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40년을 교단에만 있었더니, 직업병이 하나 생겼다. 직원 회식이든, 사적인 모임이든 젊은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뭔가 자꾸 가르치려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집까지 걸어서 돌아가는 길에 모임에 있었던 일이나 이야기를 되돌아다 보며, 다음에는 ‘말도 좀 덜하고 많이 듣는 태도를 가져야지’라고 마음을 먹지만 쉽지가 않다. ‘어른’이 되지 못하고, 소위 ‘꼰대’가 되어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어른’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 4가지 의미로 설명한다.
첫째, 다 자라서 자기의 일에 책임을 질수 있는 사람. 주로 스무 살 이상의 사람을 통틀어 이른다. 둘째, 지위나 나이, 항렬이 자기보다 높은 사람. 셋째, 남의 아버지를 조금 높여 이르는 말. 넷째, 결혼한 사람.
이에 반해 ‘꼰대’는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 아버지, 나이 든 사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또 다른 속설로는 ‘꼰대’는 호남방언이며 ‘지배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조선일보에서 설문조사한 기사에 의하면 꼰대란 ‘나’를 중심에 두려는 이기주의와 나이, 지위, 경험에서 오는 ‘우월의식’이 결합된 사람을 가리키며,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아는 척, 위해주는 척, 있는 척 하면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그런 특징이 있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어른 중에서 ‘꼰대’를 판단하는 6하 원칙이 참 재미있으면서, 가슴을 찔리게 만든다. Who – 내가 누군지 알아!, What – 뭘 안다고, Where – 어딜 감히, When – 왕년에, Why – 내가 그걸 왜?, How – 어떻게 나한테….
그리고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10계명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귀 담아둘만 하다.
하나. 많이 듣고 적게 말하라. 둘, 같은 말을 두 번 이상 되풀이해 말하지 말라. 셋, 틈 날 때마다 영화 감상이나 공연 관람 등의 문화 체험을 통해 감수성을 키워라. 넷, 신문은 두 종류 이상 읽어라. 다섯, 음악과 독서를 가까이 하라. 여섯, 젊은이들은 한심하다는 생각을 버려라. 일곱, 쉽게 반말을 쓰지 말라. 여덟,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체중을 관리하라. 아홉, 과식과 과음을 피하라. 열, 유머 감각을 키워라.
위 10계명을 보며 곰곰이 나 자신을 돌아보니 고쳐야 할 점이 두 가지, 노력해야 할 점이 한 가지다. 또 인터넷에 많이 오르내리는 ‘당신은 꼰대입니까?’라는 체크리스트 20개 문항을 체크 해보니, 다섯 문항이 체크됐다. 판정은 ‘4~7개 : 안 좋은 어른으로 싹 트고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돌아본다. ‘내가 왕년에~’, ‘요즘 젊은 애들은’, ‘젊었을 때에는 고생도 좀 해봐야지’, ‘애 참 버릇없네’ 등의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은 아닌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많아지는 나이와 높아지는 지위를 계급장처럼 이마에 붙이고 다니는 건 아닌지 말이다. ‘꼰대’는 잔소리만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삶은 미숙하다. 권위를 코끝에 걸고 다니면서 책임은 결코 지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남들이 싫어한다. ‘어른’은 늘 자신부터 변하려는 노력을 한다. 삶의 진수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준다. 즉 잔소리꾼이 아니라 언제나 다른 이의 멘토가 된다. 2016년 성인의 날에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 꼭 갖춰야 할 덕목으로 ‘맡은 일이나 의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책임감’을 1순위로 꼽았다. 이어 ‘오늘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않는 성실함’, ‘상대방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배려심’, ‘나이가 들어도 여러 세대와 어울릴 수 있는 유연한 사고력’, ‘타인은 물론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정직함’, ‘자신을 낮출 줄 아는 겸손함’ 순이었다.
결국 ‘어른’과 ‘꼰대’의 차이는 소통과 공감능력의 차이에서 온다. 소통과 공감은 나 자신을 중심에 두는 우월감을 내려놓을 때 저절로 생겨난다. 이제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나잇값을 못하는 것을 두려워해야 되는 시점에 와 있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다음 모임 에서 꼰대가 아닌 어른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나의 다짐은 얼마나 지킬 수 있는지 궁금하다?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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