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고성의 석호 생태관광벨트 조성사업과 설악권 동해안 석호의 관리 실태
②람사르 협약 등 석호 보전에 따른 주민갈등
③람사르 등록 습지인 인제 대암산용늪과 영월 한반도 습지
④석호, 그대로 보전과 관광지
주력한 일본Ⅰ
⑤석호, 그대로 보전과 관광지 주력한 일본 Ⅱ
⑥고성의 석호 생태관광벨트 사업의 나가야 할 방향
고성군은 석호를 생태 관광자원으로 만들어 국제적인 습지 인증인 ‘람사르 습지’로 등록할 계획이다. 앞서 강릉시가 람사르 습지 등록을 추진했지만, 주민 반발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강릉시는 지난 2011년 경포호와 더불어 지역의 대표 석호인 순포호의 습지 생태계를 1920년대 수준으로 복원하는 계획을 세웠다.
시는 순포호의 습지를 복원해 국내외에 저탄소 녹색 도시 강릉을 홍보하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습지보호지역 지정 및 람사르 습지 등록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복원사업은 지난 2016년말 모두 마무리했지만, 람사르 습지 등록은 주민 반발에 부딪혀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강릉시 관계자는 “생태계 복원사업에 막대한 예산이 투자된 만큼 석호보전을 위한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 ‘람사르 협약’을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강릉 순포호 습지 복원
강릉시 사천면 산대월리 경포도립공원 내에 위치한 순포호는 지난 1920년대까지만 해도 전체 호소면적이 8만9,000㎡에 달했으나 현재는 83%가 손실돼 1만5,000여㎡만 남아 있다.
이에 강릉시는 지난 2011년 환경부가 추진한 생태하천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사업비를 지원받아 총 120억원 투입, 순포호 습지복원사업을 추진해 지난해말 마무리했다.
순포호는 사업 후 호소면적이 7만9,000㎡로 늘었고, 수심은 평균 1~2m로 복원됐다. 또 호소 내에 동식물의 다양한 서식처를 확보하고, 탐방객들이 쉽게 순포호의 생태경관을 관찰할 수 있도록 탐방로 1.85km, 조류관찰대 3개소, 수생식물원 1개소, 관찰데크 1개소, 탐방데크 1개소 등을 설치했다.
강릉시는 앞으로 순포호의 명칭이 과거 ‘순채나물’에서 유래된 만큼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2급생물인 ‘순채’를 깃대종으로 삼아 복원에 힘쓸 계획이다.
■순포호 람사르 등록 주민 반발
강릉시는 순포호가 생태가치가 뛰어나 복원사업과 함께 람사르 등록도 추진하려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순포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면 환경 및 개발행위 등의 규제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강릉시 사천면 산대월리 주민들은 “지난 1982년 경포도립공원으로 묶여 30년 이상 각종 규제를 받아왔는데, 또 다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면 더욱 강력한 규제가 예상되기 때문에 주변부지 개발이나 활용 등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제기했다.
또 “도립공원의 지정·해제는 국내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람사르는 국제 환경규제를 받게 돼 한번 등록되면 해제도 어렵게 된다”며 “자연복원도 좋지만 주민들의 재산권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준영 산대월리장은 “당시 시가 습지를 조성해 람사르에 등록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그대로 지켜볼 주민이 어디 있느냐”며 “각종 규제로 겪을 주민 불편이 불 보듯 한 데 대책 없이 사업만 강행하려 해 지난 2014년 습지조성 2차 자문회의에서 주민 대표들이 문제제기를 했었다”고 말했다.
결국, 강릉시는 람사르 습지 등록을 위한 환경부 지정의 습지보호지역이 아닌 순포호 일대 13만3,002㎡를 지난해 11월 도지정 습지보호지역으로만 지정해 놓았다. 그 대신 경포도립공원구역에서는 해제됐다.
■순포호와 닮은 화진포호
강릉 순포호의 복원사업은 고성 화진포호와 닮아있다. 차이라면 화진포호는 지난 1971년 강원도 기념물 제10호로 지정돼 그나마 석호로서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성군도 지난해부터 화진포 생태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총 70억원을 투입해 생태습지와 완충습지, 생태탐방로 등을 조성해 습지 생태계를 보전하고 향후 람사르 습지 등록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고성군 현내면 주민들은 지역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오래전부터 지방기념물 지정 해제를 제기해 왔다.
현내면번영회는 지난 2011년 고성군번영회, 고성군이장단협의회 등과 연대해 “화진포호가 도 기념물로 지정되면서 도문화재보호법에 적용을 받아 호수 인근에 사는 주민들조차 화진포 호수를 제대로 둘러볼 수 없을 만큼 과잉보호되고 있다”며 화진포호를 도 기념물에서 해제해 줄 것을 강원도에 건의하는 등 매년 지정 해제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송흥복 현내면주민자치위원장은 “고성군에서는 화진포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지만, 호수 내에서는 일체의 개발행위가 금지돼 있는 상태”라며 “고성군은 호수 이용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도 지방기념물 지정이 속히 해제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과감하게 예산을 투자해 화진포의 수질을 개선하고 관광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람사르 습지 등록 또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강훈 고성군번영회장은 “고성지역에는 간성읍을 제외한 현내·거진·죽왕·토성 등 4개 읍면에 걸쳐 석호가 넓게 분포돼 있다. 이 석호들이 어떤 규제로 묶여 버린다면 고성지역 개발은 전혀 기대할 수 없다”며 “지역의 득과 실을 따지지 않고 람사르 협약을 추진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성군은 람사르 협약 추진에 앞서 반드시 지역주민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성군 관계자는 “화진포호는 문화재보호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지역개발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지만,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보존과 이용개발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어 호수 주변 마을에 대한 지원사업도 가능하다”며 “앞으로 화진포는 도 기념물에서 해제한 뒤 습지보호구역으로 변경 지정해 지역도 살고 환경도 살리는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습지보호구역 지정 및 람사르 등록은 주민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처 추진할 것”이라며 “이는 무조건 석호를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추진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용수 기자 ellan9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강릉 순포호가 생태복원사업을 통해 생태경관 석호로 새롭게 태어났다.
강원도 지방기념물로 지정돼 문화재보호법 적용을 받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화진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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