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동해안은 우리나라 최대의 어장이 형성되었다. 1920년대 난류성 어종으로는 멸치와 고등어, 한류성 어종으로 명태와 청어, 대구 등이 잡혔다. 1910년에는 동해안 연안에서는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에서 멸치 후릿그물 조업 등을 하는 연안지선(沿岸地先)어업이 주를 이루었다. 이후 선박의 규모가 커지고, 어항시설이 확충되면서 비교적 멀리 조업을 나갈 수 있는 선박조업이 발달했다. 이렇게 선박어업의 발달로 명태와 청어 등 다획어종의 어획이 대폭 늘어났다.
1924년 6월 8일 매일신보 6면 기사 ‘강원도 수산일반4’에서는 회유성 어족은 강원도 전 연안에서 잡히는데, 대구는 고성, 강릉, 삼척, 명태는 양양, 고성, 청어는 고성, 양양, 울진 연해에서 좋은 어장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6월 10일자 매일신보 ‘강원도 수산일반5’에는 명태연승(낚시)은 동해안 지방 어민의 생명이 되는 바 주된 어장은 양양, 고성, 강릉, 통천 각 연해인데, 그중에서도 양양군이 최고로 왕성한 곳이라고 했다. 아울러 강원도 연해 명태 회유는 타도에 비하여 빠른데, 9월에 출어를 시작해 11월경에 성어기로 강원도의 특산 명물로 시장에서 크게 환영을 받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멀리 함북 지방에도 명태조업을 위해 출어하는 경우가 많아 1922년에는 1백20척 7백66명이 출어했다고 한다. 속초에서 오징어가 많이 잡히는 남쪽지방으로 장기간 조업을 나갈 때 ‘남바리’라고 했듯이, 일제강점기 때는 강원도에서 멀리 함북지방까지 명태를 잡으러 북쪽으로 갔으니 ‘북바리’를 간 셈이다.
1926년 도천면 면세일반에는 주요 어획고로 명태가 1위로 2만9천689원이며, 청어가 1만2천325원이다. 1927년 9월 4일자 동아일보 양양군 소개 기사에는 양양군 어획고 중 명태는 13만1천460원으로 청어 24만1천975원에 이어 두 번째이다. 1925년 11월 5일자 동아일보 4면 기사를 보면, 속초를 비롯한 양양군 항포구의 명태 어획량을 확인할 수 있다. 기사에서는 1925년 9월 1일부터 10월말까지 양양군 각 어촌부락에서 명태가 많이 나서 고금 초유의 대풍을 이뤄 지난해와 비교해 어획고는 5할, 가격은 약 4할이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각 항포구별 어획량과 어획고를 게시하였다.
1931년 11월 26일자 매일신보 3면에는 ‘양양은 금년부터 명태어가 풍산’이라는 기사가 게시되었다. 강원도 영동 해안 일대는 10여년 전까지 명태가 많이 산출되어 어민의 생계가 풍족했으나 이후에 자연 산출이 해마다 줄어들어 겨울이 되면 일반 어업자의 생활은 극도로 곤궁해져 왔다. 그러나 양양군에서는 금년에 와서 돌연 명태가 예년보다 많이 나서 어업자의 생활이 일시 안정을 보게 되었다고 했다.
1932년 9월 30일자 매일신보 3면에서는 양양군은 올해 각종 어업이 불황 중에도 특히 명태어업이 부진했는데, 함경도 해안에 명태가 많이 나서 해당 지방의 상인들이 어선 1척에 대한 어부가족 생활비로 금 45원과 어구 매입비 등을 대부하는 방식으로 어선을 모집해 9월 상순에 양양군 각 항포구에서 어선 수백 척이 북으로 갔다고 보도했다.
양양의 히쿠치상점, 최초 명란젓 제조
1924년 6월 12일자 매일신보 4면에 실린 ‘강원도 수산일반 7’에 따르면 강원도 명태의 주산지 양양군에서 명태 가공업도 성행했다. 신문에서는 강원도 수산가공업으로 △건대구 △건명태 △명태어란 △통조림(관힐 罐詰) 등을 거론했다.
이중 건명태 제품은 조선인의 기호에 적합해 관혼상제와 부식물로 중요 생필품의 하나로 조선인 어업자들이 건명태 제품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건명태는 양양군 이북 각 군에서 제조하며, 그 중에서도 양양군이 최고로 왕성하다고 밝혔다. 제조된 건명태 제품은 부산과 원산을 거쳐 조선 내에 공급된다고 했다.
명태어란(明太魚卵), 명란젓이 강원도의 주요 수산가공품으로 거론되었다. 명태어란은 염장 준힐(樽詰, 나무통)로 하여 일본인의 손을 거쳐 시모노세키(下關)와 오사카(大阪) 방면에 판매되어 나가는데, 일본의 수요가 증가하여 상인들이 연안에 들어와 전문적으로 모집, 제조에 종사하는 자가 적지 않다고 했다. 1923년 중에 명태어란 생산고는 7만7천614원에 달했다. 특히 강원도의 명태어란은 어기(漁期)가 타도인 함북과 함남에 비하여 이른 관계로 강원도 대표상품으로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2017년 1월 4일자 조선일보 기사에서 인용한 일본의 명태자개발사(明太子開發史, 2008년 발간)에 따르면, 강원도 양양의 명란젓이 일본에서 유통되는 명란젓 상품의 효시임을 보여주고 있다. 명란젓을 근대적으로 상품화한 것은 일본인들인데, 1893년 일본이 자국 어부들을 위해 조선의 바다 사정을 기록해 발간한 ‘조선통어사정(朝鮮通漁事情)’에 명란젓이 처음 등장하는데 “일본인들 입맛에 잘 맞는다”고 적혀 있다. 명태자개발사에 따르면, 강원도 양양에 일본인 히쿠치(樋口伊都羽)가 세운 히쿠치상점(樋口商店)에서 1907년경부터 ‘멘타이코(明太子)’, 즉 명란젓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후 양양과 부산, 함경남도 원산에서 생산된 명란젓은 멘타이코라는 이름을 달고 시모노세키항을 통해 일본 전역에 팔려 나갔다고 한다. 1953년 히쿠치가 쓴 자필 문서에 본인은 1907년 원산에서 어업에 종사하다가 강원도 양양군에서 명란젓 제조에 종사해 부산까지 판로를 확장해 성업을 했다고 밝히고 있다.
일제강점기 동해안의 명태 어업과 관련해 조선인과 일본인의 사회적 갈등은 심각했다. 강원도에서는 이러한 갈등을 보여주는 기사는 많지 않으나 명태의 주어장인 함경남도에서는 1930년대 초반 신문에 수차례 심각한 갈등 상황이 보도되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강원도 일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인 발동선 횡포로 조선인 자망업 위기
명태 조업은 주로 연승(낚시)과 자망(剌網,그물)으로 어획하였으나 동력선이 등장하면서 수중에 그물을 넣고 끄는 기선수조망(機船手繰網, 지금의 기선저인망)이 등장하면서 명태를 남획하기 시작했다.
기선수조망은 1924년 일본 니이가타현 수산시험장 조사선이 함남 마양도 근해에서 명태 시험조업에 성공한 이후 급속히 확대되었다. 1926년 함경남도와 강원도에 기선수조망 어선은 24척으로 늘어나 이때부터 자망 등 연안어업과 마찰을 빚기 시작했으며, 1930년 함남과 강원의 조업구역이 통합되면서 더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1930년 3월 4일자 동아일보 ‘함남의 명태어’라는 기사에는 일본인의 발동선 수조망 조업 6년만에 조선인들의 자망어업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어민들이 수조망어업 규제를 요구하는 진정을 올렸다. 기사에 따르면 함남의 어업용 발동선은 24척으로 일본인 21인, 조선인 3인이며, 발동선은 어구와 선박비용은 1척당 약 7천원에 불과한데 1년 어획고는 평균 약 2만원이라고 했다. 반면 발동선의 횡포와 남획, 일본 불법 발동선 7,80척 조업 등으로 함남 명태어업용 자망선은 예전에는 5백척 되었는데 절반 수준인 250척으로 줄었다고 했다.
1930년 3월 2일자 동아일보 ‘함남의 명태어1’에는 함남의 명태 어획고로 민족적으로 보면 조선인의 어획고는 함남과 타도 조선인을 합해 연간 약 2백만원인데, 일본인의 어획고는 연간 44만여원이라고 밝혔다. 일본인은 자망어업은 없고 기선수조망 24척 중 21척을 갖고 있어, 어획고 44만여원은 21척의 어획고라는 것이다.
1932년 2월 13일 동아일보에는 일본인 중심의 기선수조망과 조선인의 자망어업과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조선인의 명태 어선은 목조범선으로 어구는 자망(剌網)으로 바닷물 속에 그물을 설치하고 하루 밤낮을 그대로 놔두었다가 다음날 출어해서 약 2백리 거리의 원해(遠海)에 가서 당겨 오는데 근래 발동기선이 수입되어 원해 근해를 불구하고 자망 설치구역을 엄습하여 어민의 생명이오 양식인 어망을 기계용 뎅구리망(수조망)으로 사정없이 끌어 파열된 자망을 표류, 침몰하게 되어 자망어업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게 있다. 그들은 그 구역에서 투망하여 하룻밤에 수입만 4천원 내지 5천원에 달한다. 이들이 자기들의 어획구역에서 투망하는 것이 아니라 금지구역을 돌파하고 자망어획구역을 침범하여 투망하는 것이다.”
당시 자망어업의 중심지인 함남과 강원에 발동선 척수는 함남에 24척, 강원에 12척 합 36척이었는데, 1930년 새로 4척을 허가하여 합이 40척이다. 그 중 일본인이 28척, 조선인이 12척. 이를 감시하는 함남과 강원의 경비선은 총 3척에 불과했다.
1933년 12월 13일자 동아일보에는 함남 삼호항의 박형수씨가 ‘발동선 문제를 재검토함’이라는 투고를 통해 총독부의 어업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발동선이 등장한 이후 동해안 80만 어민과 자망어업자에게 막대한 피해가 미쳐 1926년 자망어업선이 9백2척이었으나 1933년에는 42,3척에 지나지 않아 22분의 1로 줄었다고 했다. 기사에서는 조선 농민이 농토를 빼앗기고 유리표박(流離漂泊)으로 시베리아나 남북만주 땅에 헤매고 있어 눈물과 한숨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지만, 어민은 그보다도 더 심한 자(者)의 하나라고 했다. 최근 4,5년만에 발동선 문제로 동해안 어촌은 황폐해지고 어민들은 고향을 등지고 떠나고 있어 이 문제는 민족적 사회문제라고 주장했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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