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과 가곡을 융합한 렉처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해 예술적 감수성을 자극한다. 극작가 이반 속초예총 명예회장의 희곡 ‘바다에 나가는 사람들’이 렉처링돼 가곡과 만난다.
옛 속초수협 어판장 부활 프로젝트‘희곡 렉처 가곡 콘서트’가 오는 6월 3일 저녁 7시 30분 노학동 설악문화센터 카페소리에서 열린다.
설악문화예술포럼이 주최 및 주관하고 강원도와 강원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콘서트에서는 수 세대째 바다에서 살고 희생당하면서도 결코 바다를 떠나지 않고 살아가는 이 지역 어촌마을 사람들의 끈끈한 삶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희곡 ‘바다에 나가는 사람들’을 8개 스토리로 렉처링해 성악가들이 출연, 작품 해설과 함께 가곡을 들려준다.
첫 번째 스토리. 테너 나승서 씨 등 남성 성악가 3명이 출연해 조두남 곡‘뱃노래’를 부른 후 바리톤 노선호 씨가 내레이션을 한다.
“겨울 새벽, 파도소리가 땅을 엄습한다. 그것은 적진으로 향하는 군화소리처럼 맹렬히 몰려오다가 어머니의 자장가같이 밀려간다. 겨울 새벽과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폐업한 초가 주막이 한 채 보이고 먼동이 겨우겨우 터올 무렵 어둠 속으로 어느 노파의 그림자가 아름다운 춤사위처럼 너울댄다.”
이어 테너 나승서 씨가 나운영 곡 ‘달밤’을 노래한 뒤 바리톤 노선호 씨가 내레이션을 한다.
“노파가 잠을 설치고 나오는 며느리를 바라본다. 젊은 여인의 이름은 쌍가매이지만, 노파는 그저 에미라고 부른다. 뭍을 긁어대며 포효하는 바다는 쌍가매의 꿈자리를 온통 뒤흔들어 놓은 듯하였다. 하지만 노파는 며느리를 재촉한다.”
테너 나승서 씨가 대사를 읽는다. “얘야, 얼른 애들 아빠 안 깨우니?”“어머님, 오늘은 그냥 애들 아빠 쉬었으면 해요.”“그게 무슨 소린가. 바닷사람이 바다에 나가야지.”“꿈자리가 너무 뒤숭숭해서 그래요. 오늘만 바다에 안 나갔으면 좋겠어요.”“별 일 다 보겠다. 꿈 나쁘다고 바다에 안 나가면 어찌 먹고 살어?”
세 번째 스토리는 가곡 ‘가려나’(나운영 곡)를 소프라노 곽현주 씨가 들려준다. 이어서 서울대 인문대 독어독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아우그스부르크대 문학과 음악의 관계연구를 수학한 나성인 예술가곡 문학코치가 희곡 <바다에 나가는 사람들>을 해설한다.
이런 식으로 장면과 관련된 가곡을 부르고 상황을 알리는 내레이션과 대사가 이어지며 중간 중간에 예술가곡 문학코치인 나성인 씨의 해설이 곁들여지는 형식이다.
네 번째 스토리에선 가곡 ‘그리움’(조두남 곡)을 바리톤 노선호씨가, 다섯 번째 스토리에선 가곡 ‘꿈’(김성태 곡)을 베이스바리톤 이규성 씨가, 여섯 번째 스토리에선 가곡 ‘그대 있음에’(김순애 곡)를 소프라노 곽현주 씨가 각각 들려주고 나승서 씨와 나성인 씨가 작품에 대한 질문과 해설을 주고받는 시간을 갖는다. 일곱 번째 스토리에선 가곡 내 마음(김동진 곡)을 테너 나승서 씨가, 여덟 번째 스토리에선 가곡 ‘저 구름 흘러가는 곳’(김동진 곡)을 소프라노 곽현주 씨 등 3명이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나성인 씨의 작품해설로 공연을 마무리하게 된다.
지난 1974년 발표된 후 지난 1994년 일부를 보완해 재발간된 이반의 희곡집 <샛바람>에 실린‘바다로 나가는 사람들’은 지난 1970년대 영북지역 동해안 어촌마을을 배경으로 눈물겹지만 생명력이 넘치는 동해안 어민들의 삶과 애환을 함경도 사투리가 섞인 걸쭉한 대화와 극적인 반전 등 감동적으로 형상화했다.
이수영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1950년대 출어하는 어부와 가족. 어부의 손에는 공골대라 부르는 오징어잡이 도구와 반합이 들려있다. <사진 제공 속초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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