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산에서 40대 경찰관 아버지가 발달장애가 있는 스무살 아들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 아버지는 유서에서 ‘지쳤다’고 했습니다. 홀로 아이를 키우다가 그만 지쳐버리고 말았다고 했어요. 우리가 장애인부모연대를 결성해 입법활동을 하고 정책을 만들어 내는 활동을 하는 이유는 자식에게 지쳤다는 마지막 인사를 결코 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전순득(56, 사진) 사단법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 속초지회장은 장애아이들이 사회에서 배제당하지 않고 존중받는 존재로 살아가길 간절히 바랐다.
부모연대는 지난 2003년 장애인교육권연대 활동으로 시작돼 2008년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을 중심으로 창립됐다. 장애인교육권연대 활동은 부모들이 장애인 문제는 가족만이 아닌 우리 사회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 부모연대는 장애인의 권리 증진과 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입법활동과 권익옹호사업, 새로운 복지사업 개발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전순득 지회장은 어릴 때 사고로 자폐성 장애인이 된 아들(22, 청해학교 전공과 1년)을 두고 있다. 갑작스럽게 장애 아이의 엄마가 되자 어떻게 해야 할지 캄캄해 졌다. 속초엔 변변한 치료시설도 없고, 도움을 받을 곳도 마땅치 않았다. 그러다 수소문 끝에 장애인교육권연대를 알게 돼 활동을 시작했고, 2008년에 부모연대 속초지회 창립도 주도해 현재까지 지회장을 맡고 있다. 전 지회장은 속초지역에 발달장애인이 300여명에 달한다고 했다. 속초지회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정보교류와 장애인 인권과 법률에 관한 부모교육, 야유회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자녀가 장애 판정을 받으면 부모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게 돼요. 이런 부모들의 길잡이가 되어줄 곳이 속초에는 없어요. 장애인가족지원센터가 필요합니다. 장애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이 있는 상담가도 꼭 있어야 되고요. 전국 시 단위 지자체 가운데 속초만 유일하게 장애인종합복지관이 없는 것도 문제예요.”
그는 장애자녀를 둔 가정의 해체가 심각하다고 했다. 장애자녀에 매달리다 보면 부부로서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어지고 지치게 되고 그러다 싸움이 잦아지면서 이혼으로 치닫게 된다는 것이다.
“부부가 외출하고 일할 수 있도록 24시간 장애 자녀를 돌봐 줄 수 있는 주·단기보호시설이 필요합니다. 다행히 이병선 시장님이 반드시 이뤄주신다고 하셔서 부모들의 기대가 커요.”
장애아동활동도우미 제도가 있지만, 주로 낮 시간에만 이용이 가능하고, 야간에는 시간이나 비용 등 제약이 많다고 했다. 아이 특성에 맞게 음악, 미술, 체육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주간활동서비스도 도입되길 바랐다.
전 지회장은 장애인 복지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뒤늦게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했다. 지난 2007년 경동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한 뒤 가톨릭관동대 대학원(사회복지학과)까지 들어가 2013년에 석사학위를, 지난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가톨릭관동대 복지정책연구소 연구원과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장재환 기자 semin2748@naver.com
전순득 지회장이 지난 2015년 10월 서울 국회 앞에서 진행된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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