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들어선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긍정적 변화와 개혁에 대한 기대와 바람은 우리 사회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교육정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소위 ‘양극화’로 표현되는 사교육의 확장성은 교육 3주체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주요 변인이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성적이나 진학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지금의 환경에서는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는 나눔과 협력보다는 경쟁과 차별이 앞설 수밖에 없고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문화가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교육현장에서는 이러한 병폐를 지우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진행되어 왔다. 강원도교육청의 경우 공교육의 정체성과 기능성을 회복하기 위해 아이들의 인성과 적성을 중시하는데 초점을 둔 자유학기제와 자유학년제, 진로교육 강화, 작은 학교 희망 만들기 사업, 마을교육공동체 사업, 숨요일 등이 대표적인 사업들이다. 향후 새 정부의 대표적 교육공약인 교육에서의 지방분권이 이루어진다면 이러한 사업들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입시제도가 지금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초등·중등과 같은 낮은학교급별에서의 다양한 노력과 변화는 고등학교와 같은 높은학교급별과 단절될 수밖에 없는 구도이다. 해방 후 지금까지 대학 본고사, 예비고사, 학력고사 등 20여 차례나 바뀐 대입제도는 현재 ‘수시·정시’의 큰 틀 속에 ‘학생부종합전형, 교과전형, 수능 전형, 논술전형…’ 등의 다양한 전형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학부모, 교사, 학생들이 느끼는 입시와 성적에 대한 불안감과 부담은 여전히 크다는 것이 일선학교 담당자들의 중론이며,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대학입시에 초점을 두고 운영될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이러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성적으로 줄 세우기, 대학의 서열화’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소하기 위해 2021년 입시부터 수능에서는 과목별 절대평가를, 서울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국·공립 대학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한국사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수능에서 영어에 대한 절대평가를 실시하며 향후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를 전환하여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의지이다. 국립대학교인 서울대학교는 대학 서열화 상징의 중심에 놓여있다.
다양한 저항들이 예상된다. 새로운 교육정책 방향이 발표되자 시행도 되기 전에 먼저 대학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부작용 예측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변별력에 대한 우려이다. 수능의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 시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해진다는 점, 즉 우수 학생에 대한 변별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우수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대학 나름의 장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도 주장한다. 즉 대체재로 심층면접 등의 방법으로 본고사를 염두에 둔다는 이야기이다. 서울대학교 역시 국공립대학 통합에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엘리트 교육의 산실인 서울대학교가 지방 국공립대학들과 학생선발과 학사 운영이 공동으로 이루어진다면 우수한 학생을 받을 수가 없어 국가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이다.
우수한 학생만을 선발하여 사회에 배출하는 것이 대학의 역할인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대학의 존재이유와 정체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최근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이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장래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이 90%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명분도 없는 입학금에 비싼 등록금, 특히 지방 출신들은 천문학적인 주거 및 생활비까지 부담해야 되는 상황에서 1년에 7~8개월 정도의 수업만을 운영하는 대학들이 먼저 선행해야 할 점은 우수한 인재로 키울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마련하는 노력과 열정이다.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여 본인들이 알아서 인재로 성장하리라는 방관자적 ‘방목(放牧)’ 입장에서 벗어나야 대학 본연의 책무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대학 간판이 아닌 재능 있는 학생을 선발하여 인재로 양성하는 대학이 명문대로 여겨질 수 있는 사회적 합의 역시 필요하다.
양용석
강원도교직원수련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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