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에 속초시 관광과장으로 재직 시 수습사무관으로 강원도청에 발령받았을 당시, 공원 담당계장이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해서 주기적으로 등산객을 입산 금지시켜 설악산을 보호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는 모습을 보았다. 산을 보호하기 위해 산을 훼손하면서 기계공작물을 설치한다니? 그 당시에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후 몇 년이 지난 뒤 산행을 다니면서 인간의 발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다니는 곳에서는 풀하나 자라지 않는다. 등산객들의 안전과 편안함을 위해 울산바위와 금강굴 노선에 나무 테크를 곳곳에 설치하였다. 테크 설치를 요구하는 주민건의도 있었지만 왜 산을 훼손하며 테크를 설치하느냐 하는 항의도 있었다. 어느 것이 더 자연을 보호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요즘 우리나라 각 지자체마다 자연공원이나 산악지대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또 케이블카가 설치된 지역도 많이 생겼다.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케이블카 설치의 주목적이라고 한다. 물론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는 측에서는 산을 보호하기 위한 보존임을 빠짐 없이 강조한다. 최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의 경우에도 찬반논란으로 세 번이나 우여곡절 끝에 설치하기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찬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관광객이 몰리면서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와 국내 대표적 보호구역인 설악산의 생태 환경훼손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우리는 추진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제기되었던 사업을 자주보아 왔다. 인천 국제공항건설사업, 도룡뇽 천성산 사건을 야기시킨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 한강종합개발계획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사업들은 환경단체 등이 강력히 반대했지만, 정부계획대로 추진 완료되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있다. 사업추진계획과 반대의 갈등사항은 세세하게 보도되고 수많은 토론 등이 있었지만, 막상 사업이 완료된 후에는 이에 대한 사후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업이 완료되었다고 해서 사업추진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이 전혀 발생이 안 되고 아무 탈 없이 끝났을 리가 없을 터인데 말이다.
찬반 어느 쪽도 책임감을 가지고 논란이 되었던 부분들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그에 대한 대책들이 어떻게 마련되고 시행되었는지, 사업이 완료된 현시점에는 별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한 관리가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사업에 관련된 주관기관이나 사회단체 등에서 백서를 만드는 경우가 있으나 이것이 유용하게 활용되는 것 같지는 않다. 결국 반대를 위한 반대로만 인식되고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과 문제해결사항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고 사후 관리된다면, 유사추진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일본 큐슈 미아자카 현에 위치한 아야정은 낙후된 농촌이었지만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어울려 사는 마을을 표방하고 활엽수림을 보존하는 한편, 이를 관람할 수 있도록 600m에 달하는 징검다리를 수림 속에 설치하여 연간 15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며 지역 간 순 생산액이 200억엔이 넘는 부유한 지역이 되었다. 필자도 현직에 있을 때 아야정을 방문하여 자연친화적인 징검다리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던 경험이 있다.
우리 설악산에도 이런 환경 친화적인 징검다리를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설치하면 산도 보존하고 지역경제도 발전시킬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자연환경 훼손이라는 극심한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는 판단이 되어 징검다리 구상을 쉽게 포기한 적이 있다. 이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환경과 개발과 관련된 관리지침서와 같은 자료가 있었으면 사업구상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고 후세에 아름다운 강산을 물려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다. 그러나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것보다 환경 친화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자연보호에도 도움이 되고 지역경제에도 기여하게 된다면, 지속가능한 환경 친화적 개발사업은 심도 있는 사전 검토를 전제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장세호
속초시행정동우회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