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고속도로(2016년12월)와 동서고속도로(2017년 6월)가 개통되고 서울~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추진이 확정되면서 속초지역은 제주도와 같이 경관사유화를 위한 고밀도 개발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속초지역에서 건립 중이거나 인허가절차를 밟고 있는 대형건축물은 공동주택(아파트, 연립주택)이 11개 단지 5,650세대이며 호텔 등 숙박시설은 12개 건물에 객실 수가 5,191실이나 된다. 여기에다 중앙동 고지대 재개발사업(1,090세대)과 영랑동 해안 고도개발사업, 그리고 영랑공원 공동주택사업(1,232세대)과 동명동성당 앞 40층 아파트 및 41층 주상복합건물(1개동) 등이 행정신청을 준비 중이다. 2010년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는 15층, 주상복합건물은 20층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지금 건립 중인 아파트는 층수가 대부분 29층 이상이고 호텔 등 숙박시설은 최대 41층까지 추진되고 있다.
2016년 12월 기준 속초시인구는 8만1,793명에 주택보급율은 109.37%(3만5,721세대 : 아파트 2만1,242세대, 연립 1,156세대, 단독 1만1,990세대, 기타 1,333세대)이다. 호텔 등 숙박업소도 9,931실(호텔 13개 1,613실, 콘도 14개 3,565실, 모텔 174개 4,753실)이나 된다. 속초인구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 관광객 증가추세도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2년 이내에 더 들어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기존보다 16% 이상이며 호텔 등 숙박업소는 기존객실 수 보다 52%가 더 늘어난다. 뭔가 기형적이다. 이와 관련하여 부동산, 건설경기가 지방세수 증가는 물론 지역경기 전반을 견인하는 효과가 큰데다, 수도권과의 접근성 개선에 따른 도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필수적인 사항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도시경관 훼손과 주거비 상승, 교통체증, 물 부족, 숙박업소 제살 깎아 먹기 등 현실적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많다.
현재 진행 중인 속초의 고밀도개발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과는 무관하다. 첫째, 지역민을 위한 개발이 아니라 외지인들을 위한 개발이다. 대부분 개발사업자의 수익논리에 따라 수도권 소비자를 위한 베드타워 아니면 세컨하우스로 전개되고 있다. 둘째, 천혜의 자연경관이 사유화되고 있다. 초고층 경관독점형 대형건축물이어서 주민들의 시야를 가로막고 있다. 또 스카이라인을 무너뜨려 자연과 함께했던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훼손하고 있다. 셋째, 숲과 공원이 사라지고 있다. 보존되어야 할 자연녹지가 훼손되어 동식물들의 서식지 환경이 파괴 되고 있다. 특히 영랑호 상류지역의 대규모 아파트와 연립주택은 주변생태계와 호소수질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넷째, 집값과 땅값이 대폭 오르고 전월세가 동반상승하고 있다. 부동산 시세가 강원도에서 가장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서민과 청년층의 삶을 더욱더 어렵게 하고 있다. 다섯째, 대부분 대형건축물이고 29층 이상이다. 그런데 소방용 고가사다리가 17층이어서 대형화재에 취약하다. 또한 갈수기에 제한급수를 하는 도시에서 주말과 연휴 사용량 급증으로 물 부족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여섯째, 대규모 공사로 인해 주거생활이 불편하다. 조망권·일조권 피해, 소음·분진 등 환경피해, 지표침하·건물손괴(내외벽 금) 등의 재산피해에 따른 민원 발생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같은 개발은 난개발이다. 더 망가지기 전에 막아야 한다. 국토계획법은 ‘자연환경 및 경관의 보전’을 국토의 이용 및 관리의 목적으로 정하고 있다. 법시행령 제19조에서도 도시관리계획 수립기준으로 ‘생태계·경관 등 자연환경을 고려하여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또 도시·군계획시설은 ‘설치되는 장소에 적합한 규모와 구조미를 갖추도록 하여 시각적인 연속성과 경관자원에 대한 조망확보 및 주변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결정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도시계획시설규칙 제8조 제5항) 그런데 2015년 5월 건축법상 도로사선제한(건물의 높이를 전면 도로 폭의 1.5배로 제한)규정이 삭제(2014년6월)되면서 자유로운 건축물의 높이 설계가 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여기저기 대형건축물이 계획 없이 들어서고 있다.
친환경고도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청호해안 대형고층건물(현대아이파크)과 새마을에 건립 중인 39층 주상복합건물, 그리고 청초호변의 41층 레지던스호텔 추진은 도시경관을 헤치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도시개발은 시민생활과 직결된다. 속초의 미래운명과도 연동된다. 남의 문제가 아니고 나의 문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속초시, 속초시의회, 시민단체가 서로 힘을 합쳐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춘 속초특색에 맞게 관련 도시정책을 준비하고 제안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국내외 도시개발 성공과 실패사례를 조사하고 산, 바다, 호수와 연계되는 경관형성 등 도시디자인에 대한 연구와 토론이 필요하다. 그래서 속초시가 추진하는 ‘2035년 도시기본계획 및 도시관리계획 재정비용역’에 시민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김경석
속초경실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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