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난 2일 찾은 거진 항포구는 혹독한 어한기로 적막하기만 하다.
설날이 며칠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고성 어업인들이 혹독한 어한기를 견디고 있다.
고성지역의 지난해 전체 어획량이 6,143톤으로 전년에 비해 18.6%(1,405톤) 줄어든데다, 새해 들어 풍랑주의보와 한파가 지속되면서 어업인들은 1월에 10여일 밖에 조업을 하지 못했다.
군에 따르면 올해 1월 고성지역의 어획량은 392.9톤으로 전년 1월 745.8톤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으며, 어획고도 27억3,598만원으로 전년 36억7,600만원에 비해 26% 감소했다.
지난 2일 겨울바람이 매서운 거진항포구에서 만난 함용수(연승, 거진선적) 씨는 “1~3월까지 어한기이긴 하지만 고기가 안 나도 너무 안 난다”며 “이래서야 설 차례상이나 제대로 차릴 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문어 조업을 하는 함 씨는 이날 2kg짜리 문어 1마리를 잡아 8만6,000원의 수입을 올렸다. 경비를 제하고 나면 실제 남는 것은 2~3만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난 1월 수입이 100만원 채 안됐다고 했다.
활어를 잡는 자망어업인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자망어업을 하는 오성택(자망어선 3톤) 씨는 “지난해 도루묵이 어느 정도 잡혔지만, 영어자금 등 각종 대출금에 기름값 등 경비까지 감안하면 생계를 잇기도 어려운 실정이다”고 했다.
오 씨는 가자미나 광어 등 어업인 소득에 큰 도움을 주는 활어가 거의 잡히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자망어선들이 요즘 주로 잡는 어종은 도치다. 예년에 비해 도치값이 크게 떨어져 수입은 많지 않다. 지난해 설 전에 알도치의 경우 한 마리당 1만4,000~1만5,000원에 위판됐으나, 요즘은 2,500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수도치는 마리당 1,000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해 1드럼(200리터)당 13만원까지 했던 면세유가 올해는 6만8,000원으로 떨어져 한숨을 돌리고 있다.
고성군수협 관계자는 “올해 1월 기상악화로 조업일수가 크게 줄어든데다 잡히는 어종도 문어와 도치 정도여서 설을 앞둔 어업인들의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어민들이 올해 혹독한 어한기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어업인들 사이에는 ‘뱃장이 마르면 돈도 마른다’는 말이 있다. 뱃장은 어획물을 저장하는 곳으로 목선의 안쪽 바닥을 말한다. 어민들은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만 해도 도루묵으로 뱃장을 채웠지만, 한 달가량 어획물이 없다보니 이곳이 말라가듯 생계비도 곧 바닥날 지경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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