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교교한 양양군 도천면 논산리 45, 아아한 청산의 산자락에 탯줄을 묻고 ‘서정의 터 위에 언어의 집을 짓는 심성이 온유한 천상의 예술가’는 어둠 걷어낸 밝은 미소와 따뜻한 감성, 한 사람의 맑은 영혼의 소유자로 격랑 속에서도 깨끗한 음조 탄주한다.
비에 젖어 빛나는 가장 푸른 생명, ‘어느 풀잎 같은 음성이다’ *조잘거리는 나뭇잎도 경이로워 행복하고 낮아지는 겸허함을 반복하는 일상 숨죽여 응시하면 감미로운 은총이다. 한 올 바람에 의식은 금화처럼 짤랑이고, “항상 물처럼 맑고 깨끗하게 살아라.” 행주치마에 물 묻은 손 닦으시던 모성의 정겨운 그 음성은 눈물겨워라.
휘 굽은 물푸레나무의 푸을 잎에 영혼이 자유로운 바람은 미끄러지고 처절한 아픔 뒤 「너의 창에 불은 꺼지고」, 저토록 낙엽보다 가벼운 존재와의 나뉨에 절대고독 앞에서 하나님의 슬픔 알 것 같아 때로는 실존적 허무로 ‘별과 고기’를 노래했지.
치졸한 편 가름과 애증 하나 내려놓고 잡초도 풀이라며 생명외경을 경시한 서태 묵언으로 경계한 국민시인의 삶 존엄할지니 암울한 현상에 이 땅의 미래 우려하는 충정, 큰 스승의 교시와 존귀한 시인의 품격은 천산을 소망하는 깃발과 말씀(logos)이나니, 자존감 지켜내는 삶의 항해, 정녕 놀라와 아흐, 감동의 충격은 황홀해 현기증이다.
*황금찬의 시 <말하지 않았다>에서
- 슬라문학 제20집에서
엄창섭 / 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 슬라문학 편집위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