국에서는 윤강준 원장님만 수술함) 윤강준 원장님은 “형님! 무료로 수술해주겠습니다”라고 했고, 이 기쁜소식을 학교측에 전달했습니다.
특히나 어머님에 수술비 때문에 퇴원을 못하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속초시청 주민생활지원과에 부탁을 해서 수술비 일부를 한 단체로부터 지원받게도 해드렸습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여름방학이지만, 어머님과 지영이는 7월 24일 아침 8시 30분 버스로 수술차 강남베드로병원에 갔고, 모두들 친절하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매일 지영이의 일상을 사진과 함께 학교 관계자들께 보내드렸습니다.
지영이는 첫날 입원해 정밀검사를 받았고 어머님도 검사하니 지영이와 비슷한 병명이라서 일단 주사를 맞는 것으로 조치를 했습니다. 마침내 7월 25일 아침 수술에 들어가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원장님은 평상시와 같이 수술 들어가면서 환우들을 위해 금식하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다음날 병원에서 수술집도의 윤강준 원장님과 1차 미팅을 하였습니다. 수술이 너무 잘 됐고, 지영이도 잘 견뎌냈습니다. 지영이 어머님은 하나하나 신경써주시고 배려해주셔서 너무너무 고맙다고 했습니다. 지영이는 모로 누워 핸드폰으로 학교친구들의 힘내라는 응원에 답문자를 주고받습니다. 7월 27일 걱정을 잔뜩 안은 오후였습니다. 지영이가 매스꺼움과 어지러움증을 호소해 X-레이와 초음파 MRI 등 정밀검사를 했습니다. 다행히 검사 결과 수술 후 오는 일시적인 현상이고 다른 데는 이상이 없다고 해서 마음을 놓았습니다. 28일에는 특별한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고 운동을 해야 되기 때문에 지영이는 조금 걸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나이어린 학생이 혈압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고, 식사를 잘 안 해서 꾸지람도 했습니다. 29일에는 걸어서 병동 몇 바퀴 돌았고, 목소리도 씩씩했습니다. 30일에는 곧잘 걷고 식사도 입원 후 가장 많이 했습니다. 31일 병원측과 협의한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8월 2일에 퇴원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2일 아침 일찍 지영이는 퇴원을 위한 응급 피검사를 했습니다. 검사 결과 염증수치가 높으면 퇴원을 못하게 돼 한 걱정을 했는데, 이상이 없어서 바로 병원문을 나섰습니다.
가슴 졸이며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더운 여름날 어려운 면도 있었지만, 희귀병의 한 학생을 학교와 공동으로 새 삶을 찾게 해줄 수 있어서 참 기뻤습니다. 그동안 함께해 주신 양승언 교장선생님과 학교 관계자들, 수술비와 모든 병원비를 무료로 해주신 강남베드로병원 윤강준원장님과 병원 관계자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오는 17일 개학하면 지영이가 해맑게 또래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기대하면서 석달여 동안 달려온 종착역에 도착하는 것 같아서 안도의 마음이 들기에 감사했습니다. 지영이만이 아니라 우리 강원도 청소년교육의 미래를 위해 학교운영위원회는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학교 발전을 위해 학교측과 대립관계가 아닌 서로 돕는 관계로 성장되기를 희망합니다. 짜증나게 하는 폭염 속에서 한줄기 소나기처럼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김상기
속초여자중학교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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