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론이 어떻게 흐르고 나가든 예술현상은 삶의 현장에서 끊임없이 연희되고 펼쳐진다. 예술에 대한 평가가 바르게 이뤄진 시대는 많지 않다. 평론이나 평가는 오류의 역사를 걸어온 것이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예술작품에 대한 평가기준은 문학인 경우 독자의 수, 공연인 경우 관객의 수로 한다. 지극히 상식적인데 그것이 객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입장인 모양인데 예술사는 독자나 관객의 수와 관계없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예술의 기능 중 하나가 흥미나 오락성을 부여하는 것이 사실이다. 예술은 재미있어야 된다는 논리이다. 관객은 재미있는 작품을 감상하려고 한다. 요 몇 년 동안 우리나라 문화예술이 세계시장에 나가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것을 통칭해 ‘한류의 성공’이라고 하고 관계자들은 한류의 성공이 한국문화예술의 성공이라고 자찬하기에 바쁜 것 같다. 한류가 과연 한국적인 것인가. 그것이 한국 문화예술의 본질인가란 물음을 한번쯤은 되물어야 된다고 본다. 70년대에 우리나라는 우리 고유의 문화예술 중 하나인 탈춤을 선택해 해외공연을 했다. 봉산탈춤이 선택돼 미주와 유럽에서 절찬 속에 연희되었다. 봉산탈춤은 가면이 그로테스크하고 의상이 화려하고 춤사위가 활력이 넘쳐 외국인들에게 매우 재미있는 역동적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봉산탈춤은 흥미와 오락성만 있었는가. 그렇지 않다. 탈춤에는 관료를 비롯한 지배계급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있다. 오락성 사이에서 반짝이는 비판정신은 어두운 밤하늘의 별과 같았다. 풍자와 해학은 쓰레기로 더렵혀진 골목을 청소하는 청소부이다. 희극작가 몰리에르의 풍자와 해학으로 짜여진 희극이 타락한 프랑스의 귀족사회를 비판하듯 한국의 전통탈춤도 무능하고 부조리한 조선사회를 청소했다. 예술에서 엄숙주의만 강조하면 그 또한 함정에 빠지기 쉽다. 그렇다고 지나친 오락성 추구는 인간을 타락시키고 사회를 병들게 한다.
2017년 올해는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 되는 해이다. 강원도 연극인 변유정, 이지현, 장태준 등 3명이 고성군 죽왕면 왕곡마을에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극’이란 표제를 걸고 연극공연을 했다. “왜 왕곡마을인가”란 물음이 생긴다. 그들은 왕곡마을이 윤동주가 성장한 북간도 명동촌과 유사하고 연전에 윤동주의 모습을 그린 영화가 왕곡마을에서 촬영되었다는 인연을 내세웠다. 공연은 환경극 또는 공간체험형 연극이란 카테고리 속에서 이뤄졌는데 전통옥내 연극이 아니었다. 지난 6월 10일 밤 8시에 공연되었는데 마을 전체가 공연장이었다. 관객은 약 500여명. 일본관객도 눈에 띄었다. 연극은 <순수>(변유정 작, 연출), <최초의 악수>(이지현 작, 연출), <별 헤는 밤>(장태준 작, 연출) 등 세 파트로 공연되었다. 공연 장소도 <순수>는 마을 입구 연못에서 시작돼 오봉교회 안뜰과 마을 전통마당에서 연희되고 <최초의 악수>는 마을 가운데로 흐르는 시냇가 위의 공터, <별 헤는 밤>은 한옥마당 등에서 공연되었다. 출연진은 도학초등학교 어린이들과 속초 어린이연기학원 학생들, 원주 치악무대 연기자들, 춘천 창작무대 등에서 참여했고 분장과 조명, 무대 등의 스태프는 속초연극인들을 비롯한 강원도 전 연극인들이 참여했다. 이 졸고(拙稿)에서 연극에 대한 기술적인 면은 서술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그런 면보다는 이 연극이 지향하는 가치와 앞으로 우리나라 지방축제 또는 행사가 나가야할 점 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창작집단 ‘초크24’의 이번 공연은 한국연극사에 새로운 지평을 연 행위로 기록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유사하거나 더 새로운 형식의 공연이 이뤄져 한국 문화예술의 역동성과 고유성, 풍자와 해학성이 계승･발전되길 바란다.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 ‘하늘과 바람과 별과 극’은 우리에게 참예술과 그렇지 않은 예술의 진위를 밝히는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겉은 화려하고 모양은 현란하나 속이 빈 예술은 깡통예술이고 죽은 예술이다.
그러나 속이 찬 예술은 영혼이 살아있는 예술이고 참예술이다. 이 땅에서 영혼이 살아있는 예술이 공연되기 바란다. 강원문화재단에 감사드린다.
이반
극작가･설악문화예술포럼 회장
창작집단 쵸크 24가 지난 10일 밤 8시 고성 왕곡마을에서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여는 세 편의 연극을 공연했다. 변유정 작·연출 ‘순수’.
장태준 작·연출 ‘별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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