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의 현대사는 관광개발이 중추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과거를 교훈삼아 속초의 미래를 예비하는 지속이 가능한 관광개발을 전망해본다.
<편집자 주>
지난 70년대 설악산 관광 붐이 일어 설악산 구단지를 없애고 신단지를 개발하는 대역사가 펼쳐졌다. 신단지에 처음 들어선 한국콘도를 시작으로 콘도미니엄 건축 붐이 일었고 명성그룹이 관광레저산업을 대규모로 추진하면서 땅 투기 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40여년이 흐른 지금 설악산 신단지는 중증환자로 재개발이란 큰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설악산 관광 붐과 함께 설악산 입구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조그마한 대포항 포구가 전국의 명소가 되었다. 관광객은 폭증하는데 시설은 협소하다는 이유로‘대포항 개발 비관리청 어항시설공사’란 이름으로 매립해 대규모 시설들이 들어섰다. 대포특구의 옛 명성이 다시 오기나 할까 걱정이다.
자연경관으로 먹고 사는 미래를
속초해변 등 관광객 유입을 고려한 대규모 할인매장인 이마트가 속초에 입점해 기존 중앙시장 중심상권과 소규모 유통상가들을 뒤흔들었다. 우려한 대로 이마트 속초 상륙은 매머드 급 핵폭탄이었다. 기존 중앙시장 명칭을 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바꾸고 리모델링을 했다. 어시장 환경정비와 대형주차장, 비 가림 시설 등 시설개선과 특색 있는 먹거리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우려되는 건 점포세 폭등으로 인한 바가지 상혼 재현이다. 잘될 때 지키는 것도 무척 어렵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속초시 공영개발 사업으로 추진한 청초호유원지개발 사업은 교동·조양동 청초호변 공유수면 20만9천㎡를 매립했다. 신수로 사업으로 청호동을 두 동강 내고 청초호변 공유수면도 매립했다. 아름드리 청초호는 그렇게 쪼그라들었다. 지금도 아쉬운 게 당시 청초호를 매립하지 않고 준설 등으로 정비했다면 더 넓은 호수를 간직해 자연경관으로 먹고 사는 미래를 담보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요즘 영랑호와 외옹치를 보면서 갖는 소회는 과거 속초시가 영랑호 일대와 외옹치를 민간업체에 팔지 않았다면 지금에 와서 훨씬 더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활용가치가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다.
동서고속도로 개통으로 주말 속초를 찾는 관광객들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수도권과 접근성이 향상되면 될수록 당일치기 관광객 수는 크게 느는 반면 관광수익은 오히려 줄고 가뜩이나 높은 물가에다 집값마저 고공비행해 서민들이 지역에 온전히 살 수 있을까 걱정이다.
관광객들이 와서 사용하는 돈에 의존해 먹고 사는 이 도시에 좋은 일임엔 틀림없지만, 주차난에 주거지역까지 함부로 차를 주차하는 바람에 지역민들의 주거안정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당일치기 관광객 수가 상주인구에 육박하면 관광 이외의 일자리 감소와 식료품·대중교통·주택가격 인상 등으로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 위험성이 크다. 기우이긴 하나 속초가 서울 강남구의 한 부자동네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있다.
빅데이터 활용, 관광마케팅 지원
홍천군의 전기차 공장, 춘천시의 수열에너지 활용 빅데이터 기지, 제주도의 ㈜다음과 ㈜넥슨 이전 정착 기사를 보면서 관광도시 속초에도 맞는 기업아이템이라고 본다.
IT산업이 대세인 시대에 큰 업체마다 빅데이터가 필요할 텐데 청초호와 영랑호수를 활용한 수열에너지 공급을 전제로 제2의 ‘다음’, ‘네이버’,‘넥슨’기지를 유치해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관광정보서비스를 통해 관광마케팅 측면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설악산을 찾은 관광객이 자주 찾는 음식점 빅데이터를 통해 점심시간 전에 할인쿠폰이나 맛집 정보 메시지를 보내는 서비스를 통해 지역상권 활성화를 더욱 촉진시킬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속초를 찾는 관광객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소비패턴을 지역관광사업체에 제공함으로써 관광객 맞춤형 관광사업을 운영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관광객의 호응도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차후 전기차가 상용화됐을 때를 대비해 전기차로 청정도시 속초를 방문하면 각종 혜택을 주는 조례 제정도 시민들과 함께 검토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긴 시간 동안 우리 삶을 담으며 발전해온 결과가 바로 우리 지역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신의 모습에 시간을 담기보단 자기가 그려온 시간의 흔적을 지우기 바쁜 것이 아닌가 성찰해보자.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우리 지역은 결국 미래 우리 지역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다. 우리가 우리 지역을 어떤 모습으로 섬세하게 만들어갈 것인가 고민할 때 속초의 미래 모습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으며 전 세계인이 방문하고 싶은 곳이 되지 않을까.
이수영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청호동 속초수협 쪽에서 바라본 속초시 모습. <엄경선 제공>
새벽 동명항의 오징어 배.<민준규 제공>
설악산 울산바위 무지개.<민준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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