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항이 개발되기 전 대포항은 속초의 수산업과 대외물류의 거점이었다. 대포항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속초의 수산업이 시작되었다. 속초 최초의 어항인 대포항은 언제 항구로서의 기능과 면모를 갖추었는지 살펴보자.
대포항에 처음 방파제가 축조된 시기는 1915년으로 확인된다. 1925년 3월 11일자 조선일보 호외 2면에는 1915년경 대포의 주민들을 위하여, 지금의 속초지역인 도천면 각 리에서 인부 1천8백여명과 송재(松材) 8백여개를 들여 대포항 전면 빈해지에 방파제를 세웠다는 기사가 게시되었다.
그 다음 방파제 수축 공사 시기는 1918년으로 확인된다. 1924년 6월 9일자 매일신보에 실린 ‘강원도 수산업 일반(4)’에는 강원도 동해안의 항만시설에 대한 기사 속에서 대포항 수축공사가 언급되었다.
“강원도 동해안에서 어업의 근거지로 가능한 곳은 고성군 장전항, 울진군 죽변항, 강릉군 주문진, 통천군 고저항, 고성군 거진, 양양군 대포항, 삼척군 정라진이며, 그 다음으로 양양군 아야진, 속초진이다. 동해안에는 작은 만은 있으나 간단히 어선을 정착할 수 있는 곳에 불과해 항만이라 할 가치가 없다. 앞에 거론한 항구 중 장전항 이외에는 거센 파도에는 소형 어선이라도 안전하게 정박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원도에서 항만 시설이 긴급하게 필요하지만 경비가 없어 국고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1914년과 1915년 삼척 정라진항, 1918년 대포항을 수축했고, 1923년부터 1925년까지 주문진항을 준공할 예정이었다. 대포항은 총 공사비 1만1천원 중 국고보조 1천5백원이다.”
1921년 9월 23일자 매일신보 4면에도 대포항 방파제 수축 기사가 실려 있다. 강원도 양양군 대포항 방파제는 당초 양양군의 계획으로는 1919년 3월에 시작해서 그해 10월 하순까지 40간(72.7m)을 제1기 공사로 하고, 제2기 공사는 30간을 증축하여 총 70간(127.3m)의 방파제를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재정이 부진하여 공사가 일시 중단되었고 1기에 완공된 40간도 심한 파도로 일부 파손되어 지금 다시 추가공사를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고 했다. 대포항 추가 수축비 2천5백원 중 지방비 보조로 1천5백원을 조달하고, 대포 주민들로 대포방파제유지보존회를 조직하고 회원들의 명의로 은행이나 기타 금융기관에서 차입하여 공사비를 조달해 착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대포항에 이어 1929년 외옹치항 방파제도 만들어졌다. 1929년 8월 29일자 조선일보 석간 4면에는 ‘양양 외옹치 제방 준공식’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서는 강원도 양양군의 주요 어산지(漁産地)인 도천면 외옹치리에서는 방파제 건설이 주민들의 큰 숙원사업으로 주민들의 꾸준한 활동으로 1929년 5월부터 공사에 착수하여 8월 18일에 방파제 준공식을 외옹치리에서 성대하게 거행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소요 공사비는 거액 3천여원이며, 도천면 주민 수백명도 함께 부역을 했다고 보도했다.
1930년 7월 18일과 19일 양일 간 동해안 일대가 큰 태풍으로 해안 마을은 모두 초유의 재난 피해를 입었다. 양양군에서도 사망자 6명, 부상자 1명, 행방불명자 392명, 가옥침수 610채의 피해가 집계되었다. 이에 1930년 11월 28일자 매일신보에서는 이 태풍 피해로 지역주민들이 피땀으로 축조한 대포항과 외옹치항 방파제가 파괴되어 도천어업조합으로부터 수축조성비 5천5백원 보조신청이 제출되어 조만간 허가가 이뤄져 공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두 어항의 방파제 공사 기사는 다시 또 반복된다. 다시 4년 후인 1934년 11월 6일자 조선일보 3면에는 ‘양양 대포리제방, 연내에 기공’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서는 대포항과 외옹진(外甕津, 외옹치항) 두 어항은 가끔 밀어닥치는 풍랑으로 방파제가 무너져 선박 정박이 곤란하게 되어 어민들의 두통거리라고 보도했다. 성어기를 앞두고 관계자들이 적극 나서서 노력한 결과 조만간에 공사에 착수하게 될 예정으로 대포항 2천8백원, 옹진(외옹치항) 2천원 합계 4천8백원이 공사비로 소요될 예정인데, 이를 지방비 보조 2천8백원, 주민부담 2천원으로 조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1925년 초 대포항의 방파제와 매립지 조성을 둘러싸고 조선인과 일본인들의 대립과 갈등이 고조되어 당시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다. 당시 양양군 대포 빈해지(瀕海地) 문제에 대해 조선일보는 몇 차례 상세하게 보도했다.
당시 대포항 방파제는 공공사업으로 진행되어 많은 도천면민들이 함께 공사비도 부담하고 공사에 동원되어 이룬 사업이다. 그럼에도 대포에 거주하는 일본인 10여명과 일부 조선사람들이 대포번영회를 조직해 방파제를 추가로 수축하고 배후지를 매립해서 시장을 만들어 독점하려고 들자, 도천면민들이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일본인들의 대포 빈해지 독점 개발에 반대해 도천면민들은 각 리 단위 대표자들과 백여명의 면민들이 부월리 마을회관에서 도천면민대회를 열고 일본인들에 대항하여 대포매축공사기성회를 조직하고 3,4년 동안 115간(209m)을 매립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 자리에서 도천면장 김우규는 일본인 번영회에 매축공사를 양보하라고 발언해 면민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1925년 3월 11일자 조선일보 호외 2면에는 ‘동해안의 일대 문제, 양양군 대포 빈해지 문제와 소위 번영회 일파의 야심’이라는 기사가 4단에 걸쳐 크게 보도되었다. 이 기사에는 대포항 방파제가 어떻게 건설되었는지 자세히 나와 있다. 해당 내용 기사를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915년(대정4년)경에 대포의 주민들을 위하여 도천면 각 리에서 인부 1천8백여명과 송재(松材) 8백여개를 들여 대포항 전면 빈해지에 방파제를 세웠다. 그러나 계속 밀려드는 격랑노도는 피와 땀으로 이룬 방파제를 사정없이 수포로 돌려보내고 말았다. 도천면민 일반은 여러 방면으로 의논을 많이 했으나 경비 관계로 진행하지 못하던 차에 1918년경에 이르러 국고와 지방비 보조, 군민 기부금을 합해 1만5백원을 들여 양양군의 경영사업으로 40간의 방파제를 축성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다시 또 방파제가 파손되어 1922년경 지방비 보조와 도천면의 기부금을 합쳐 4천여원으로 도천면 경영사업으로 방파제를 수축하였다. 이것도 미흡해 다음해인 1923년경에 대포방파수축위원회라는 명칭으로 도천면장 김우규씨가 위원장이 되어 각 리의 기부금과 기타 기부금 6백원을 들여 보수했다. 이 결과 대포어선은 물론 발동선과 각 리의 어선까지 모두 혜택을 입었다. 주택까지 들이치던 파도도 점점 물러가서 빈해지도 넓어졌고 천지를 울리는 거센 파도에도 대포 사람들은 단꿈을 이루게 되었다.
대포는 남북행의 기선이 매월 7,8차 입항하여 여러 가지 무역에 편의를 주는 양양의 관문이다. 양양의 문화 수입구로 대포의 발전이 양양의 발전이라 할 만큼 주요한 항구이다. 그러나 대포의 지세는 편협하다. 뒤로 설악산(雪岳山)의 여맥이 어깨를 누르고 앞으로 동해의 파도가 턱을 받친다. 조금이라도 넓히자면 파도가 몰려드는 빈해지를 메우는 것밖에 별도리가 없다. 1918년 방파제를 축성할 때부터 면민 사이에서 면의 사업으로 빈지를 메워 대포의 발전을 바라는 동시에 빈약한 면의 재원을 얼마라도 보충하자는 논의가 분분했으나 방파와 매축의 양대 공사를 일시에 진행하기가 불가능해 보류하였다.
도천면에서는 방파제를 거듭 수축하고 보통학교를 건축했으며, 기타 여러 가지 사업으로 부역과 부과금, 기부금을 내야 했기에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사업을 거의 마쳤고 대포의 발전은 더욱 도천면민의 노력과 분투를 기다리고 있는 터이라 지난 2월 9일 면민대회를 열고 토의한 결과 일반 면민은 열광적으로 대포 해안 매측기성회를 조직했으며, 당선된 간부들도 침식을 잊으면서 각 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작년(1924년) 12월 대포 거주 일본인을 중심으로 5명의 조선인이 함께 소위 대포번영회를 조직하였다. 당초 규약에는 빈지 문제는 그림자도 볼 수도 없었는데 졸지에 빈지 문제를 일으켜 “대포의 사업은 대포 사람들이 해야된다”고 조선사람들을 달래어 운동하고 있다. 사실 당초에 일본인 모씨가 개인 단독으로 사업을 하려 했으나 어렵게 되자, 번영회의 명칭을 빌리고자 한 것이다.
도천면민으로 구성된 대포매축공사기성회에서는 대포 빈해지 사용원을 제출하고, 이어서 빈해지를 매축하여 달라고 6백여명의 연서 날인한 지원서를 도천면에 제출하였다.
대포 빈해지 문제를 둘러싼 일본인들과 갈등은 어떻게 결말을 맺었는지 최종 기사는 찾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속초 최초의 어항인 대포항이 속초 주민들의 피땀어린 노고로 조성했으며, 일본인들의 경제침탈에 항거한 지역민의 의기로 지켜온 소중한 공간임은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벌써 1백년 전의 일이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조선일보 1925년 3월 11일자 2면 기사. 대포항 방파제와 매립사업을 둘러싸고 도천면 지역주민과 일본인간의 갈등을 4단에 걸쳐 상세하게 보도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