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에서 근대적인 수산업이 태동한 것은 일제의 침략과 맞물린다. 구한말 일제와의 불평등한 조약을 계기로 일본인들은 우리나라 연근해 황금어장에서 근대적인 어업기술과 장비로 무장하고 무분별한 자원 약탈을 일삼았다. 일제의 경제적 침탈 중에서도 수산업은 어민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분야이기에 그 피해는 여타 산업보다 더 극심했다고 볼 수 있다. 동해안 일대에서의 일제의 수산업 침탈에 대해서는 구한말 신문 기록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883년 한일통상장정(韓日通商章程)이 체결되면서 일본어선이 우리나라 전라, 경상, 강원, 함경 4도 해역에서 조업이 가능해졌다. 1889년에는 한일통어장정(朝日通漁章程)을 체결하면서 4도 연해의 3리 이내에서 어업면허세를 납부하고 자유로이 어업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잡은 어류를 개항장 거류 일본인과 한국인에게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1904년 러일 전쟁이 발발하자, 일본은 이를 빌미로 그동안 개방하지 않았던 충청, 황해, 평안도 해안의 조업까지도 모두 개방토록 강제했다. 우리나라 모든 해역의 빗장이 다 풀렸다. 어선의 규모나 장비의 수준, 조업방법에서 앞서 있던 일본은 강원도와 함경도 해안 지역을 무차별 유린했다. 속초가 포함되어 있는 양양군이나 인근 고성군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1898년 8월 1일자 대한매일신보에서는 일본 신문의 보도를 인용하여 우리 해역에서의 일본어선의 자원침탈에 대해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대한 해변에서 조업을 하는 일본어선은 허가조업 3천여척, 불법조업 2천~3천척으로 막대한 소득을 올리고 있어, 일본신문은 우리나라 전 해변에 일본어선이 더 많이 출어토록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1899년 9월 27일자 황성신문에서는 우리나라 연안은 일본인의 유망한 어업장이 되어 이미 조업하는 일본인이 2만명에 이르고, 일본어선의 점점 더 증가하여 한·일 어민 간에 서로 경쟁하고 충돌이 자주 일어남에도 일본농상무성에서는 규칙을 제정해 일본어민의 이익을 보호하고 순찰선을 배치해 피해를 예방 감시한다는데,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자국민의 이익을 보호하기는 고사하고 이미 확보한 이익조차 박탈하지 말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1902년 11월 10일자 황성신문에는 강원도와 함경도 일대 일본인들의 어업활동에 대해 보도했다. 일본인의 어업조합원 현황을 보면 잠수업자 중 계절별로 도항하는 자 10명, 지방에 거주하는 자 30명에 배는 36척에 승선자가 3백50명이며, 망(網)어업자는 20명에 16척, 승선자가 35명이다. 어획물은 명태(明太魚)와 멸치(鰯), 방어(鰤), 삼치(春魚)와 해삼(海蔘) 등이다.
강원도 고성군 부락민이 촌락의 일부를 빌려주는 조건으로 일본인이 공동취업을 계약했는데, 어획한 멸치(鰯魚)를 부락민이 부담하여 건조하게 하고 제품은 반씩 나누고, 방어(鰤春)는 10분의 3을 한인에게 분배한다는 조건 등이다. 기사에서는 인공적인 시설물만 조금 설치하면 강원도 연안 일대의 땅에는 1백톤 내외의 어업선을 5척 내지 10척을 계류케 할 항만이 부족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한편으로는 원산 개항은 일본과의 무역 확대로 동해안의 수산업 진흥에도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제국신문 1901년 5월 28일자 기사를 보면 원산 개항 후 양양과 간성을 비롯한 동해안 5개 군에서 잡은 멸치를 원산의 일본인들에게 내다 판 것으로 확인된다.
○ 강릉 양양 간성 통천 고성 오군 백성이 내부에 호소하기를 원산에 개항한 후에 각 군에서 잡는 멸치를 일인들이 무역할 때에 백성들이 공석에 싸서 주고 매석에 닷돈씩 받더니 원산항 모군들이 와서 관(官) 모군이라 빙자하고 생업을 늑탈하기에 관찰부에 등소하여 완문을 내었음에도 모군들이 여전히 늑탈(勒奪)하니, 훈령을 내려 금지하여 달라고 하였더라.
<제국신문 1901년 5월 28일자 3면>
일본인들의 어장 유린에 대해 당시 지방관아에서는 아무런 통제 방안도 갖지 못했다. 1904년 12월 1일 제국신문 2면에는 간성군수가 일본인들의 어업 등에 대해 어떻게 조치할 공보의 지시를 바란다고 청원한 내용이 보도되었다. 일선군수들은 일본인들의 청원을 거부할 권한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伐氷請願(벌빙청원)
간성군수 이준구씨가 공보에 올리기를, 음력 구월초이일에 일본인 등이 본군 대진포에 어업을 실시하려고 부산항 공문을 가지고 내도하였더니, 동월 14일 함장 문협사태랑이가 본군 회헌면 화진포에 벌빙(伐氷,얼음장을 떠냄)을 하겠다고 내도하여 청원하오니 어떻게 조치할는지 명을 내려달라고 하였더라.
<帝國新聞 1904년 12월 1일자 2면>
일본어민의 해난사고 소식도 있다. 1900년 1월 29일 황성신문에는 작년 12월 23일 강원도에 폭풍우가 크게 일어나서 강릉군과 양양군 연안에 일본어선이 3척 전복되어 10~20여명이 익사했다고 보도했다.
1901년 3월 6일자 황성신문에는 원산포(元山浦) 지방에 명태조업 상황인데, 일본인(森永剛輔)이 어망을 4차례 사용하여 23시간에 2만7백40미를 잡았다고 보도했으며, 다음해 9월 2일자 황성신문에는 일본인이 발간하는 조선시보 원산 통신에 의하면 강원도에서 일본인이 산출한 멸치는 올해 1만5천여 근(斤)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1910년 5월 20일자 황성신문에는 일본어민들이 강릉 근해어업의 유망함을 발견하고 다수가 고기를 잡으러 올 뿐만 아니라 발수기(潑水器)를 설치하여 전복(鮑漁)을 잡으려고 농상공부에 청원해 허가를 득한 자가 9건에 64명이라고 보도했다. 전복은 당시에도 고급 해산물로 일본에서 비싼 값에 팔 수 있었다.
이러한 일본 어민들의 동해안 어장침탈에 대한 저항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황성신문 1902년 12월 12일자에는 어민애소(漁民哀訴)라는 제목으로 강원도 간성군에 일본어선 1백여척이 연안변에 정박하여 조업하는 바람에 간성군 어민 등은 일자리를 잃고 뿔뿔이 흩어질 지경에 이르러 어민 등이 뜻을 모아 춘천부에 호소하였다고 보도했다. 동해안 간성군 한 곳에만 일본어선 1백여척이 몰려들어 조업을 했다고 하니, 함경도와 강원도 일대에 얼마나 많은 배들이 와서 약탈해 갔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어민애소(漁民哀訴)
간성군에 일본어선 백여척이 연해변(沿海邊)에 내박(來泊) 야 포어(捕魚) 고(故)로 본군(本郡) 어민(漁民) 등은 실업환산(失業渙散) 경(境)에 지(至) 얏다고 어민(漁民) 등이 제회(齊會) 야 춘천부(春川府)에 호소 얏다더라.
<皇城新聞 1902년 12월 12일(大韓光武六年十二月十二日金曜)>
일본의 외교문서에 따르면 1895년 4월 12일과 13일, 강원도 간성읍민과 일본어민 간의 충돌로 일본어민들이 쫓겨서 바다로 뛰어들어 배로 도망쳤으며, 이 과정에서 일본어민 1명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1896년 3월 10일 강원도 고성군 영진에서는 지역 어민과 의병 10여명이 정박 중인 일본어선 2척을 습격하여 일본어부 4명을 납치해 1명을 살해하고 20일에는 간성 부근에서 3명을 살해했다. 1896년 5월 24일 의병 13명이 강원도 고성군 장전항에 들어와 지난 3월 살해된 일본어민의 시체 인수로 일본측과 교섭한 주민들을 구타하고 일본인과 마른 생선 판매 등을 막아야 한다고 촌락의 정어리 어망을 모두 불태워 버렸다. 당시 강릉과 양양, 간성, 고성은 의병들이 자주 출몰한 지역이었다.
일본어민들의 범죄 사건도 확인된다. 1901년 2월 25일자 황성신문에는 2월 8일 부산상선 김덕삼의 배가 간성군 토성면 아야진(我也津)에 정박했는데 격군(格軍) 이춘만, 방병식 등이 해삼를 잡은 일본인 5,6명과 서로 싸우다가 일본인(長谷川小一)이 칼을 뽑아 이춘만을 사망케 하고 방병식, 김덕삼은 중상을 입혀 체포하여 원산 일본영사관으로 압송하고 중상자 두 명은 치료 중이라고 보도했다.
동해안 수산업의 역사에도 망국의 슬픔이 그대로 묻어있다. 망국의 백성은 경제적 주권도 모두 빼앗겨 생존의 벼랑 끝까지 내몰린 것이다. 구한말 동해안의 수산업은 그야말로 어민애사(漁民哀史), 슬픈 어민의 역사였다.
엄경선 전문기자(설악닷컴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구한말 민족지 제국신문 1904년 12월 1일자에는 당시 간성군 대진포에 일본인들이 와서 수산자원을 포획, 수탈해 갔음을 보여주는 기사가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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