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가 처해있는 세상은 삶의 증오마저 느끼게 하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
한때 서양의 문물을 여과 없이 받아들인 결과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지친 모습이다.
옛말에 부자가 3대를 못간다는 말은 우리 옆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오늘은 경주에 사는 최부자집 이야기를 펼쳐보려고 한다. 조선시대 300년동안 만석군이었던 최씨 가문은 남다른 철학이 있었다.
최부자집 장손(최담 70세)의 술회에 의하면 수신(修身)에는 ‘스스로 초연하고’, ‘타인에 온화하고’, ‘한가로울 때는 맑게 지내고’, ‘유사시에는 용감하게 대처하고’, ‘뜻을 얻을 때는 당당히 행동하고’, ‘실의에 빠졌을 때는 태연히 행동하라’라는 육연(六然)이 있다.
제가(齊家)에는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라’, ‘재산은 만석이상 모으지 말라’, ‘과객은 후히 대접하라’, ‘흉년기에는 남의 논밭을 매입하지 말라’, ‘최씨 가문의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라고 했다. 최부자집의 철학이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실로 크다.
9대에 걸쳐 진사를 지내고 20대에 걸쳐 만석군을 지낸 행적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좋은 일을 많이 한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고 했다.
최부자집의 가훈을 음미하면서 훌륭한 철학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였다고 감히 칭할 수 있겠다.
최부자집은 부이무교(富而無驕)로 ‘부유해도 교만하지 않는다’는 상징적인 가문이다.
동양사상에서 정신세계를 중시하는 것이 어디에 근거하겠는가. 황금만능은 한 때의 영화를 보는 것이었음을 우리는 현실 속에서 실감한다.
‘정의(正義)롭지 못한 부귀(富貴)는 뜬구름과 같다.’
공자왈 반소식음수(飯疏食飮水)하고, 곡굉이침지(曲肱而枕之)라도 낙역재기중(樂亦在其中)이니 불의이부차귀(不義而富且貴)는 어아여부운(於我如浮雲)이니라.
이 말은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굽혀 베개를 삼을 지라도 즐거움은 또한 그 속에 있으니 옳지 못한 부귀는 나에게 있어서는 뜬구름과 같은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비록 가난하더라도 불의에 굴하지 않고 소박하더라도 떳떳한 삶에 견이사의(見利思義)를 상기하며 편안한 생활을 영위했으면 한다.
어재동
고성군 죽왕면 삼포 1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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