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유월의 마지막 수요일. 속초는 여러 가지 문화관련 행사가 풍성했다. 오후 6시 30분에 동아서점에서는 2017 문화가 있는 날 행사로 ‘문학식당’ 속초편 ‘성석제와 함께 하는 속초 맛의 향연’이 진행되었다. 성석제 소설가의 산문집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에 실린 ‘속초의 진미’를 중심으로 정용준 소설가가 사회를 보고, 속초에서 정원학교를 운영 중인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가 패널로 참여해 성석제 작가의 작품과 속초의 맛을 주제로 독자들과 맛깔스런 대화를 나누는 행사였다. 같은 시각, 이웃한 문우당 서림에서는 엄상빈 사진작가의 사진집 ‘아바이 마을 사람들’ 북 콘서트가 열렸다. 속초와 관련된 사진집을 8권이나 낸 엄상빈 작가가 사진집 ‘아바이 마을 사람들’과 ‘학교 이야기’에 실린 사진에 대한 사연과 메시지를 소개하고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였다. 그리고 불과 1시간 뒤인 오후 7시 30분에는 속초문화회관 대강당에서는 ‘주현미와 만나는 K- Jass 콘서트 러브레터’가 초대권 매진이라는 소문 속에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문화행사는 아니지만 같은 날 오후 6시 30분에는 많은 속초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속초시 난개발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한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가보고 싶은 곳은 네 곳이나 되는데 몸은 하나뿐이고, 개인적인 약속도 잡혀서 부득이 30분 단위로 시간을 쪼갤 수밖에 없었다. 문우당에 들려 시작 전에 엄상빈 작가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저녁 식사자리를 서둘러 마치고 동아서점에 들려 문학식당을 뒷전에 서서 참관하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즐거웠다. 이제는 우리 속초도 동네 서점이 무언가를 시작했다는 기대감으로…. 그러나 돌아가는 길 내내 주현미 콘서트의 모습도 궁금했고, 시민토론회의 분위기도 매우 궁금했다. 그리고 또 하나, 왜 속초의 많은 문화행사는 같은 날, 여러 곳에서 같은 시간에 진행되는가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필자는 오늘, 위에서 진행된 행사의 좋고 나쁨을 이야기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이렇게 좋은 행사들을 보다 많은 속초시민이 참여하여 문화적 콘텐츠를 같이 즐기고, 의견을 나누는 소통과 공감의 장이 될 수 있도록 기획되고 진행하는 시스템의 문제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흔히 우리 속초를 이야기할 때, 문화의 변방이라는 소리를 많이 한다. 그리고 문화적 콘텐츠의 빈약함을 말하며 문화소외지역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런 말씀하시는 분들에게 늘 이렇게 말씀드린다. ‘절대 아니다! 단지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의 문화적 관심도가 작기 때문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렇다! 우리 속초의 문화행사는 매우 다양하면서도 많다. 단지 우리 속초시민의 관심도가 문화 쪽보다는 다른 쪽에 더 많이 가 있기에 모르고 있고, 참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에는 속초예총, 민예총, 속초문화원, 속초축제위원회 등 문화 관련단체가 속초시의 지원을 받아 1년 내내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해 나가고 있다. 또한 설악문화센터 등 지역의 다양한 민간 문화단체도 나름 특색 있는 문화행사를 연례적으로 기획 운영하고 있다. 눈을 크게 뜨고 보자. 주말마다 속초시 어디에선가는 작은 축제 마당이 펼쳐지고 있다. 문화원 강당과 전시실에서, 등대에서, 대포항에서, 시립박물관에서, 국립 산악박물관에서, 청호동 갯배에서 많은 문화행사들이 펼쳐지고 있다. 단지 여러분이 모를 뿐이다. 그렇다고 여러분 탓이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우리 문화예술에 관련된 사람들의 잘못도 분명히 있다. 그것은 문화관련 단체들이 소통하지 못하고 각자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다보니 같은 날, 다른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려 결국은 시민의 문화적 혜택의 기회를 줄이고 있다. 이제 우리 속초시의 문화관련 단체는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그래서 각자의 색깔을 가진 사업은 50% 정도 진행하고, 나머지 50%는 속초문화라는 커다란 양푼에 예총, 민예총, 문화원, 축제위원회, 민간단체의 사업을 함께 비벼내는 비빔밥 프로젝트를 시도해야 할 때가 됐다. 그렇게 1년간의 문화 프로그램 스케줄이 담긴 캘린더 1권을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고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오늘 저녁, 계모임을 가시겠습니까? 문화원으로 가시겠습니까?’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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