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즐거움. 꿈의 여행 크루즈가 속초시민에게 성큼 다가왔다. 단순한 관광의 문제가 아니다. 크루즈 산업은 지난해 서울~속초 고속화철도 확정과 함께 다가온 미래의 황금밭이다. 강원도의 속초에서 환동해권(한국~러시아~일본) 크루즈 라인의 거점도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2번의 속초 입항을 예고한 코스타 빅토리아호에 이병선 시장을 비롯한 한일 교류협력 추진 속초시대표단이 올랐다.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일본 마이즈루와 사카이미나토 등을 공식방문한 것이다. 크루즈 관광의 미래가치와 속초 관광의 발전을 위한 여정을 지면에 3주에 걸쳐 담아본다. <편집자 주>
선상에 오르자 속초의 유려한 풍경이 새롭게 다가왔다. 외옹치를 따라 푸른빛 동해안이 눈에 들어오는가 싶더니 저 멀리 설악산의 자태가 포근하게 다가온다. 7만5000톤급 크루즈선 코스타 빅토리아호에서 바라본 속초는 관광객에게 기항지의 매력을 전달하기에 충분한 자연환경처럼 보인다. 승선하기 전 속초예총이 준비한 버스킹 공연이 눈길을 끌었다. 문화도시 속초의 ‘환대’가 크루즈 여행객에게 전달되기를 바랐다.
신원확인 절차를 거치고 승선하자 다양한 국적의 승무원이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이탈리안 스타일의 코스타 빅토리아호는 7개 층을 통과하는 메인 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럭셔리한 공간연출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전달해 주었다. 246개의 발코니 캐빈과 20개의 스위트를 포함해 총 964개의 객실이 준비되어 2,000여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중형급 크루즈선이다. 총 12층이며 전장의 길이가 63빌딩을 눕힌 길이와 같다고 한다.
여행의 소란스러움과 고즈넉한 휴식
바다 위의 호텔이라고 하지만 온종일 바다 위에서 보내면 지겹지 않을까? 이런 의구심은 첫날부터 깨졌다. 레스토랑과 뷔페, 대공연장과 야외 수영장, 라스베가스를 연상케 하는 카지노와 어린이를 위한 키즈클럽, 각종 이벤트가 펼쳐지는 콩코드프라자까지 다양한 먹거리와 즐길거리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식사는 5성급 레스토랑인 신포니아 레스토랑과 판타지아 레스토랑에서 각종 요리를 만날 수 있다. 외국계 선박이라고 해서 서양 음식만 선보이지 않는다. 두부, 보쌈, 김치, 고추장 등 한국 관광객을 위한 음식은 물론, 고급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정찬이 코스별로 준비되어 있다. 레스토랑 음식이 지겨우면 골라먹는 재미가 좋은 뷔페를 즐길 수도 있다. 식사시간을 놓친 탑승객을 위해 새벽까지 시간대별로 음식을 제공한다. 기본 식사 외에 보다 특별한 서비스를 원하는 탑승객을 위한 유료 레스토랑도 별도로 운영한다.
크루즈 여행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기항지 여행을 위해 육지로 나가는 경우만 제외하면 오랜 시간 선상에서 보내야 한다. 탑승객이 지루하지 않도록 시간대별로 다양한 이벤트가 촘촘히 기획된 이유이다. 이벤트 소식은 아침마다 객실에 배달되는 데일리 프로그램 소식지를 통해 알 수 있다. 먹거리와 이벤트, 특별 프로그램과 프로모션까지 상세히 적혀있어 꼼꼼한 승객에게 알맞다.
공연 프로그램은 다채롭다. 이탈리아 칸소네와 오페라, 강남스타일 등의 한류 퍼포먼스, 선장 주최 칵테일 쇼와 가면무도회까지 다양한 쇼가 매일 펼쳐진다. 이같은 이벤트는 최대 8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2층 규모의 대규모 스테이지에서 저녁마다 즐길 수 있다. 다양한 연령대를 고려한 이벤트도 돋보인다. 젊은 층은 밤 11시부터 클럽 DJ와 디스코 파티를 즐길 수 있다. 청소년이라면 애니메이션팀과 함께 뮤직게임이 좋다. 차분하게 보내고 싶은 탑승객은 메인홀에서 제3세계 음악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크루즈의 가장 큰 매력은 여행의 소란스러움과 고즈넉한 휴식을 모두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힐링을 원한다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가볍게 흔들리는 선상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다. 운동을 좋아한다면 12층에 마련한 농구, 테니스, 탁구 등의 경기와 헬스장을 즐길 수 있다. 스포츠 용품은 미리 준비하지 않아도 대여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탑승객의 선택과 참여에 따라 매력도가 결정된다.
가격 선택폭 넓어져 관광객 급증
불과 몇 년전만 해도 크루즈 여행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꿈의 여행이었다. 배안에서 모든 서비스가 이뤄지는 색다른 컨셉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가격 선택폭이 넓어지면서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속초는 한국 크루즈 산업의 새로운 축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확정된 서울~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사업이 마무리되면 서울 용산역에서 속초까지 75분이면 충분하다.
크루즈 항구의 접근성면에 있어서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크루즈항으로서 속초의 성격은 기존의 부산이나 제주, 인천과 다르다. 환동해권 크루즈 노선의 모항지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크루즈 관광객도 속초의 크루즈 사업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의문도 여전하다. 크루즈 여행이 지역에 직접 안겨줄 수 있는 혜택이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의문은 이번 크루즈 여행의 기항지인 일본 마이즈루와 사카이미나토, 부산 방문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 크루즈 기항지는 직접적인 이익으로 환산할 수 없는 미래가치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호에 계속>
김인섭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7만5천톤급 코스타 빅토리아호가 속초항으로 들어오고 있다.
데일리 프로그램 표지. 크루즈 여행의 묘미는 데일리 프로그램의 확인부터 시작한다.
정찬 레스토랑 입구의 메인 이벤트 안내 문구. 저녁마다 다양한 유형의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
먹거리는 여행의 즐거움이자 두려움이다. 크루즈는 한식과 양식이 어우러져 만족도를 높인다. 무료 레스토랑은 입구에 음식메뉴를 직접 선보여 고객의 선택을 돕는다.
고즈넉한 힐링과 소란스러운 여행이 공존하는 크루즈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는 점이 크루즈 여행의 매력 중 하나이다.
6층과 7층을 연결한 페스티발 대극장의 공연 모습. 매일 밤마다 다양한 컨셉의 공연이 펼쳐진다.
크루즈 여행의 매력은 프로그램 참여의 즐거움이다. 메인홀에서는 춤과 저글링 등 쉽게 만날 수 없는 문화를 직접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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