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속초아리랑’이 발굴·재연되었다. 나는 이 민요를 민예총 김부영 전 회장(정선아라리 이수자) 소리를 근거로 채보(採譜)하였다. 합창곡으로도 만들었는데, 제주도립합창단이 초연하였고, 음반에도 수록되었다. 그리고 속초시립합창단은 2015년 정기공연 때, 송은희의 지휘로 이 곡을 연주하였다.
내 기억과 추억 속에 속초 관련 노래는 ‘설악산 메아리’로부터 시작된다.
흰 구름 덮인 설악산으로 그대와 손잡고 휘파람을 불면서 하이킹 가자….
이 노래는 원래 대중가요로 만들어졌었다. 1960-1970년대에 꽤 유명했던 가요 작곡가 고봉산이라는 분이 작곡하고, 당시 인기 가수였던 하춘화가 불렀었다. 아주 발랄하고 경쾌한 노래로, 설악의 메아리인지 뭔지 하는 KBS속초방송국 지역 방송 프로 시그널 음악으로도 사용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역시, 같은 작곡가 가수에 의해 만들어지고 불리어졌던 ‘속초에 심은 사랑’이라는 가요도 있었다. 이 노래는 민요풍의 노래였는데, ‘설악산 메아리’만큼은 애창되지 못했었다.(※누구나 부르기에는 좀 어려운 노래였었다.)
이 두 노래는 나도 좋아하는 노래이다. 하지만 작곡자와 가수가 다 외지인이다. 작사자 ‘김령인’이라는 분도 외지인인데, 그 시절에는 우리 속초의 문화·예술적 기반과 여건이 워낙 열악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후 1990년대 후반 무렵쯤이었던가, 이 노래가 속초의 문화·예술인들에 의해 다시 태어나게 된다. 시(市)에서 <속초市歌>라는 타이틀로 속초 관련 노래가 수록된 음반을 제작하게 되는데, 이때 참여한 인력들 다수가 속초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이었다.
이 음반의 음악 기획자가 기타리스트 원영백이었고, 음반의 디자인은 조각가 정봉재(현 예총회장)와 만평화가 조영길(현 강원도민일보 근무)이었다. 그리고 노래는 테너 황영승(현 고성고 음악교사)이 불렀었다.
음반의 타이틀곡 ‘속초시가’는 시인 이성선 선생께서 작시하였고, 작곡은 속초고 13회 졸업생이며, 당시 경희대 작곡과에 재직하였던 우동희 교수였다.
내가 작곡한 ‘설악산’이라는 노래도 이 음반에 수록되어 있는데, 작시는 시인 최명길 선생께서 하였다.(지면 관계상, 그 외의 곡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이 음반에 수록되었던 속초 관련 노래들은 제대로 유통이 되지 못했다. 전국 유통까지는 굳이 필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 지역 내에서는 이러한 노래들을 자주 접할 수가 있어야 한다. 지역 내에서 유통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지역의 공공 기관 내의 휴게실은 물론이고, 엑스포 공원에 있는 공중 화장실도 아주 훌륭한 유통 공간이 될 수 있다.
그 동안 나는 속초와 관련된 여러 곡들을 작곡했고, 그 중 일부는 음반이나 음원으로도 제작 했다.
나의 야심작 중의 하나였던 연(連)가곡 ‘대포동 窓’(※김명기 시인 작시로 모두 10곡으로 구성)을 비롯하여, 여러 곡을 만들었다. 작시자로 참여해준 우리 지역 문인만 해도 이제 고인이 되신 이성선·최명길 시인을 필두로, 김종헌·방순미·이화국·정영애·지영희·채재순·최월순 시인, 이완우 소설가 등등 한 두 분이 아니다.
‘속초메나리 기타소나타’, ‘속초야상곡’, ‘속초비곡’ 등 속초를 주제로, 혹은 소재로 한 기타곡도 여러 곡 만들었다.
이제, 이 창작곡에 대한 애창·애청, 유통과 보급 등은 속초시민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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