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에 북한 공산군이 남북군사분계선이던 38선 전역에 걸쳐 불법 남침함으로써 일어난 한국에서의 전쟁이 시작된 달이기 때문이죠. 전쟁의 참상은 가해자이든 피해자이든 모두에게 불행을 안겨다 줍니다. 건물은 파괴되고, 가족은 해체되면서 우리의 행복한 삶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매년 6월이 오면 우리가 경건한 마음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신 분들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6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유공자에게 경의를 표하고 함께 무대에서 내려오는 모습은 지지여부를 떠나 너무나 감동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분들을 국가가 돌보고 위로해 드리는 일은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시작입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진보와 보수로 분열된 이념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훈은 결국 우리 사회가 돌봄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돌봄은 보통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것을 말합니다. 국가가 행정적으로 지원해주기도 하고, 민간에서 제도를 바탕으로 돌보기도 합니다. 개인이 개인을 돌보는 돌봄도 있습니다. 어떤 내용이든 돌봄이 필요한 이에게 따뜻한 이웃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면 우리사회는 더욱 살만한 세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돌봄의 문화에 형식을 가둘 필요도 없습니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일은 시간과 물질을 희생해야 하지만 굳이 자신의 희생을 통해 돌봄에 압박을 받을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다양한 형태의 돌봄문화가 우리의 생활 곳곳에 파고드는 것이 더욱 좋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돌봄을 문화예술로 접근하는 것도 돌봄의 문화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방법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6월에 개최한 갯배예술제와 실향민문화축제가 돌봄의 문화를 예술로 표현한 축제입니다. 분단의 상처가 실향의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실향민을 위로하고 그분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축제이기 때문입니다. 두고 온 고향으로 갈 일은 아직 요원하지만 속초를 고향삼아 삶의 터전을 일구어 오신 실향민들에게 이런 행사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실향민은 과거의 향수에 젖고 자신들의 문화정체성에 자부심을 느낄 것입니다. 그 공연 자체로 실향민을 위한 돌봄의 문화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 어떤 축제보다 더 의미있는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실향민들이 이북에서 즐겼던 북청사자놀음과 돈돌날이를 속초의 축제 때마다 공연으로 만날 수 있는 이유는 속초문화원의 다양한 생활문화 프로그램 때문입니다.
수준 높은 공연을 만들 수는 없지만 일반 시민이 생활 속에서 예술을 만나고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생활문화프로그램은 교육생들도 돌봄의 문화를 실천하는 당사자이자 수혜자이기도 합니다.
속초는 최근 도시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변화에 어떤 분들은 열광하고 어떤 분들은 두려워합니다. 맨몸으로 속초에 정착한 실향의 삶을 우리가 문화로 위로하듯이, 우리 이웃들과 함께 속초를 살아간다는 정신으로 돌봄의 문화가 정착하기를 바랍니다.
이영순
속초문화원 부원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