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의 수산업에서 언급할 어종 중에 청어를 빼놓을 수가 없다. 1927년 9월 4일 동아일보 <순회탐방-양양>에는 1926년 한 해 동안 양양군에서 어획어종 중에 청어(靑魚)가 가장 많이 잡힌 것으로 보도되었다. 동해안에서도 영일만 일대가 산란장으로 청어가 많이 잡힌 것으로 유명하나, 당시 양양군에서도 적지 않은 양의 청어가 잡혔다. 명태잡이가 함경도보다 일찍 조업을 시작해 일찍 끝나는 강원도에서는 1월부터 3월까지 청어잡이가 진행되었다.
청어는 한류 회유성 어족으로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대표 어종으로 서민들이 많이 먹는 어종이었다. 훈몽자회에는 청어는 鯖(청)으로 표기했는데, 일제강점기 이후 鯖魚(청어)는 고등어를 지칭하는 한자로 쓰였다. 청어는 가난한 선비를 살찌운다는 뜻에서 유래되어 비웃이라고도 했으며, 동해안에서는 東魚(동어)라고도 했다. 말린 청어의 눈을 꿰었다는 뜻의 관목어(貫目魚)에서 과메기가 유래되었다. 일제강점기 신문 기사에는 청어를 일본어식으로 鍊魚(연어) 또는 鯡魚(비어)로 표기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보통 청어를 한자로 靑魚(청어)라고 썼고, 고등어를 鯖魚(청어)라고 표기했다. 그래서 봄고등어를 춘청(春鯖), 가을고등어를 추청(秋鯖)이라고 했다. 동아일보 일부 기사에서는 고등어라고 표기하고 鯖(청)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어떤 기사에서는 청어를 鯖魚(청어)로 쓰기도 했다. 청어 어획기에 보도된 기사를 보면 청어를 靑魚, 鰊魚로 쓴 경우가 다 확인된다.
1934년 대포·속초항 청어 대풍어
1927년 3월 27일자 중외일보 4면에는 양양군 도천면 대포에서는 3월 13일에 청어(靑魚)가 근래에 드물게 많이 잡혀 1천2백50여짐(시가 3만5천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1934년 2월 26일자 동아일보 3면에는 양양 대포에서 청어(鯖魚)가 대풍획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기사에서는 작년 연말 폭풍과 강설로 동해안 일대에 제철인 청어가 잡히지 않아 설을 앞두고 어민들은 머리를 들지 못하더니 청어가 잡히기 시작해 보름 동안에 대포 한 곳에서 1천8백 태(駄)의 청어가 잡혀 가격이 13만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설 정초에 양양의 어촌은 비상한 활기를 띠고 있다며, 대신 청어값이 한 태에 80원50전 하던 것이 51원50전으로 폭락했다고 보도했다.
1934년 3월 대포항과 속초항을 비롯한 양양군 어항이 수십년만의 청어 대풍으로 활기가 넘쳤다. 1934년 3월 17일자 동아일보 3면에는 다음과 같이 양양어촌 청어 풍어 기사가 실렸다.
○ 양양어촌 청어(鯖魚)사태, 수십년래 초유 풍획 / 대포, 속초 등지는 비상한 활기, 가격이 30만원 이상
[주문진] 강원도 양양군 도천면 대포로부터 외옹치, 속초항, 아야진 등지에는 요사이 수십년래 처음 보는 청어(鯖魚)의 풍획으로 어촌에는 전에 보지 못하든 활기를 띠고 있다한다. 지난 2월부터 3월 5일까지 잡힌 청어의 가격이 30만원에 달하는데, 박영만(朴永滿) 어장 한 곳에서 잡은 것만 하여도 1만2천여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근년에 없는 청어가 이렇게 많이 잡히어 한태에 3푼씩 하는 고전(雇錢)만으로도 대포어업조합 한곳에만 6천여원에 달하여 수입총예산이 초과되었다 한다. 이 소문을 듣고 각처로부터 술장사, 작부 등이 양양 어촌으로 몰려들어 밤낮으로 그 일대에는 활기가 비상하다 하여 양양 어촌은 인접한 다른 군 어업자들이 부러워하는 표적이 되었다 한다.
<1934년 3월 17일자 동아일보 3면>
1935년 2월 16일 조선일보에는 “풍어! 대풍어! 2일간에 3만여원, 속초 대포 양항에 철 늦은 청어(靑魚) 사태”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서는 강원도 동해안 일대는 금년 청어시기가 반이나 넘도록 청어가 잡히지 않아서 각 어촌은 극도의 불경기로 인해 가난한 어민의 생계가 막막했는데, 지난 2월 12, 13일 이틀간 강원도 대포, 속초 두 군데서만 잡은 청어의 가격은 십만여원에 달하여 어촌에 점차 활기가 돌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1936년 2월 2일자 매일신보 4면에는 양양 대포항에 청어가 대풍이라며, 1주일 전에 청어(鰊魚) 20경(噸,톤)을 포획하고 28일 밤에는 4백여경을 잡아 어촌마을에서는 일획천금의 꿈을 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1936년 4월 9일자 매일신보에는 양양군 토성면을 중심으로 도천면 대포항, 속초항에서 지난 2월 하순부터 4월 3일 현재까지 청어(靑魚)어획고가 1만태 가격으로 50만원이며, 양양관내는 어획고가 지난해 배 이상 늘었다고 보도했다.
1940년 2월 16일자 매일신보에는 양양 해안 일대에 청어포획시기가 당도해 정치망을 설치해 놓고 기다렸는데, 동산과 대포, 속초, 봉포, 천진, 아야진 각 연안에 13일까지 청어 7천여접에 14만원 가량이나 되어 어촌의 경기는 대활기를 띤다고 보도했다.
1940년 2월 28일자 조선일보에는 속초에 청어(靑魚)가 많이 잡혀 24일 하루에 잡은 총 수량이 5백태에 달하였고, 자망어업을 시작한 이래 이번까지 대풍획으로 어획고가 1백만원대에 달하고 대활기를 띠고 있다고 보도했다.
1935년 대포항 어민들 흉어로 대타격
청어가 많이 잡힐 때는 원산과 부산에서 몰려온 상인들로 어항이 북적거렸다. 그러나 대포항이 항상 풍어로 경기가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극심한 흉어로 어민들이 빈곤에 빠져들었다는 기사도 적지 않다.
1932년 2월 25일 동아일보 6면에는 양양군 대포항 전년 어획고가 오억미 이상이었고 금년에는 때가 이미 늦었음에도 3만미 이내에 불과하다며, 밥을 굶고 푸른 물결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1935년에도 대포항은 큰 흉어를 겪었다. 1935년 5월 11일 조선일보에서는 양양군 일대에 농작물이 사할 내지 오할, 수산물이 육칠할의 대감수로 수만명의 주민이 큰 타격을 받았는데, 생계를 수산물에만 의존하는 수천 세민들은 하루하루 굶주린 생활을 보내며 하늘을 우러러 탄식할 뿐이라고 보도했다.
같은해 8월 10일 조선중앙일보에는 대포항 어민들이 흉어로 대타격을 입었다고 보도하고, 그해 1월부터 7월말까지 어획고를 게시했다. 그중 멸치(鰯魚)가 3만7천여원, 청어(鰊魚)가 3만2천여원, 정어리(鰮魚)가 6천6백여원, 명태가 2천8백여원이다. 다른 해는 청어 단일어종 어획고가 1백만원이 넘기도 했는데, 이에 비해 3만2천여원의 어획고는 거의 어획량이 없는 수준이다.
해방 즈음까지 많이 잡히던 청어는 이후 어획량이 급감한다. 청어산란장이었던 영일만 일대에서도 청어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다시 청어가 나기 시작한 것은 1968년. 그것도 동해안이 아닌 서해안. 20년 만에 서해안 어청도 일대에서 청어를 한달 동안 1백50톤 어획했다.
1978년 속초 근해서 다시 잡혀
동해안 청어 어획의 희소식은 속초에서 처음 터져 나왔다. 1978년 1월 속초 근해에서 30년 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청어가 잡혔다. 1978년 1월 11일자 동아일보에는 속초항 소속 기선저인망이 동방 7마일 해상에서 1천여마리의 청어를 어획해 위판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1982년 4월 22일 동아일보에는 속초 거진 일대에 3년째 해수저층 냉수대가 형성되어 구경하기 힘든 청어가 1백90톤이 잡히는 이변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1986년 1월 23일 매일경제신문은 동해안 청어가 해방 이후 최대로 풍어를 이뤘는데, 속초시 앞바다에 청어떼 어장이 형성돼 대포항 어민들이 만선으로 귀항해 어판장에 청어가 산처럼 쌓여있다고 보도했다.
전국적으로 1930년대 연간 7만여톤에 이르던 청어어획량은 거의 잡히지 않다가 2000년 이후 경북 연안을 중심으로 점차 늘어나 2016년에는 2만4천여톤이 어획되었다. 이중 경북이 65%, 경남 22%, 강원도가 11%를 차지해 경북지역이 청어의 주산지가 되었다.
가난한 선비를 살찌우는 서민의 물고기인 청어. 속초의 어민들을 울리기도 하고 웃게도 만든 소중한 생명줄이었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속초항과 대포항 청어 풍어를 다룬 1935년 2월 16일 조선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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