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상·하반기로 나누어 실시하는 공로연수와 정년퇴임이라는 용어를 그렇게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이들이 바로 고참공무원이 아닌가 싶다. 대부분의 대상자들이 70년대 내지 80년대 초 공무원을 시작해 30여년 간의 박봉에도 최 일선 현장에서 불철주야 시도 때도 없이 맨발로 뛴 경제개발과 지역발전의 주역들이다.
오는 7월에 중앙 및 지방정부에서 12월말 정년퇴임을 앞둔 사람들의 공로연수가 실시된다. 통상 정년퇴임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공로연수는 평균 30여년 정도의 공직생활을 별 탈 없이 마무리하기 위한 정부의 배려인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995년 7월 출범한 민선자치시대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으며 공로연수와 정년퇴임에 대한 잡음은 때만 되면 공무원사회의 화두로 떠올라 당사자는 물론 관계자들의 마음에 갖가지 모습으로 투영되고 있다. 물론 공직사회뿐 아니라 조직사회 모두에서 정년퇴임이라는 세월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지만,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후진들의 승진과 원활한 조직의 움직임을 위해서도 공로연수와 정년퇴임문제에 좀 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중앙정부의 자치단체장 임명에 대한 논란은 과거 42명의 국회의원이 지방자치단체장 임명제를 골자로 한 ‘지방자치법 중 개정법률안’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본안이 국회의원들에 의해 상정되었다는 소식에 과거 우리 기초단체장들은 엄청난 충격과 참담함을 맛보았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실천에 있어 핵심적 선결조건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기 이전과 지금을 비교해보자. 기초자치단체의 조례로 운영되고 있는 행정 최 말단조직인 통·반장까지도 주민 직선의 바람이 불고 있는 요즈음 우리는 한번쯤 그 변화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가 얼마나 국민들의 권리 욕구를 다양하게 만들었는가. 또한 그에 따른 행정의 변화는 어느 정도였는가. 과거 한낱 행정의 수혜자로만 치부되기 일쑤였던 지역주민이 이젠 행정의 중심에 당당하게 서있다. 어느 누가 주민을 무시한 정책을 입안하여 시행할 수 있겠는가?
주민들이 선출해준 대표자가 주민을 행정의 중심에 세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임기동안의 업적을 주민들에게 재평가받는 이러한 제도 아래 민주주의의 꽃이 만개하는 것은 필연이다.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준 이는 바로 주민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는 오늘날의 공로연수자와 정년퇴임자들이라 생각한다.
장세호
속초시지방행정동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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