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속초지역에 일고 있는 대형 건축물의 무분별한 난립은 경관 보호에 대한 속초시의 대처가 미흡한데서 초래됐다며 자치단체 차원의 규제 강화 등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속초시 난개발 이대로 좋은가?’라는 속초시민토론회가 지난달 28일 오후 속초근로자복지회관 1층 대강당에서 내일을 여는 속초시민연대, 속초경실련,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등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엄경선 청초호 41층 반대 시민대책위 공동대표는 ‘속초시 난개발 실태와 대안 모색’이라는 주제발표에서 “현재 속초지역에 건축 중인 대부분의 건축물이 29층~41층의 고층 건축물이어서 경관훼손이 우려되고 있는데다, 공사과정에서 조망권, 일조권, 분진 및 소음, 진동 등의 생활민원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엄 공동대표는 “이는 경관훼손 방지를 위해 일반주거지역(제2종) 건축물 층수를 제한한 서울시와 제주도 등과 달리 경관보호에 미온적인 속초시 도시행정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2종 일반주거지역과 시가지경관지구 높이 제한, 도로사선 제한 폐지에 따른 보완 조치, 시유지의 신중한 매각 등이 이뤄졌으면, 속초지역의 초고층 난개발은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열호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속초를 생명의 도시, 살림의 도시’라는 주제발표에서 “초고층 난개발로 자연생태관광도시로서의 속초의 특색이 사라지고, 천혜 자연경관의 사유화로 다수 시민에게 여러 가지 피해가 나타난다”며 “물 부족과 초고층 건물의 취약한 소방대책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 공동대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속초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도시계획이 수립돼야 하고, 한라산의 조망 방해를 막기 위해 건축물의 높이를 30m 이하로 제한한 제주도처럼 속초시도 건축물의 최고 높이 제한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반면, 신선익 속초시의회 부의장은 ‘콤팩트시티(토지이용 및 효율을 극대화 하는 도시개발기법의 하나)’라는 주제발표에서 “시가 설악산과 호수 및 해안선의 경관 보전을 위해 10년 전에 수립한 경관형성계획은 오늘날의 다변화된 시대적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지역특색에 맞는 방향으로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며 난개발을 이유로 무조건적인 규제강화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신 부의장은 이어 “속초지역은 토지면적의 대부분을 설악산국립공원이 차지하고 있는 등 실질적인 가용토지 면적이 전국에서 제일 작아 지속성장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며 “보전할 지역은 철저히 보전하고 개발할 지역은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서 토지이용률을 극대화 시키는 ‘콤팩트시티’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 부의장은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여러 도시도 이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앞서 목원대 최봉문 경실련도시개혁센터 이사장(목원대 도시공학과 교수)은 ‘지역의 자산으로서 도시경관을 지키기 위한 제안’이라는 기조발제에서 “경관은 문화수준을 향상시키는 소중한 자산이라는 인식의 전환과 주민 스스로 경관 자원을 지키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속초지역사회도 미래 후손들에게 어떤 도시경관을 물려줄 것인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도로 접근망의 개선으로 속초가 개발의 호기를 맞았는데 난개발을 이유로 반대 논리만 펼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개발계획 수립도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난개발로 아파트값과 임대료 등이 상승해 원주민들이 떠나고 영세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met
‘속초시 난개발 이대로 좋은가?’라는 속초시민들의 토론회가 지난달 28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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