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징어낚시·청초호 굴양식 시험 실시
일제강점기 동해안 수산진흥의 거점은 주문진이었다. 일제강점이 시작되던 1911년 10월 10일자 매일신보에는 강원도에서 당시 강릉군 신리면 주문진에 수산전습소를 설립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2년 후인 1913년 8월 23일자 같은 신문에는 주문진 어업실습소(수산전습소로 추정)를 졸업한 조선인 2명이 양양군 연안에서 오적조어(烏賊釣漁 오징어낚시조업)을 시험해 하루 1천 마리를 잡아 올려, 인근의 어민 다수가 조업기술을 배우고자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개량어구와 조업기술의 보급으로 강원도 어업의 종류는 대폭 늘어났지만, 일본과 같이 대량어획 어구를 사용하는 조선인은 극소수였다고 1931년 7월 23일자 동아일보는 보도했다. 한편, 1913년 10월 6일부터 10일까지 5일간 강릉에서 처음으로 강원수산품평회가 열렸다.
1910년대 속초를 포함한 양양의 수산업에 대한 언론보도와 자료는 거의 없다. 유일하게 매일신보 1913년 11월 12일자 2면에 양양 남대천 규어(鮭魚, 연어) 소식이 실렸다. 양양 남대천이 가뭄으로 하천 물이 고갈되었는데 10월 16일 이후 파도가 들이쳐 하구의 수심이 높아지더니 얕은 급류로 연어떼가 올라왔다는 내용이다. 신문은 많은 어민들이 몰려들어 1일 2백 미(尾)의 연어를 잡았는데, 1미의 가격은 35전이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남대천 연어소상에 대한 최초의 신문보도이다.
1920년대 속초 청초호에서 굴 양식 시험을 했다. 1926년 11월 23일자 중외일보 4면에는 ‘양양 속초호(束草湖)에 모려(굴) 번식 시험’ 기사가 실렸다. 양양군 도천면 속초호(청초호로 추정)는 1리 가량되는 해빈(海濱)에 접한 호수인데, 숭어와 뱀장어, 잉어 등이 나와 부락민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잡을 뿐 생산 번식에는 관심이 없었다. 수산시험장(전 수산전습소)에서 어족 양식에 다년 연구한 결과 모려(牡蠣, 굴)를 번식하게 되어 11월 10일부터 2일간 군수와 공무원, 시험장 직원, 지역주민이 모인 가운데 굴 10석을 방류했다. 방류한 굴은 지역관계민이 감독하고 3년 후에 채취한다고 했다. 그러나 청초호의 굴 양식 성공에 대한 후속보도는 보이지 않는다. 당시 동해안 굴양식은 영흥만이 유일해 우리나라 3대 굴양식장의 하나로 손꼽혔다. 동해안 굴양식은 수차례 시도했지만 높은 파도와 깊은 수심 때문에 경쟁력 있는 대량양식은 아직까지도 성공하지 못했다.
- 1920년대까지 동해안 대표 어종은 멸치
1923년 12월 18일자 동아일보에는 동해안의 기현상으로 오징어(烏賊魚)와 갈치(太刀魚)가 다량 회유해 들어왔고 주문진 수산시험장의 시험조업에서 큰멸치(대멸, 大羽鰮)를 한번 그물에 십수만 미를 잡았다고 보도했다. 이런 기현상은 조류의 일대 변동이 원인이라고 보도했다. 1920년대 울릉도 일대에서는 오징어가 많이 잡혔지만, 동해안 연안은 오징어 어획이 많지 않았다. 갈치는 1927년 동아일보 기사에서 강원도 고성군의 어획물로 거론되었다. 경북 포항은 1939년까지도 갈치를 다량 어획한 것으로 나온다. 지금의 어황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면 1910년대와 1920년대, 강원도 동해안에서 가장 많이 잡힌 어종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멸치를 꼽을 수 있다.
1916년 3월 21일자 매일신보에 실린 강원도 수산물 어획량과 가격 정보에 따르면(표 참조), 온(鰮)이 565만2,250관(貫,3.75kg)으로 다른 어종보다 최소 10배 이상 더 많다. 지금 단위로 환산하면 2만1196톤이다. 가격도 22만6090원으로 전체 어획고의 28.8%에 이른다. 온(鰮)은 지금은 정어리를 의미하지만, 당시에는 정어리와 멸치를 통틀어 온(鰮)이라 했다. 1931년 7월 24일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강원도에서 온(鰮)은 “멸치를 주로하고 정어리로 혼합된 것”이라고 밝혔다. 1918년 주문진 수산시험장의 시험으로 동해안에 정어리가 회유하는 걸 처음 알게 되었고, 5~6년이 지난 후부터 본격적인 어획이 시작되었다. 1923년 가을 함북 연안에 때 아닌 한류가 밀려들어 갈 곳을 잃은 정어리떼가 연안으로 밀려들어 잡히면서 동해안 일대에 엄청난 정어리군이 있음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후 1930년대 우리나라 최대 어획종이 된 정어리는 당시에도 멸치로 불리기도 했고, 1940년대에 들어서면서 완전히 멸치와 이름이 분리되었다고 한다.
멸치는 회유성 어종으로 봄에 남해에서 출발해 동서해안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오기에 우리나라 대부분 연해에서 어획된다. 위 신문기사에 의하면 온(鰮), 멸치는 매년 4월 하순 연안에서 회유를 시작해 북으로 향하고, 11월 상순에 다시 남으로 회유한다. 불규칙하게 집산이 이뤄져 바닷가 현지 주민이 아니면 어획이 쉽지 않다. 휘라망(揮羅網, 후릿그물)이 주요어구이다. 어기(漁期)는 봄철은 5월에서 7월까지, 가을철은 9월부터 11월까지이다. 여름에는 어군이 적다. 소어구를 사용해 소량을 어획하는 한계가 있다. 어획한 멸치는 생물 또는 말려서 식용으로 제공하고, 비료로 처리한 경우는 없었다. 반면 같은 온(鰮)의 이름에 포함된 정어리는 1920년대 중반부터 어획이 시작되었는데, 조업방식은 유망과 건착망, 휘라망, 자망정치어구 등이며, 선어와 염어, 비료와 온유 등 다양한 가공제품이 생산된다.
구한말부터 멸치는 동해안 전역에서 어획되어 1920년대까지 동해안의 대표어종이었다. 당시 소형 선박과 바닷가 모래사장만이 있으면 가능했던 후릿그물조업(휘라망 또는 지예망)이 가장 일반적인 조업방식으로, 얕은 연안까지 들어오는 멸치를 잡기 쉬웠다.
명태의 경우는 함북에서 함남으로 주요 어장이 남하했지만, 1910년대 강원도의 어획량은 상대적으로 뒤쳐졌다. 동해안 바닷가 마을에서 손쉽게 채취가 가능한 미역(和布)은 어가소득에 큰 몫을 했고 해변가 얕은 수심에서 채취 가능한 전복과 해삼도 큰 소득원이었다. 1920년대에는 속초를 포함한 양양과 고성 일대에서 청어와 명태가 풍어를 이뤘다. 이때는 선박의 대형화와 조업기술의 발전, 항만시설의 확충도 크게 향상되었다. 당시 어획 통계가 때에 따라 들쑥날쑥 큰 편차를 보이지만, 강원도 동해안 양양지역에서는 1910년대 멸치, 1920년대 명태와 청어, 1930년대 정어리를 주요어종으로 손꼽을 수 있다.
1914년 12월 13일 매일신보는 강원도와 경북 해안 일대에 멸치(鰯)와 삼치(鰆)가 대풍어라 지예망(地曳網, 후릿그물) 2조를 가진 한(寒)어촌에서도 3천~4천원의 어획을 올렸고, 풍부한 어촌에서는 1만원 이상에 달하며, 멸치는 건조해서 선박편으로 일본에 이출(移出)한다고 보도했다. 멸치 대풍어로 통상 20관에 3원50전 하던 마른멸치가 2원70전으로 하락했다고 한다.
1924년 12월 1일 동아일보에는 그해 10월 동해안 중부 이북에서 큰멸치(대우진온, 大羽眞鰮)가 후릿그물(지예, 地曳)과 정치망 어장(定置海場)에서 많이 잡히고, 남쪽 방면의 중간멸치(중우, 中羽)는 어획이 극히 부진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신문 투고 ‘멸치잡이 풍경, 양양군 지방색’
1927년 12월 20일자 별건곤 제10호에는 양양의 박관옥씨가 투고한 “메리치잡이, 강원도 양양군 지방색”이 실렸다. 투고 글에서는 양양 해안마을에서 후릿그물로 멸치를 잡는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작업을 총 지휘하는 사령장관(司令長官)이 멸치가 들어왔다고 “후리꾼아 나오너라 나오너라” 소리를 외친다. 이 소리를 들은 마을의 후리꾼들이 바닷가로 모여든다. 사령장관이 청기(靑旗)를 바다쪽으로 흔들면 “후리꾼아 졍신차려 앵에/압바다에 고기논다 앵에”하는 소리를 하며 그물을 배에 싣고 바다로 나간다. 사령장관이 그물을 놓으라는 한마디에 후리꾼들이 “맥여라 노아라”라고 함께 소리를 하면서 그물을 바다에 펼친다. 그리고 사령장관이 적기(赤旗)를 육지를 향해 흔들면 땀을 뚝뚝 떨구며 힘을 다하여 그물을 당긴다. 배에서는 그물에 멸치가 들었다고 꼬리가 기다란 백기(白旗)를 매단다. 사령관장이 다시 청적기(靑赤旗)를 급히 휘두르면서 고기를 육지로 퍼올리라고 명령하면, 후리꾼들은 “가래로세 에양에” 소리를 하며 고기를 퍼내는 쪽대로 멸치를 퍼낸다. 마을의 남녀노소 주민들은 싸리바구니를 들고 고기를 주우러 나온다. 속고의만 입고 나온 아낙들도 많다. 후리꾼들은 모래를 끼얹으며 쫓아보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 작업이 다 끝나고 다들 멸치국에 막걸리 한잔씩 마신다.
지금도 모래해변이 좋은 양양군 손양면 동호리 마을에는 전통방식의 멸치후리기 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1915년 강원도의 어획량과 가격을 보여주는 매일신보 1916년 3월 21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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