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고성의 석호 생태관광벨트 조성사업과 설악권 동해안 석호의 관리 실태
②람사르 협약 등 석호 보전에 따른 주민갈등
③람사르 등록 습지인 인제 대암산용늪과 영월 한반도 습지
④석호, 그대로 보전과 관광지 주력한 일본Ⅰ
⑤석호, 그대로 보전과 관광지 주력한 일본 Ⅱ
⑥고성의 석호 생태관광벨트 사업의 나가야 할 방향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석호를 보유하고 있는 고성군이 석호의 생태를 살리면서 관광벨트를 조성하는 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다. 이에 ‘석호(습지)의 생태관광벨트 사업 방향’에 대한 기획보도를 6회에 걸쳐 연재한다.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석호의 생태학적 가치를 이해하고, 관광자원화가 올바로 추진될 수 있도록 국내와 일본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석호는 동해안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지형이다. 석호는 퇴적물을 통해 1만 년 동안의 해양환경과 기후변화를 알려주는 ‘자연의 기록관’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기에는 담수와 해수가 섞이는 기수(汽水)환경으로 인해 민물고기와 바닷고기가 공존하는 등 독특한 생태계를 이뤄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할 뿐 아니라 철새의 도래지이자 중간 기착지로 희소가치가 높다. 말 그대로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이기도 한 셈이다.
이처럼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 석호가 인간의 무관심과 난개발로 파괴되면서 몸살을 앓기도 한다. 바다와 석호의 중간을 가로질러 도로가 건설되면서 석호로 흘러들어오는 바닷물을 막아버리는가 하면, 석호 주위로 도시개발이 진행돼 그 기능이 상실됐거나 아예 사라진 석호도 적지 않다.
동해안에는 고성에서 강릉까지 총 18개의 석호가 산재해 있다. 이중 고성지역에만 국내 최대 규모의 석호인 화진포를 비롯해 송지호, 광포호, 선유담, 천진호, 봉포호, 봉포습지 등 7개소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석호는 습지보호구역이나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호수변 주의가 농경지로 개간되는가 하면 건축물 건립 등 난개발이 이뤄져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 석호 생태계가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성군에 따르면 전형적인 기수호로 주변식생이 잘 보전되고 있는 화진포호(호소면적 2.305㎢)는 총유기탄소량(TOC) 기준 수질 3등급(보통)으로, 호소 수변 일부가 농경지에 의해 잠식돼 주요 오염원이 되고 있으며, 자연적 갯터짐이 불량한데다 관광개발에 따른 추가 훼손도 우려되고 있다.
선유담(호소면적 0.03㎢)과 봉포습지(0.01㎢)는 도로 확장으로 해안과 단절되면서 석호로서의 기능을 상실, 대부분 육지화 된 상태다.
철새 도래지인 송지호(호소면적 0.495㎢)는 총유기탄소량(TOC) 기준 수질 3등급(보통)으로, 담수성 및 해양성 어류가 공존하는 수생태가 양호하나 국도 7호선 건설로 단절된 생태계 연결성 회복과 유역내 농경지로부터 유입되는 비점오염원(비료, 농약 등) 차단 등 지속적인 복원․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천진호(0.039㎢)와 봉포호(0.029㎢)는 인근에 대학이 설립되고 대형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경관이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 광포호(0.2㎢)도 건축이 중단된 대형콘도의 방치로 경관훼손은 물론 심각한 수질오염 등으로 생물 다양성이 매우 낮은 상태다
■고성군 석호 생태관광벨트 조성
고성군은 생태복원사업을 통해 석호를 보전하고 관리하며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석호 생태관광벨트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고성군은 지난 2015년부터 석호 생태관광벨트 조성사업 타당성 조사용역을 진행해 지난해 8월 용역을 마쳤다.
용역업체는 석호의 관리는 그 특성상 중앙정부 중심의 운영에는 한계가 있어 지자체, 전문가, 시민단체, 주민 등 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석호보전 민관학자문협의체 설립·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자연자원과 인문환경 등 생태관광지역을 훼손하지 않고 탐방, 학습 ,보호, 연구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거점 시설인 석호탐방센터 건립을 제안했다.
이에 따라 고성군은 5단계의 전략을 세워 올해부터 석호 생태관광벨트 조성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1단계는 석호 발굴 및 가치 평가로 석호 관련 문헌 자료 탐색, 석호 포럼 개최 등이며, 2단계는 석호탐방지원센터 건립, 석호 우선 보전지역 및 단계별 보전지역 선정 등이다. 3단계는 석호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습지보호구역, 생태경관보전지역, 람사르습지 등으로 지정하는 것이다. 4단계는 석호 관련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5단계는 석호 생태체험 관광프로그램 개발, 민관학협의체 중심의 공익재단 설립 등이다.
고성군은 1단계 사업으로 지난 3월 총 4,000만원을 투입해 석호 및 습지 조사발굴사업을 시작했고, 효과적인 생태탐방 시스템 구축을 위해 오는 2019년 석호 탐방지원센터 준공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김창래 고성군 환경보호과장은 “화진포에 이어 송지호도 생태계 복원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우리나라 석호생태관광사업의 선두주자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생태관광벨트 용역의 자문을 맡았던 강원대 환경연구소 최재석 연구교수는 “지난 1920년대에 비해 현재 동해안의 석호는 사구의 확대, 토사의 유입, 인위적인 매립 등으로 그 면적이 80% 이상 줄어들었다”며 “이로 인해 석호의 생태학적 건강이 악화돼 본질적 가치가 상실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석호는 연안류의 작용으로 형성되는 모래톱 등이 만의 입구를 막아 바다와 분리되면서 만들어진 자연 호소로 생태학적, 경관적 가치가 매우 높다”며 “석호가 환경문화유산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주요 습지의 람사르 습지 등록 및 생태경관 보호구역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속초와 양양의 석호 실태
원주지방환경청은 동해안 석호 18개소 중 생태적·경관적 가치가 높은 석호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석호를 중점관리, 일반 관리 2가지로 분류해 놓고 있다.
중점관리 석호는 △고성 화진포호와 선유담, 송지호, 천진호, 봉포호, 광포호 △속초 영랑호 △양양 쌍호, 매호 △강릉 향호 순포호, 경포호 등 12개소다.
일반관리 석호는 현재는 그 기능이 상실한 △고성 봉포습지 △속초 청초호 △양양 군개호, 염개호, 가평리습지 △강릉 풍호 등 6개소다.
속초의 청초호(1.4㎢)는 과거 동해안 대표 석호의 하나였으나, 주변의 도시화와 호수변 매립으로 점차 석호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데다, 지난 2012년 청초호와 바다를 연결하는 인공 수로가 건설되면서 석호 내부가 해수로 채워져 석호가 아닌 항만법 적용을 받는 도심지 항구로 그 기능이 변질됐다.
영랑호(1.024㎢)는 주변에 리조트가 들어섰고, 아파트 건설 등 무분별한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다 비점오염원 유입과 인위적 매립에 의한 육역화로 석호 생태기능이 저하된 상태다.
이에 속초시는 총 130억원을 들여 영랑호 생태습지복원사업 추진을 준비 중으로, 영랑호에 연접한 농경지를 매입해 비점오염원을 차단하고 수질개선에 도움을 주는 낮은 습지 조성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양양의 오산리선사유적지(국가지정문화재) 인근에 있는 쌍호(0.112㎢)는 18개 석호 중 향토사학적 가치가 가장 높은 석호로, 대부분이 늪지화 및 매립돼 기수호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현재 복원방안이 검토 중이다.
매호(0.14㎢)는 7번국도 건설과 농경지 확충, 상부의 토사 유입 등으로 호소수면의 50%가 줄어들어 원형훼손이 심각한데다, 상류의 농경지에서 농약과 비료 등 오염물질이 유입되고 해수의 유통이 정체돼 수질오염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양양군은 오는 2018년까지 총 7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생태공원 및 탐방로 조성, 갈대 및 논습지 조성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생태공간 확보를 위해 인근 사유지 4만8,129㎡도 매입할 방침이다.
양양의 군개호와 염개호, 가평리습지는 원형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육지화돼 버린 지 오래다.
원주지방환경청은 현재 생태적 보전가치가 높은 12개의 중점관리 석호에 대한 중·장기 복원사업에 필요한 사업비를 확보하고, 석호별 특성에 맞는 복원 방안을 마련해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이용수 기자 ellan92@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고성 죽왕면에 위치한 석호 송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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